내가 사는 수녀원 마당 한쪽에 텃밭이 있다. 지난봄, 나도 농사를 좀 지어볼 요량으로 밭 한 이랑을 얻었다. 폭 50cm, 길이 4m 정도의 작은 밭에 상추와 아욱과 흰 당근 씨앗을 심고, 토마토 모종 5주도 밭 가장자리에 심었다. …
새해, 우리는 한 해를 시작하며 나름의 결심을 한다. 삶이 우리가 하는 크고 작은 여러 선택으로 이루어진다면, 좋은 삶은 결국 좋은 선택에 달렸다. 누구나 좋은 선택을 원한다. 좋은 선택은 당위와 자기 이익이 양립하면 쉽지만 상충하면 어…
윤희는 남편과 이혼하고 고등학생 딸과 함께 살며 식당에서 일한다. 윤희는 뭐든 드러내기 싫어하는 사람인 듯 뒤에 물러서 있고, 겉모습에서부터 외로움이 묻어나오는 사람이다. 20년 동안 연락이 없던 친구에게 갑자기 날라 온 편지를 몰래 뜯…
올해는 성탄을 준비하면서 자꾸 2014년 성주간이 떠올랐다. 마침 그해가 학교 안식년이라 좀 외딴곳에서 성주간을 지내려고 수요일 아침 강원도 삼척으로 떠났다. 삼척행 버스에 탔더니 텔레비전 뉴스에서 세월호 침몰 소식이 나오고 있었다. 잠…
김용균 청년 노동자가 태안 석탄화력 발전소에서 석탄을 운반하는 컨베이어 벨트에 몸이 끼어 처참하게 죽음을 당한 지 5년이 지났다. 앞으로 어느 정도의 고통을 당해야 할지 예측할 수 없지만 김용균과 관계를 맺고 살았던 사람들이 지난…
지난 12월 19일 대한성공회 대학로교회에서 ‘2030년 이주민 500만 시대, 환대를 위한 성찰: 대구 이슬람 사원 갈등의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있었다. 팔자에도 없는 지정토론자로 선정되어 대구 이슬람 사원 갈등에 대해서 …
지하철 혜화역에서 휠체어를 탄 이들이 줄지어 열차 안으로 들어온다. 승객들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투덜대고 어떤 이들은 고함을 친다. “이렇게 피해를 입혀야 되는 거야 나쁜 ××들,” “병신이 무슨 벼슬이냐!”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페드로 아루페 신부님은 가난과 부의 극단적인 병존 현상을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어떤 사람들은 굶주려서 죽어갑니다. 또 어떤 이들은 콜레스테롤로 죽어갑니다. 굶주림은 불의의 아이입니다. 이 불의는 부유한 나라들이 일소할 수 있는 불…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 공격을 보면서 처음 들었던 생각이었다. “대체 왜 그랬을까” 물론 조짐은 있었다. 네탸냐후 정권은 자신의 부패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벌인 사법파동으로 인하여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고 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