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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여름은 가도 기후는 남는 법

조현철SJ 121.♡.226.2
2026.09.01 11:13 3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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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경남 지역은 기후재난을 생생히 보여주었다. 극한 폭염. 양산은 기온이 42.5도까지 치솟았다. 근대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은 기록이다. 극한 가뭄. 밀양과 함안은 극한 가뭄으로 소방차에 레미콘과 군용차량까지 동원해 농업용수를 퍼 날랐다. 극한 폭우. 3일 만에 거제는 900mm 이상, 통영은 700mm 이상 비가 쏟아졌다.

 

한데 정부나 국회에서 기후는 실종 상태다. 사실, 정부와 국회의 그간 행보를 보면 놀랄 일은 아니다. 지난해 정부는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2018년 기준 ‘53%~61% 감축으로 정해 감축 의지가 미약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앞으로 감축 범위의 하한선인 53%가 실제 목표가 될 공산이 큰 탓이다. 얼마 전에는 53%61% 두 감축안이 산업부문 업종별 감축량은 같고 추가감축2배 차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추가감축은 감축 주체도 이행 계획도 없는 모호한 항목이다. 대통령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산업계에 지장이 없게 감축 속도를 조절하라고 했다. 대통령이 기후부장관에게 할 말은 아니다. 요즘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기후도 환경도 없어지고 에너지(확대)만 남았다.

 

얼마 전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2031년 이후 NDC를 담은 탄소중립기본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2035년까지 53~61%, 2040년까지 69~80%, 2045년까지 84~90% 감축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헌법재판소가 정한 시한을 반년이나 넘겨서 겨우 만들어낸 이 개정안은 감축 범위의 하한선이 실제 목표가 될 거라는 점에서 사실상 조기 감축이 아니라 선형 감축경로를 명시했다. 선형 감축은 매년 일정한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방식으로 미래 세대 부담이 더 크고 더 많은 온실가스가 수백 년간 대기에 남게 된다.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가 주관한 시민 공론화위원회는 압도적으로 선형 감축을 지지했다. 대통령도 정부도 국회도 기후위기 대응에는 관심도 의지도 없다.

 

대통령은 관심을 온통 3대 메가프로젝트에 쏟으며 속도전을 넘어 전격전을 주문한다.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니 딱한 일이다. 정부는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산업에 들어갈 전력과 용수를 전폭 지원하겠다는데 거기서 배출될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갈수록 가뭄은 심해질 텐데 정부는 용수 공급을 장담한다. 당장 데이터센터 후보지인 울산이 올여름 극심한 가뭄을 겪었어도 가뭄은 변수가 못 된다. 앞으로 데이터센터에 물을 대려면 농업용수에 먹는 물까지 긁어모아야 할지 모른다. 물 부족으로 요즘 아일랜드를 비롯한 유럽과 미국 곳곳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에 제동이 걸리고 있는데, 지금 정부는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사실 정부는 앞으로 구축하겠다는 총 18.4GW 규모의 데이터센터에 물이 얼마나 필요한지도 제대로 모른다. 무심한 건지 무식한 건지 모르겠다.

 

정부의 전력 대책은 핵발전이다. 이미 원전 2(영덕), 소형모듈원전(SMR) 1(기장) 신설을 확정했다. 노후 원전은 모두 계속 운전하고 신규 원전 추가 건설도 검토한다. 핵발전 위험은 이제 꺼내지도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정부는 한때 탈핵을 선언하더니 잠시 감핵으로 줄타기를 하고 나서 핵발전 확대로 돌아섰다. 윤석열 정부 찜쪄먹을 수준이다. 탈핵은 생명과 안전이 중요하다는 선언이요 핵발전 확대는 성장과 이윤이 중요하다는 선언이다.

 

호남 반도체보다 훨씬 심각한 용인 반도체 문제가 안타깝게도 3대 메가프로젝트로 덮여버렸다. 덮여버렸더라도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지금 용인으로 향하는 송전선로는 길이가 4천 km에 가깝고 거대한 철탑이 꽂힐 지역은 전남, 광주, 전북, 대전, 충남, 충북, 경기에 걸쳐 50곳이 넘는다. 송전선로가 우리나라 절반을 헤집어놓을 기세다. 지역의 삶과 자연이 거덜 나게 생겼다. 물도 전기와 마찬가지로 멀리서 끌어와야 한다. 전기도 물도 없는 용인에서 반도체 산업이 흥할수록 사람과 자연은 망해간다.

 

부동산 대책이 오락가락하며 여론이 심상치 않자 정부는 주택 공급 총력전에 나섰다. ‘닥공’(닥치고 공급)에서 보듯이, 정부는 초조하고 조급하고 그래서 대책은 성급하고 무모하다. 대통령은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최대한 신속하게주택 공급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쥐어짤 마른 수건에는 수도권 그린벨트와 용산공원이 들어간다. 정부는 특히 조건이 좋은 용산공원을 노린다. 하지만 이를 내다본 듯 용산공원조성특별법은 제4조에서 국가는 본체부지’(용산공원 본 땅)공원 외의 목적으로 용도 변경하거나 매각 등의 처분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2007년 특별법을 만들었던 때도 서울 주거 문제는 심각했다. 하지만 반환될 용산 미군기지는 공원 녹지로 보존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특별법을 만들었다. 법 개정과 형식적 공론화로 정부·여당이 용산공원을 훼손하면 안 되는 까닭이다. 녹지 보존 이유야 그린벨트나 용산공원을 만들자고 했을 때보다 기후재난 시대인 지금이 훨씬 절박하다. 그린벨트든 용산공원이든 녹지 기능을 상실한 곳은 주택을 지을 게 아니라 녹지 기능을 복원해야 한다. 또한 용산공원은 생태적 중요성뿐 아니라 일제 강점기 관련 역사적 중요성도 큰데, 지금껏 제대로 된 조사도 없었다. 용산미군기지 오염 문제도 해결된 게 없다. 종묘 앞 재개발에 신중함을 요구하는 정부라면 용산공원 개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무엇보다 극한의 서울 쏠림 현실에서 녹지를 헐어 집을 짓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지 모른다.

 

지난 6월 그린피스가 발표한 서울시 구별 녹지 면적과 접근성을 보면, 녹지가 많을수록 지표면 온도가 낮았다. 녹지 면적이 가장 큰 서초구는 가장 작은 동대문구의 15배 이상이었고 한여름 지표면 온도는 최대 6도 이상 차이가 났다. 녹지 면적 차이가 지역의 기후 불평등이고, 녹지 확보가 삶의 질을 좌우한다. 기후위기 시대, 용산공원은 그대로 보존이 지금 정부가 내세우는 실용에도 맞다.

 

우리는 녹지가 하듯이 기온을 낮출 수 없다. 기껏해야 살수차로 물을 뿌리는 게 다다. 우리는 비가 하듯이 가뭄을 해소할 수 없다. 기껏해야 소방차로 물을 퍼 나르는 게 다다. 자연은 우리가 흉내도 못 낼 혜택을 거저 준다. 흔히 생태계 서비스라고 부르는 이 혜택은 실은 자연의 선물이다. 서비스는 돈을 내야 하는 상품이지만, 선물은 무상이다. 녹지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어떤 건지, 우리가 지금 무엇을 없애려고 하는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극한의 여름도 입추가 지나자 차츰 가을에 자리를 내주고 물러간다. 사람들 얼굴도 조금씩 생기가 돈다. 하지만 잊지 말 것, 여름은 가도 기후는 남는 법이다.

 

 

조현철 신부 (서강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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