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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3대 메가 프로젝트’가 쏘아 올린 지역균형발전

조현철SJ 121.♡.226.2
2026.08.03 15:21 4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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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메가 프로젝트는 ‘단군 이래 최대’라 할만한 초대형 사업이다. 그런데 반도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가 3대 축인 이 사업은 보면 볼수록 문제투성이다. 민주적 숙의, 기후·생태적 한계, 노동권과 노동 안전, 농민 생존권 등 조금만 살펴보다 알 수 있는 숱한 문제점은 무시한 채 속도전과 총력전을 부르짖으며 밀어붙인다. 전형적인 ‘개발 폭주’요 ‘개발 독재’다. 그런데 지역 반응은 괜찮은 편이다. 여론조사를 하면 긍정 평가가 절반을 넘는다. 아마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이 먹혀들어서 그런 것 같다. 반도체와 인공지능이 창출할 막대한 부로 고질적 폐단인 지역 불균형을 해결한다니 환상적이지 않은가. 그러니 웬만한 문제는 눈에 차지도 않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꼼꼼히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3대 메가 프로젝트로 지역균형발전이 될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800조 원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공장(팹) 4기를 짓겠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을 ‘국가 영웅’, ‘국민 영웅’이라며 90도 각도로 절을 한다. 바로 이 두 사람이 국가를 일으키고 국민을 먹여 살린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대통령의 생각대로 반도체 생산공장이 들어서면 호남권은 지금 수도권처럼 ‘발전’할까? 지역 주민의 삶은 나아질까? 


지금 수도권 반도체가 가져다준 ‘발전’은 어떤 모습인가 한번 살펴보자. 반도체 초호황으로 언제부턴가 우리나라 경제는 ‘삼전·닉스’ 경제로 변했다. 반도체 덕분에 올해 성장과 수출이 크게 늘었고 정부는 경제성장률은 기존보다 1% 올린 3%, 수출은 세계 4강, 1인당 국민소득은 4만 달러로 예상한다. 하지만 고용지표는 내림세다. 중동전쟁 영향도 있지만, 반도체 사업의 고용효과가 워낙 낮은 탓이다. 반도체 산업이 발전할수록 ‘고용 없는 성장’은 늘고 그 충격은 청년층이 가장 크게 받을 것이다. 반도체와 다른 산업 간 불균형이 심해지면서 갈수록 K자 성장도 더 뚜렷해진다. 용인 반도체 산단은 호남권 반도체 프로젝트 덕분에 한때 뜨겁게 달아올랐던 전력과 용수 논란이 잠잠해졌고 최대 12년 조기 완공이라는 덤까지 챙겼다.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라 다른 문제로 덮여 버렸다. ‘용인 반도체’가 가세하면 우리 경제는 반도체가 기침하면 경제 전체가 몸살로 드러눕는 허약한 체질로 바뀔지 모른다. 이게 앞으로 우리가 이룰 ‘초격자’ 반도체 산업의 실체가 될 공산이 크다.


K자 성장의 명암은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드리워진다.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은 삼성전자가 372조 원과 570조 원, SK하이닉스가 294조 원과 455조 원으로 추정된다. ‘삼전·닉스’의 천문학적 영업이익 덕분에 여기 노동자들은 ‘돈벼락’을 맞게 됐다. 주식으로 한몫 단단히 챙겼다는 사람도 꽤 생겼다. 금융투자소득세는 시행도 전에 폐지해서 낼 세금도 거의 없다. 그런데 이런 돈 잔치가 강 건너 ‘남의 일’인 사람이 훨씬 많다. 소득 불균형은 갈수록 양극화되어 자산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불평등을 늘리고 고착한다. 특히 청년층이 심각하다. 지난 6월에 나온 한국은행 보고서 ‘경제 가계 양극화 실태와 파급 영향’에 따르면 순자산·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20~30대 비중은 15.2%로 5년 사이 2배 늘었다. 지난 7월에 나온 한국개발연구원의 ‘나라경제’에 의하면 청년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자산 격차는 19배다. 반도체 산업으로 부는 급증했지만, 지역도 산업도 개인도 더 불균형해졌다. 이것도 발전이라면, 극도의 불균형 발전이라고 해야 한다. 지금과 동일한 반도체 생산공장을 짓고 생산하는데, 호남이라고 다를 리 없다. 그런데 이런 게 정말 발전인가?


한자(發展)나 영어(development) 모두 ‘발전’은 ‘안에 있는 것이 밖으로 드러난다’는 뜻이다. 꽃망울에서 꽃이 피고 아이가 어른이 되는 것처럼 가능성이 현실로 변하는 발전은 자연스럽고 긍정적인 느낌을 주는 말이다. 그런데 경제에 발전이 쓰이면서(경제발전) 발전은 성장과 동의어가 되었고(경제성장), 성장은 발전처럼 자연스러운 당위가 되었다. ‘성장이 곧 발전’이라는 성장주의가 생겨났다. 나라와 지역과 개인의 발전 모두 국내총생산(GDP)이나 국민총소득(GNI)이라는 동일 잣대로 측정된다. 하지만 바오로 6세 교황도 지적했듯이, 발전은 숫자로 표시되는 성장으로 한정될 수 없다(<민족들의 발전> 14항). 성장으로 환원되면 발전은 그 뜻이 오염되고 왜곡된다. 발전은 이상적으로는 모두의 삶에 내재한 가능성이 활짝 피어나는 것, ‘좋은 삶’을 누리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표현을 빌리자면 ‘온전한 발전’이다. 온전한 발전은 빈곤과 불평등 해소와 같은 사회적 책임과 공동의 집을 보전하는 생태적 책임을 포함한다. 사회적 고려와 생태적 배려 없이 좋은 삶은 없다.


자본이 지역을 찾는 목적은 지역 발전이 아니라 ‘더 많은 이윤’, 곧 성장이다. 지역의 삶과 자연은 자본의 관심사가 아니다. ‘글로벌 자본’이 지역에 들어와 막대한 이윤을 거두고 떠나면 남는 건 실업자와 황폐해진 지역 환경이다. 삼성과 SK 자본도 ‘자본’이다. 이재용과 최태원은 국가와 국민을 굽어살피는 영웅이 아니라 자본가다. 반도체 생산공장 유치로 지역 내 총생산(GRDP)이 급증하는 것과 성장의 열매가 지역에 남아 지역 발전을 일구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지역 균형 발전이 되려면 무엇보다 대다수의 지역 주민, 특히 가장 어려운 처지인 사람들이 성장의 혜택을 입어야 한다. 지역 균형 발전은 ‘지역 간’, ‘지역 내’ 균형을 모두 아울러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되게 할 책무는 자본이 아니라 정치와 행정에 있다. 정부가 앞장서서 국가총력 동원체계를 구축하여 지원하겠다는 ‘3대 메가’는 더욱더 그러하다.


생태 파괴와 기후 위기를 가속하는 그 어떤 사업도 ‘발전’일 수 없다. ‘3대 메가’도 예외일 수 없다. 기후와 생태 한계 내에서 설계하고 추진해야 한다. 이 프로젝트가 아니라도 우리나라는 이미 기후와 생태 한계에 다다랐다. 폭염과 폭우, 산불과 가뭄, 쏟아져 나오는 생활·산업 쓰레기만 봐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당장 ‘3대 메가’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정부는 또 신규 핵발전소를 거론하지만, 건설 기간을 생각하면 실제로는 화석연료를 쓸 공산이 크다.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위험 설비인 핵발전소와 지구를 달구는 온실가스 배출량만 늘어날 뿐이다. 기후 위기 시대에 할 발상이 아니다. 필요한 용수는 댐 높이를 높이고 공업·생활·발전·농업용수도 동원하겠다고 한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환경영향평가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라고 지시한다. 반도체 앞에서는 모든 게 하찮아지는가? 모두 무모하고 무리한, 발전을 훼손하는 발상이다. 


보면 볼수록 무엇을 위한 프로젝트인지 의문이 간다.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다. 방식이 잘못되면 속도가 높을수록 재앙은 커진다. 이렇게 밀어붙이면 소수만이 성장의 혜택을 누리는 ‘불균형 발전’은 있어도 지역 균형 발전은 있을 수 없다. 이렇게 하면 ’ 불균형과 불평등만 커지고 삶의 기반인 자연 생태계는 망가진다. 3대 메가 프로젝트는 실패하고 만다.



조현철 신부 (서강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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