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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사회] 좋은 학교의 그림자

김현직SJ 121.♡.226.2
2026.06.12 15:52 1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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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AI / AI generated 

 

저는 공부하러 호주에 온 지 이제 2년이 다 되어갑니다. 호주는 한국보다 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논의가 다양하고 깊지만, 도시에 사는 저에게는 먼 이야기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호주 원주민에 대한 탄압의 역사에 대한 교육과 지금 어떻게 그들을 존중하고 보상할지에 관한 논의들은 계속 이어져 오고 있고, 수많은 이민자와 이주노동자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적용은 한국보다 더 첨예하고 다양합니다. 그리고 배를 타고 호주로 찾아오는 난민들에 대한 이슈들까지 있지요. 이 가운데 가톨릭과도 관련이 깊고, 많은 사람들의 삶에 직접 닿아 있는 주제가 바로 공교육과 사교육 사이에서 깊어지는 격차의 문제입니다. 

 

올해 3월 제가 있는 멜버른에 속한 빅토리아주의 선생님들이 부족한 예산과 살인적인 업무 과중을 이유로 시위를 했습니다. 대략 3만 명이 넘는 선생님들이 시위에 참여했지요. 그래서 저는 동료 예수회 신부님께 예수회가 운영하는 하비에르 학교 선생님들도 시위에 많이 참여했는지 물으니, 저 시위는 공립학교 선생님들에 관련된 문제들이라 사립학교 선생님들은 그 시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호주는 대학교가 거의 공립으로 운영되지만(제가 공부하는 호주 가톨릭 대학도 공적 지원을 받는 대학입니다), 반면 초·중·고등학교는 많은 학교가 사립으로 운영되는 방식입니다. 공립이 64%, 가톨릭 학교가 20%, 그 밖에 독립적 사립학교가 16%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예수회를 비롯한 수도회와 교구 등의 가톨릭 기관은 대학교가 아닌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를 운영합니다. 가톨릭의 학교들은 사립학교로 대부분 등록금이 공립학교보다 비싸지만, 오랜 역사와 전통을 통해 명성을 쌓았고, 선생님들 또한 공립학교보다는 비교적 쾌적한 환경에서 학부모들의 이러저러한 지원들을 받으며 안정적으로 근무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이민자들은 교육에 대한 열정이 매우 높고, 많은 이들이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사립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고 싶어 합니다. 세속화가 빠르게 휩쓸고 있는 호주라서 미사에 참여하는 신자들은 감소하고 있지만, 교회가 지니는 힘 중의 하나는 아이들을 가톨릭 사립학교에 보낼 때, 본당 사제가 추천서를 써줄 수 있는 권한입니다. 그래서 교육에 관심이 많은 호주에 사는 부모들은 아이들이 원하는 학교, 곧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만 성당에 다니거나, 세례를 받고 입학 후에는 쉬는 신자가 되는 일들이 많습니다. 신부님들이나 열심한 신자들은 이른바 얌체 학부모 신자들의 모습에 큰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사실 문제는 근본적으로 조금 다른 데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만일 공교육의 수준이 좀 높고, 교육 수준이 잘 관리된다면, 굳이 부모들이 사립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기 위해서 신앙에 신실한 척을 하면서까지 세례를 받을까요? 그렇지 않겠죠. 지금도 정부의 지원금은 공립학교와 마찬가지로 사립학교에도 들어갑니다. 사립학교는 연방정부로부터, 공립은 주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기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사립학교가 더 많은 지원을 받는 것이 시위의 이유가 되기도 했습니다. 정부로서는 학부모들로부터 학비를 조금 더 비싸게 받더라도, 자신들이 주는 지원금 안에서 가톨릭과 다른 종교 기관들이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쳐 주고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자신들이 해야 할, 중등교육의 수준을 유지해야 할 책임을 다른 데 맡겨놓고, 이 사립·공립의 차이를 심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러한 이야기가 완전히 남의 나라 이야기만이 아니라고 느끼는 것은 한국의 교육 상황이 호주와 완전히 같은 방향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유지되어야 하는 공교육의 수준이 낮아지는 현상은 비슷하지 않나 생각해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교사들의 교육권과 노동권이 충분히 존중받지 못하고, 학생들의 교육 수준에 대한 대부분의 기대는 사교육에서 해결되고, 지역에 따른 교육 성취도의 차이가 심각해지는 문제 등은, 공적인 차원에서 유지되어야 할 시스템이 무너지고 각자의 능력으로 그 수준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호주와 한국이 이 근원적 문제를 공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국가가 공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더욱 신뢰가 간다고 하는 영역 중에서, 교육은 더는 그런 것에 해당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오랜 시간 교육에 힘써온 호주의 가톨릭 교육 기관들이 이제는 그 명성을 통해, 선별된 계층의 자녀들을 위한 사유화된 교육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이 시스템의 상황은, 한국의 상황에도 던지는 화두가 분명 있습니다. 물론 공교육 수준의 저하가 사립학교들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어떻게 모두가 보편적으로 누려야 하는, 누릴 수 있는 질적 수준의 교육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우리의 신앙 안에서도 함께 질문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현직 신부 (예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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