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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사회] 선교 본당에서 환대를 짓다

김정대SJ 121.♡.226.2
2026.01.26 14:03 13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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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일러스트(ChatGPT) 

 

현재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다섯 지역에서 선교 본당을 운영한다. 장위1동 선교 본당의 활동은 다른 네 지역보다 늦은 약 20년 전부터 시작됐다. 그 당시 이곳은 건설사와 부동산 투기로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합세하여 재개발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거셌다. 이런 환경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권 확보를 위한 치열한 싸움에 연대하기 위해서 이곳에 선교 본당을 설립 운영하게 되었다. 사실 이곳은 요즘 정치적 세력을 과시하는 어떤 종교인이 운영하는 교회에 대한 재개발 보상 문제로 시끄러웠던 장위동 재개발 지역과 멀지 않다.

 

선교 본당이 일하는 한 방식은 평화의 집을 통한 지역 활동과 사회복지 사업이다. 장위1동 선교 본당은 가정집 형태의 2층 건물인데, 1층에는 평화의 집그리고 2층에는 성당 공간에 본당신부가 기거하는 사제관이 붙어 있다. 그런데 장위1동 선교 본당의 평화의 집은 지난 202112월에 폐업하고 지금까지 별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고 빈 상태로 있었다. 아마도 코로나19 전염병 대유행 시기에는 그 공간 운영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그 공간을 어떻게 사용할지 계획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장위1동 선교 본당에 사목을 시작하고 얼마 안 되었기에 서두를 필요는 없었지만, 나도 1층 공간을 어떻게 이용할지는 마치 어려운 숙제를 풀어야 하는 것처럼 무거운 마음이었다.

 

마음 깊은 곳의 갈망을 쫓아가세요. 그러면 하느님을 만납니다.” 내가 들었던 말 중에 가장 멋진 표현의 하나이다. 그래서 나도 내가 좋아해서 사람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나는 ()범생()과 사람이긴 한데 나름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고 살았던 사람이다. 그래서 이 표현이 나의 마음을 끌었던 것 같다. 거의 25년 전, 나는 사제가 되어 노동자들을 교육하는 일이 아니라 그들과 편안하게 삶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삶이 보이는 창이라는 이름의 카페 형태의 술집이었다. 나는 이 술집을 내 인생의 정점에서 한 달이 모자라는 7년을 운영했다. 나는 그곳에서 자연스레 노동자들의 기쁨과 희망, 고통과 좌절을 들었고 그들의 삶의 투쟁에 연대하게 되었다.

 

마음 깊은 곳의 갈망을 쫓아가라”는 권고는 새로운 일에 초대받은 나에게도 역시 중요한 방향키였다. 우선 손님을 초대하여 담소를 즐기고 음식을 나누기에 사제관은 너무 좁고 답답했다. 그 답답한 마음이 나를 움직였는데 거의 4년 동안 비어 있었던 1층을 주목했다. 그리고 나의 마음에 올라온 갈망은 이 공간을 좀 더 합리적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었다. 그래서 신자들과 협의를 거쳐 교구의 시설 보수 공사 관례에 따라 작년 1124일부터 약 2주 동안 성당을 2층에서 1층으로 옮기고, 2층 사제관을 확대하여 손님방과 응접실 겸 식당을 만드는 리모델링 공사를 했다. 성당을 이전하고 난 후, 신자들은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더 좋아했다. 더 이상 좁고 경사가 급한 계단을 올라 성당으로 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성당 공간 못지않게 주방과 식당 공간을 확보해서 단장하는 것도 나에게 중요한 관심사였다. 마음을 따듯하게 해주는 온기는 주방의 화기에서 나온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성당에서 이루어지는 전례는 우리가 하느님과의 관계를 더 깊고 친밀하게 만들어가게 하는 의식이다. 그리고 주방과 식당에서 이루어지는 음식 나눔은 서로에게 사랑과 감사를 주고받으며 신뢰를 더 깊이 쌓아가는 의식이다. 나는 주방과 식당을 통해서 삶의 기쁨을 나누는 기념과 삶의 고통을 끊어내는 기념이 좀 더 자주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천 년 전, 세상에서 사람들과 함께 사셨던 예수님은 이렇게 사람들을 환대하여 그들과 사랑과 감사, 그리고 신뢰의 관계를 깊이 형성하며, 그들의 삶을 하느님에 대한 믿음으로 승화시킬 수 있게 하셨다.

 

장위1동 선교 본당은 기본적으로 천주교회의 전례 공동체이다. 그렇다고 이 공동체가 세상으로부터 격리되어 전례만을 위한 공동체이어서는 안 된다. 또 나는 이 집이 단지 선교 본당에 속한 사람들만 이용하는 공간이 되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많은 천주교회의 성당(전례 공동체)은 지역 사회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사회적 피해자들을 지지하고 위로하는 다양한 활동을 한다. 장위1동 선교 본당도 가난한 사람들과 사회적 피해자들, 그리고 선의를 가진 사람들과 연대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나도 기본적인 전례 공동체를 넘어 이 지역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연대하는 활동을 하라고 이곳에 파견되었다. 이런 연대 활동은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활동지만 우리 자신의 구원을 위해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는 활동이다. 지금 공동체 구성원들의 연령대를 고려할 때, 장위1동 선교 본당이 이런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이 공동체가 세상으로부터 멀어질 이유는 없다. 장위1동 선교 본당은 가난한 사람들과 선의를 가진 사람들을 환대하는 공간으로 개방을 상상하고 있다.

 

장위1동 선교 본당은 20명 정도가 둘러앉을 수 있는 성당 공간과 그 옆에 식당 공간과 주방 시설이 확보되어 있다. 이 주방과 식당 공간은 약 15명 정도의 인원이 한나절 또는 반나절의 모임과 음식을 나누기에 충분하다. 예를 들어,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면접 준비를 위해서 집단 스터디 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 독서 모임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주방 시설을 이용해서 혼자 사는 중장년 남성들과 함께 음식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요즘 나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 공동체의 사용 용도를 설명하며 다닌다. 시설을 보수하여 잘 단장하였으니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것이 남는 장사가 아니겠는가

 

김정대 신부 (장위1동 선교본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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