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사회] 자립준비청년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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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극중 인물 미지가 은둔형 외톨이로 3년을 보내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은 예전에 사회복지 보수교육에서 보았던 동영상을 떠오르게 한다.
유튜브 동영상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몇 년간 자신의 집에서 나오지 않고 하루 종일 라디오만 강박적으로 듣는 은둔형 외톨이 Bob의 이야기이다. 사회복지사 Martha는 Bob을 돕기 위해 Bob의 상태를 평가(assessment)하라고 젊은 신입 인턴을 보낸다.
그 신입 인턴은 Bob이 라디오 듣기를 정말 잘한다고 보고한다. 그리고 사회복지사와 인턴은 하루 종일 단파 라디오를 듣고 뉴스를 기록해야 하는 근처 해안경비대 (Coast Guide)를 찾아가 Bob을 자원봉사자로 써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해안경비대는 Bob의 작업에 만족했고 정식 직원으로 고용했다. Bob은 월급이 생겼고, 레스토랑에 가본 지 너무 오래됐다며 젊은 인턴에게 함께 식당에 가줄 수 없냐고 부탁했다. 그 둘은 한 레스토랑의 단골이 되었고, 종업원들과도 친구가 되었다.
사회복지학의 관점 중에 1990년대부터 데니스 샐리비(Dennis Saleebey) 등이 주장한 강점 관점이 있다. 이론이나 모델이 아닌 관점이다. 이 관점은 개인, 집단, 지역사회가 가진 문제점이나 병리 현상에 집중하기보다는 강점, 잠재적인 가능성에 더 집중해서 보자는 접근 방식이다.
만약 젊은 인턴이 Bob을 강박적으로 라디오만 듣고, 다른 것에는 관심도 없어서 은둔형 외톨이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없다고 평가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Bob은 지금도 방에 틀어박혀 있을 것이다.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미지의 장점은 달리기를 잘하는 것인데, 발목을 다쳐 더 이상 육상 선수로서 뛸 수 없게 된다. 그것이 그녀를 좌절하게 한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던 나는 미지의 장점은 달리기를 잘하는 것만이 아님을 보게 된다. 할머니의 병간호를 따뜻하게 하는 모습이라든지, 공감을 잘하는 모습, 솔직한 점 등은 그녀가 충분히 다른 사람을 돌보는 사람이나 동반하는 사람으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보게 한다.
자립준비청년, 보호대상아동을 만날 때에도 이런 강점 관점이 중요하다. 경제적으로 도와줄 부모님이 없으니,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공장의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것이 경제적 자립을 위해서 좋은 대안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공장의 생산직이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 청년들도 있다. 고등학교에서 합격률이 30%도 되지 않아서 어렵다는 용접 자격증을 땄지만, 용접에는 흥미가 없어 공장에서 몇 달 후 나온 청년도 있다. 또 제과제빵 자격증을 땄지만, 취업을 해보니 자신과 잘 맞지 않았다는 청년도 있다.
자립준비청년들의 진로를 결정할 때, 청년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점이 강점이고 가능성이 있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꼭 공장이 아니더라도, 전문대학교에서 실용적인 학과 공부를 하는 방법도 있다. 또 중, 고등학교에서부터 인내심을 가지고 공부해 4년제 대학교의 다양한 과에 진학하는 방법도 있다.
천리마는 늘 있지만 천리마를 알아보는 백락(伯樂) 같은 사람은 항상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나는 백락처럼 자립준비청년의 숨어 있는 강점을 알아차릴 수 있는 그런 사람인가? 아니면 눈에 보이는 것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주변의 평판과 선입관에 묻혀서 청년의 잠재력을 가로막는 사람인가?
어쩌면 강점 관점은 신학적인 관점과도 공통점이 있다. 창세기는 하느님께서 인간을 당신의 형상(Imago Dei)대로 창조하시고 보시니 참 좋았다고 한다. 하느님의 형상을 닮은 자립준비청년에게서 늘 희망을 보시는 하느님의 시선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그런데 이 말은 자립준비청년들 뿐만 아니라, 절망에 빠진 우리 자신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어쩌면 도무지 잠재력이라곤 없는 것처럼 보이는 깜깜한 때조차, 우리는 어딘가 숨은 잠재력과 강점을 지닌 것은 아닐까. 각자의 강점을 살려 서로 돕고 사랑하는 세상이 되도록, 하느님께서 그러신 것처럼 우리 모두 서로의 강점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
김건태 수사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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