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사회]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법률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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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준비청년 건호(가명)가 구직에 실패하고 수차 편의점에서 절도를 했는데 CCTV에 찍히고 붙잡혔다.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데 건호는 부모님이 안 계셔서 도주의 우려가 크다고 보고 구속한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 중이다. 그 소식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아쉬울 때마다 법률 자문해 주며 도와주는 변호사 친구에게 문의 했다. 내가 보기에는 소액절도 사건인데 구속까지 시켜야 하냐고 물었다. 변호사의 답변은 소액 절도라도 횟수가 많으면 구속될 수도 있는데, 사건 초기에 변호사를 선임했으면, 구치소에 구속은 되지 않았을 거라고 대답했다. 아마도 변호사를 선임한다는 사실 자체로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여겨질 것이며, CCTV로 증거가 명확하므로 증거인멸을 할 수도 없으니, 구속할 이유가 없다고 변호사가 주장하면, 그 주장이 받아들여졌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구치소는 교도소와 다르지만, 여전히 강력 범죄를 저지른 잠재적 범죄자와 만날 확률이 높은 장소이다. 그런 장소에서 조직폭력배 라든지 다른 전과가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피할 수 있었는데 초기에 변호사를 섭외하지 못해 그런 위험에 처하게 된 것이 마음 아프다.
또 다른 자립준비청년 건규은 IT업계 회사에서 사람을 뽑는다는 광고를 보고 갔는데, 재판을 받게 된 이유는 보이스 피싱 범죄조직에서 현금 인출책 노릇을 했다는 검찰의 주장 때문이라고 한다. 건규는 자신은 평소에 하던 엑셀 작업을 했고, 하루는 엑셀 작업 외에 은행에서 돈을 찾아오라고 해서 찾아왔을 뿐인데, 무려 4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지금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만약 사건 초기 수사 단계에서부터 건규가 적절한 법률 서비스를 지원받았다면 어땠을까? 아는 지인이나 어른, 기관, 재단의 도움으로 법적 보호를 받기가 어려웠다면, 국가에서 국선변호인을 수사 단계에서부터 자립준비청년에게 배정하는 방식으로 국선변호인 제도를 확대 적용시키면 어떨까?
적지 않게 자립준비 청년들이 아동 양육시설에 탄원서를 써달라고 방문한다. 그런데 도움을 청하는 시점이 이미 수사가 끝나고, 검찰로 사건이 넘어와서 재판이 거의 다 진행되고 형량이 결정되는 단계에 탄원서를 써달라고 방문한다. 수사 단계에서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과 재판 과정에서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은 큰 차이가 발생한다. 또 심한 경우, 피해자인 자립준비청년이 오히려 가해자로 억울하게 뒤집어쓰기도 한다.
많은 변호사분들께서 국선변호사 제도를 통해서, 또 그밖에 다양한 형식으로 자립준비청년을 동반하고 계신다. 그런데 이와 더불어 국가에서 국선변호사제도를 확대하여 수사 시작 단계에서부터 자립준비청년들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해 본다.
병이 나서 아프면 병원에서 의사를 만나 치료를 받듯이, 법률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자립준비청년에게 있어서 변호사의 도움은 사치품이나 고가품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사실은 필수품이다. 왜냐하면 법적 보호를 적절히 받지 못하면, 전과가 남고 오랜 시간 사회와 격리되는 등 사실상 재기가 어려운 타격을 입게 되는, 사회적 사망선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잘못에 대한 책임을 져야겠지만, 억울하게 과도하게 벌을 받지 않으면 좋겠고, 만약 잘못이 가벼워서 한 번 더 기회를 줄 만하다고 생각되면, 벌보다는 교육과 봉사를 통해 인도하는 것이 어떨지 고민해 본다.
국선변호사제도의 수사단계부터 개입확대에 대해서 주장했다. 그런데 한 가지 더 언급하고 싶은 것은 배가 고파서 편의점 절도까지 가야 했던 건호의 상황이다. 더 이상 손 벌릴 친구도, 어른도, 수도자도 옆에 없었다는 현실. 최후의 심판에서 마치 물어보시는 듯하다. 건호가 배가 고파서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칠 때까지 너는 어디 있었냐고.
김건태 수사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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