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2035 NDC, 온실가스는 얼마나 줄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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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30)가 11월 10일부터 21일까지(현지 시간)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고 있다. COP30에 즈음한 기후 현실은 엄중하기만 하다. 지난 11월 4일 나온 유엔환경계획(UNEP) ‘배출량 격차 보고서 2025’를 보면 2024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577억t으로 2023년 대비 2.3% 증가했다. 2023년 증가율 1.6%를 크게 웃돌고 기후 위기의식과 대응이 미약했던 2000년대 연평균 증가율 2.2%보다도 높은 수치다. 기후위기는 심해지는데 증가율이 높아지는 게 심상치 않다. UNEP 보고서가 배출량 증가의 결정적 요인으로 산림파괴를 꼽았는데, 이를 고려해 보면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에 의한 가뭄·홍수·산불 빈발→온실가스 흡수원인 산림 파괴→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라는 되먹임 고리에 이미 빠져 앞으로 갈수록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파르게 늘어나리라 추정할 수 있다. 우울한 전망이다. 유엔환경계획은 현재 추세라면 지구 평균 온도는 이번 세기말 산업화 이전 대비 2.8도 오르고, 각국이 기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이행해도 2.3~2.5도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지난 3월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에서 2024년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처음으로 1.5도를 넘었다고 밝혔다. 다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6차 평가보고서(AR6)에서 정의한 대로 ‘20년 평균’으로 계산한 온도 상승 폭은 1.34~1.41도로 추정했다. 장기적인 기준에서는 1.5도로 제한할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는 셈이다. 지난 10월 세계기상기구에서 나온 ‘온실가스 연보’를 보면 이산화탄소·메탄·아산화질소 농도도 역대 최고였다.
“COP을 파티로 만들지 말자.” 엄중한 기후 현실을 의식한 듯 COP30 의장 안드레 코헤아 두 라고는 이번 총회가 화려한 이벤트가 아니라 실질적 해결책 논의의 자리가 되도록 화석연료 축소와 산림 복원 등 온실가스 감축 이행 방안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파리협정은 회원국이 5년마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이전보다 강화해서 제출하도록 정했는데, 올해는 2035년 감축 목표를 제출하는 해다. 하지만 원래 기한인 9월 말까지 제출한 나라는 64개국뿐이었다. 기후 현실은 엄중하기 짝이 없는데 반응은 느긋하기만 하다.
지난 11월 6일 우리 정부는 ‘50~60% 감축’ 또는 ‘53~60% 감축’을 ‘2035 NDC’ 최종안으로 공개했다. 그동안 48%, 53%, 61%, 65% 감축안을 두고 논의해왔지만, 특정 숫자가 아니라 ‘범위’를 목표로 내놓았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기후 소송에서 NDC는 ‘과학적 사실’과 ‘국제 기준’에 근거해 수립해야 한다고 판결했고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2035 NDC’는 2018년 대비 61.2% 감축이다. 정부가 내놓은 감축 하한선 50%나 53%는 과학적 사실과 국제 기준에 근거하지 않은 ‘위헌적 숫자’이며 상한선 60%는 지키지 않아도 그만인 ‘영혼 없는 숫자’다. 환경부는 하한선이 ‘현실적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 둔 목표라고 설명했는데,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상한선은 비판을 무마하려는 눈가림용 숫자에 불과하다. 지난 10일 ‘2050 탄소중립 녹색성장위원회’는 ‘2018년 대비 53~61% 감축’을 최종안으로 확정했다.
우리는 대개 온실가스 감축을 ‘탈탄소 기술’에 의한 감축으로만 생각한다. 화석연료는 재생에너지로, 내연기관차는 전기차·수소차로, 철강 생산은 코크스(석탄)에서 수소 환원 제철 방식으로, 시멘트는 혼합시멘트로 전환하고 대기 중 탄소는 포집·저장하는 식이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이 탈탄소 기술에 단순 비례한다고 여기면 큰 착각이다. 어떤 기술이든 기술을 구현하려면 기계가 필요하고, 기계를 만들려면 물질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물질을 얻으려면 에너지가, 에너지를 얻으려면 물질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은 불가피하다. 재생에너지 발전을 획기적으로 늘리려면 발전설비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필요해지니 핵심 소재인 철강 수요도 획기적으로 늘어난다. 모든 내연기관차를 전기차·수소차로 바꾸고 계속 생산량을 늘린다고 생각해 보라. 철강업은 대표적인 대규모 탄소 배출 업종이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수소 환원 제철 기술은 아직 연구개발 단계에 있으며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설사 이 기술을 조기에 상용화한다고 해도 늘어난 전력 수요를 탄소 배출 없이 감당하려면 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려야 하니 철강 수요가 늘어난다. 이 확대 순환을 화석연료 없이 감당할 수 있을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우리는 갈수록 에너지 소비를 늘려왔다. 늘어난 에너지 소비를 감당하려고 우리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서 화석연료도 함께 늘려왔다. 올해 상반기 재생에너지(34.3%)가 처음으로 석탄(33.1%)을 제치고 세계 최대 전력원이 됐지만, 석탄 사용량 자체는 오히려 늘어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생에너지 확대보다 전력 수요 증가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확충한 재생에너지는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늘어난 에너지 수요를 보충하는 데 쓰인다.
지금 시대의 화두인 인공지능(AI)은 ‘전기 먹는 하마’다. AI 구현의 핵심인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생산에는 막대한 전력이 들어간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가 완공되면 수도권 전력 수요의 25%에 달하는 10GW 이상의 전력이 필요하다. 이 중 3GW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충당할 계획인데, 발전소 건설과 가동 과정에서 모두 온실가스가 나온다. 나머지 전력을 다른 지역에서 끌어오려고 하는데 그러려면 총 14개 노선 1153km에 이르는 송전선을 깔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삶과 자연이 파괴되고 온실가스도 대량으로 나오게 된다. 전국 곳곳에서 ‘밀양’이 재현될 판인데, 정부는 AI 강국만 외치고 이 엄연한 현실은 외면한다.
에너지 소비를 계속해서 늘리면 어떤 기술로도 온실가스를 ‘지금 필요한 만큼’ 감축할 수 없다. 에너지 전환에 앞서 삶의 전환을 생각해야 한다. 기후위기는 단지 에너지 문제가 아니라 ‘더 많은’ 이윤이 목표인 성장주의 경제 문제다. 생산과 소비 증대를 뜻하는 성장은 ‘더 많은’ 에너지와 물질을 요구한다. 성장 체제는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 것을 알아도 선뜻 줄이지 못하게 한다.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체제 전환 없이는 필요한 만큼 온실가스를 줄일 수 없다. 기술로 성장을 추동하며 온실가스도 함께 줄이겠다는 주장은 기만이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면 전환과 함께 물질 사용 총량을 줄여야 한다.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온 성장을 재고해야 한다. 무조건 성장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무조건 성장’을 ‘필요한 부문의 성장’으로 전환하자는 말이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별하고 ‘하지 말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 지난 9월 기본계획 취소 판결을 받은 새만금국제공항 사업은 타당성, 안전성, 생태 보전 측면은 물론 온실가스 측면에서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의 표본이다. 가덕도 신공항과 제주 제2공항 사업도 마찬가지다. 설악산이나 지리산 같은 자연보호구역은 개발하지 말아야 할 곳이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의 분별과 결정은 시민이 주도하는 민주적 절차를 거치면 된다. 그렇게 하면 사회적 수용력이 커지고 성장 사회에서 잃어버린 충분함과 적절함의 감각도 회복할 수 있다.
현재를 고집하면 미래는 현재의 연장이며 변화는 없다. 성장이 가져올 미래는 현재의 양적 팽창일 뿐이다. ‘우리의 현재’를 직시해도 그런 미래가 정녕 바람직할까? 먼저 우리가 바라는 미래를 그려보자. 그 미래를 현실로 만들려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지, 온실가스는 얼마나 줄여야 할지 고민하자. 그럴 때 미래는 현재의 변화를 이끄는 힘이 된다.
조현철 신부 (녹색연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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