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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새만금 공항 판결의 교훈, 생물 다양성

조현철SJ 121.♡.226.2
2025.10.24 14:01 3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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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서울행정법원은 20226월 국토교통부(국토부)가 고시한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안전과 자연환경 보전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인정한 기념비적인 판결이다. 재판부는 공항 입지 선정 과정에서 조류충돌 위험을 고려해야 하지만 국토부가 이 사업의 타당성 평가에서 조류충돌 위험 항목을 넣지 않아 공항 입지 선정에 조류충돌 위험이 전혀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는 국토부가 평가 모델의 일관성 없는 적용, 다른 공항의 평가 결과 제시, 평가 대상 지역 축소 등의 방법으로 조류충돌 위험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했고 입지 대안을 비교·검토하는 과정에서도 조류충돌 위험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공항 건설을 추진하며 편법을 동원하고 평가 방식을 왜곡·조작했다는 재판부 지적에 할 말이 없을 줄 알았던 국토부가 지난달 22일 항소했다. 국토부는 항소 이유로 새만금국제공항이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국정과제이며 지역의 투자 유치 및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이 사업은 타당성 평가 결과 비용편익비가 0.479로 비용이 편익보다 두 배나 커 원래 경제성이 없었다. 그동안 국가 균형 발전의 명분을 내세워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고 이 사업을 추진했지만, 재판부가 지적한 높은 조류충돌 위험에 의한 항공 운항 안정성과 인간 생명권 위협, 생태적 악영향은 국가 균형 발전의 명분을 지우기에 충분하다.

 

재판부는 국토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제시한 보완 대책이 모두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우선 공항 부지의 조류충돌 위험도가 무안공항의 최대 650배로 너무 커서 조류충돌을 예방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고 충돌 저감 방안은 시행할수록 법정보호종 조류 서식지를 파괴하기 때문에 법종보호종 조류 보호 규정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또한 법정보호종 조류 보호 대책은 실효성이 없고 공항 부지의 근본적인 한계로 앞으로도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없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서천갯벌 보전 대책은 관계 기관과 협의’, ‘법정보호종 철새의 이동 특성 조사등으로 추상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공항 개발은 공항 부지와 생태적으로 연결된 서천갯벌의 자연환경과 조류 서식환경에 회복하기 어려운 악영향을 끼쳐 생물 다양성 훼손과 생태계 파괴를 초래할 것이다. 새만금신공항은 시작하지 말았어야 할 사업, 지금이라도 그만두어야 할 사업이지만 국토부는 이를 인정하는 대신 항소했다. 경제성도 없고 안전을 위협하고 생태환경을 파괴하는 탓에 국가균형발전 명분도 사라진 사업을 지속할 근거를 국토부는 도대체 어디서 찾으려고 하는가.

 

이제라도 국토부는 안전과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번 판결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항소를 취하해야 한다. 같은 문제가 있는 가덕도신공항과 제주 제2공항 계획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2023년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가덕도신공항 연간 예상 조류충돌 횟수는 무안공항보다 최대 246배 높았다. 2021년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제주 제2공항 조류충돌 위험도는 현 제주공항의 20, 무안공항의 568배였다. 2023년 평가에서는 위험도를 의도적으로 낮추려고 국토부가 불명조류의 충돌 건수를 전부 제외했지만, 각각 8.3배와 229배 높게 나왔다. 이건 공항을 지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면 앞으로 안전과 생태계 파괴 문제가 불거질 게 뻔하다. 더구나 전국 15개 공항 중 11곳이 적자인 우리나라에서 공항은 개발할수록 비경제적인 사업이다. 이참에 정부는 기존의 개발 패러다임과 맹목적인 성장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는 재판부가 우려한, 공항 개발로 인한 생물 다양성 훼손과 생태계 파괴를 가볍게 여기서는 안 된다. 식물과 동물과 미생물은 서로 협력하여 우리 삶에 필수적인 다양한 서비스를 거저 제공한다. 이 생태계 서비스는 돈으로도 살 수 없고 우리가 제대로 만들 수도 없다. 우리는 흔히 비인간 생물을 있으면 좋고 없어도 되는 것으로 치부하지만, 생명의 그물망인 생태계 내의 연쇄 파급 효과로 어느 생물이 핵심적인 생태계 서비스에 중요한지, 한 종의 소멸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리는 잘 모른다. 만일에 대비해서라도 최대한 많은 생물을 보존해야 한다. 생물 다양성 보존은 장기 생명 보험이며 종의 인위적 소멸은 이 보험을 해약하는 것과 같다.

 

생물 다양성은 우리에게 무상으로 주어진 자연 자산이다. 박경리 작가가 말했듯이 우리는 자연의 이자로만 살아야지 원금을 까먹으면 삶을 지속할 수 없다. 우리는 이미 건축, 개간, 채굴, 벌채, 간척 등으로 자연의 원금을 대량으로 까먹었고 이제 곳곳에서 위험 신호가 울리고 있다. 산의 나무를 베고 쇠기둥을 박는 것은, 강바닥을 긁어내고 보를 만드는 것은, 바다를 메우고 방조제를 세우는 것은 어리석고 이기적인 행위다. 산과 강과 바다에 깃든 수많은 생물을 없애고 그들이 우리에게 거저 베푸는 혜택을 걷어차니 어리석고, 그 피해는 지금 우리가 아니라 미래 세대가 입으니 이기적이다.

 

산과 강과 갯벌은 생물 다양성의 보고다. 이제라도 4대강은 보 해체로 재자연화하고 새만금 갯벌은 상시 해수유통으로 최대한 복원해야 한다. 설악산과 지리산을 비롯한 전국 산지에 케이블카를 세우려는 계획은 포기해야 한다. 생물 다양성은 우리 정서에도 중요하다. 새가 하나도 없거나 한 종류만 있는 하늘, 풀과 꽃이 없는 들, 나무가 없는 산을 상상해 보라. 생물 다양성이 커질수록 우리 삶은 풍요로워진다. 이제는 자연에 대해 무엇을 할 것인가 보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때다. 우리 삶은 자연에 의존한다는 엄연한 현실을 자각하고 자연 자체의 가능성을 존중하고 보전하며 더불어 살려는 마음이 절실하다.

 

 

조현철 신부 (서강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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