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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길, 2024 한일사회사도직회의 보고

인권연대연구센터 121.♡.226.2
2024.11.15 15:04 9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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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일부터 4일까지 일본 오사카에서 한국 관구와 일본 관구 사회사도직 위원들의 정기 모임인 한일사회사도직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번 모임은 오사카 가마가사키 지역에 위치한 여로의 마을(旅路)’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여로의 마을1970년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메시지에 따라 억압받는 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설립된 예수회의 사회사도직센터입니다. 처음에는 결핵 환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시설로 시작했으나, 현재는 젊은이와 노동자들의 교류 공간이자 빈민 사목 연수의 거점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첫날인 111일 오후에는 가마가사키 지역 투어와 기독교협우회 관련 시설 방문이 있었습니다. 가마가사키는 1920년대 형성된 일본 최대의 일용직 노동자 밀집 지역으로, 1960년대까지는 가족 단위 도시 빈민들도 많이 거주하던 곳입니다. 1990년대 버블 경제 붕괴 후 많은 일용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노숙자가 되었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복지 센터가 들어섰습니다. 오늘날에는 노동자 고령화와 2000년대 이후 시작된 재개발로 지역의 모습이 점차 변화하고 있습니다.

 

저녁에는 도쿄 소피아대학에서 국제경제학을 가르치는 시모카와 신부님의 강연이 있었습니다. 25년간 도쿄 시부야 지역의 노숙자들과 함께한 시모카와 신부는 현대 경제의 세계화가 경제적 가치를 문화적, 정치적 가치보다 우위에 두게 만든 현상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빈곤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효율성만을 중시하는 경제 논리가 사회를 지배하며 비효율적인 존재들을 배제하고 소외시키는 문화에서 비롯되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공동체 형성과 국경을 초월한 연대를 도모하는 데 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비전도 제시되었습니다.

 

둘째 날에는 와타나베 타쿠야 교수의 발표를 통해 오사카 도시 빈민과 재개발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강연에서는 1990년대 이후 가마가사키가 노동 시장으로서 쇠퇴하고, 노동자들의 고령화로 인해 지역의 성격이 변화해 온 과정을 상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진행된 마을 만들기 사업이 실제로는 일용직 노동자와 노숙인들을 대상화하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을 통해 누구를 위한, 누구에 의한 마을 만들기인가?”라는 주체성의 문제를 성찰할 수 있었습니다.

 

오후에는 가마가사키와 오사카성 주변을 방문하여 공공 공간의 상업화 현장을 확인했습니다. 오사카시는 1987년 텐노지 박람회 이후 공공 공간의 상업화를 추진했으며, 2015년 텐시바 공원을 재개발하며 광장을 상업화했습니다. 특히 2016년 오사카성 공원 상업화 과정에서 노숙자들의 쉼터였던 시민의 숲 정자가 폐쇄된 사례는 개발로 인한 빈곤층 배제의 전형적인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 날 아침에는 가마가사키 지역에서 오랜 시간 가난한 노동자들과 함께 살아온 프란치스코회의 혼다 테츠로 신부님의 주례로 고향의 집 성당에서 주일 미사가 있었습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미사의 주인공으로 초대하는 새로운 전례 형식에 참여하며,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사목이 아닌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오후에는 오사카 코리아타운을 방문해 역사자료관과 이쿠노파크 등을 견학하며 자이니치 공동체의 역사와 현재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곳은 1930년대 조선시장으로 불리던 재일동포들의 거점이었으며, 2000년대 한류 열풍으로 관광지화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재일동포들의 생활 기반이 되는 상징적 공간입니다. 최근에는 전통적 한국 문화와 현대 한류 문화가 공존하는 가운데 베트남, 태국, 자메이카 등 다양한 나라에서 이주민이 유입되면서 지역의 다문화적 특성이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자이니치 공동체의 생명력과 포용성을 확인하며, 오랜 차별과 배제의 역사를 넘어 공존하는 공동체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한일사회사도직회의는 일본 도시 빈민의 현실과 변화, 공공성의 위기, 소수자 배제 문제 등을 확인하며 현대 일본 사회의 포용과 배제의 메커니즘을 살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가난한 이들을 주변화하고 대상화하는 빈민 정책, 소비하지 않는 이들을 배제하는 공공 공간의 상업화, 재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공동체 와해 현상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 사회 역시 겪어왔고, 앞으로도 마주할 과제입니다. 한국과 일본의 예수회원들과 협력자들은 연대와 공감을 강화하며,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해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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