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image

  

[환경] 천천히 과하지 않게 살기

김민회SJ 121.♡.116.95
2021.05.31 18:05 3,573 0

본문

 

사본 -제목을 입력하세요 (3).png

 

제어장치가 없는 과도함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원하는 정보를 유튜브에서 검색한다고 할 정도로 유튜브의 인기는 대단하다. 그 인기를 반영하듯 전세계에 평균적으로 1분 동안 400시간 분량의 영상이 유튜브에 업로드 되는데, 하루에 업로드 된 영상만을 모두 보는데 무려 18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양의 디지털 정보량, 그리고 이 엄청난 정보를 저장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전기량과 여기에서 발생되는 열은 과히 천문학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열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보들을 모으는 서버들을 두는 데이터 센터를 바다 속에 짓는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인데, 사실 이는 지구 온난화 문제와도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한다. 영국 포츠머스 대학의 멜빈 봅슨 교수에 의하면, 오늘날 우리가 소장하고 있는 데이터의 양의 약 90%가 최근 10년 안에 만들어졌는데, 디지털 정보가 생산되고 저장되는 양은 앞으로 더욱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전망이라고 한다.

 

모든 사람에게 인기와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종목을 고르라고 하면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인데, 비트코인 채굴에 필요한 전력 소모량이 아르헨티나 혹은 네덜란드의 전력 소모량을 넘어선다는 통계가 캠브리지 대학교에 의해 소개된 적이 있었다. 실제로 비트코인 채굴의 약 70% 가량이 중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채굴을 위한 값싼 전기 생산을 위해 화석 연료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 그만큼 환경에는 매우 좋지 않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모두가 전기를 편하게 사용하고 또 그만큼 전기를 생산하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과도하게 전기를 사용하는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 한다.

 

대책 없는 완벽함

핵발전은 오늘날 과도하게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감안할 때 매우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발전 방식인데, 사실은 1950년대 중반에 이미 시작된 에너지 생산 방식이다. 워낙 가성비가 뛰어나기 때문에 아직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어서 전체 전기 생산의 15-20%를 차지한다. 이 발전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보통의 발전소는 터빈을 돌려서 전기를 얻는데, 핵발전소에서는 터빈을 돌리는 힘을 우라늄 원자핵의 분열에서 얻는다.

 

이 때 여러 중성자가 떨어져 나가면서 엄청난 에너지가 나오는데, 이는 석탄이나 석유를 연소시킬 때 내는 에너지의 양과는 차원이 다르다. 어마어마한 양의 영상이 업로드 되면 이것들을 보관하는 데이터 센터에서 엄청난 양의 전기를 소모하여야 하고,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서도 엄청난 양의 전기를 소모하여야 하니, 많은 양의 전기를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것은 당연히 유익하고 합리적이며, 핵발전은 이에 매우 부합하는 방식이다. 핵발전을 하는 경우 우라늄의 원자핵이 분열할 때에 고온이 발생하므로 이를 견딜 수 있는 원자로가 필요하다. 우라늄 1g으로도 석탄의 수백만 배의 열을 내고, 이렇게 뜨거워진 물이 증기가 되어 터빈을 돌리는데, 이 뜨거운 증기는 초당 50t의 바닷물을 이용해 냉각을 시켜야 한다.

 

여기까지는 좋다. 우리가 꿈에 그리던 발전의 원리이며 전기를 거의 무제한에 가깝게 생산해 낼 수 있으니 가성비도 최고이다. 그러나 세상은 너무나 공평해서 그에 대한 합당한 대가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방사능이다. 방사능은 자연에서도 존재하는 물질이지만 핵분열을 통해 나오는 방사능은 인체에 매우 치명적이다. 사고가 날 확률이 거의 없다고는 하지만 2011년에 후쿠시마에서 있었던 핵발전소의 사고는 우리에게 참으로 많은 것을 시사한다.

 

당시 강한 지진과 그로 인한 해일은 자연 재해이지만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사고는 사실 인재였다. 쓰나미로 인해 발전소가 침수가 되고 전기가 끊기면서 원자로에 냉각수 공급이 중단되었는데, 이 때 엄청나게 뜨거워지는 원자로에 바닷물이라도 집어 넣어 열을 식혔다면 어떠했을까 싶다. 염분 탓에 원자로는 영구적으로 못 쓰긴 하겠지만, 발전소 자체가 폭발하는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후쿠시마의 원자로는 폭발했고, 엄청난 양의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었으며, 계속되는 핵반응으로 인한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수는 방사능 오염수가 되어 하루에 180t씩 쌓이고 있다.

 

20214월 중순 현재 후쿠시마에는 125t 가량의 오염수가 적체되어 있다. 일본은 약 30년간 방사성 물질을 제거한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오염수 내부에 있는 삼중수소는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인체에 매우 치명적인 삼중수소는 반감기가 12년이기 때문에 이 반감기를 적어도 여러 번 거쳐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를 해야 삼중수소가 어느 정도 희석될 것이다. 일본의 도쿄 전력은 국민들을 안심시킨답시고 오염수를 처리수라고 바꾸어 부르면서 진실을 호도하지만,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이미 인류 전체의 재앙이 되어버렸다.

 

한계를 아는 겸손함

폭파된 원자로에서 핵발전은 계속 이루어지고 방사능이 지속적으로 나오기에, 일단은 원자로에 덮개를 설치해 임시로 봉합을 하고, 결국은 원자로를 완전히 해체해야 한다. 이를 해체하는데 약 40-50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을 보아서 이 문제를 처리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 같다. 핵발전소 사고를 아직 많이 경험해 보지 않은 상황에서 원자로 해체는 미지의 길을 걷는 셈이다. 핵발전을 통해 에너지를 얻기 시작한지는 꽤 시간이 지났지만, 고준위 방사능 핵폐기물은 말할 것도 없고 중저준위 방사능 핵폐기물을 처리하는 기술도 아직 걸음마 수준이거나 없다고 봐야 한다. 예를 들어 고준위 폐기물을 원자로에 중성자흡수제인 붕소를 타서 그냥 보관하거나, 핵폐기물들을 그저 땅에 묻거나 바다에 무단으로 버리는 수준이다.

 

방사능은 원자핵을 건드려서 나오게 되는 위험한 물질이고 오랫동안 피폭이 되면 인체에 매우 치명적인 만큼, 이것은 인간의 영역이 하느님의 영역이라는 확신이 든다. 분자에서 원자 수준으로의 분열은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무엇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등의 원소를 더 분열시켜 매우 강한 핵력을 인위적으로 교란시키는 것은, 하느님께서는 더 이상 허락하시지 않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따먹은 아담과 하와(창세기 3), 그리고 하느님께 도전하기 위해 바벨탑을 쌓아 올린 오만한 인간들(창세기 11)을 떠올리게 한다.

 

아담과 하와는 부끄러워서 몸을 숨겼고, 바벨탑을 지었던 사람들은 흩어져 모두 떠나버렸다. 하지만 아담과 하와의 후손들, 그리고 바벨탑을 쌓아 올렸던 자들의 후손들은 어디에 숨거나 떠날 수도 없고, 여전히 이 땅 위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 모두는 아직 이 땅에서 숨을 붙이고 살고 있다. 인간은 어느 정도 의욕을 갖고 발전을 추구할 자유가 있지만, 감당할 수 있는 만큼 피조물을 사용할 수 있는 절제력과 그 피조물을 사용한 만큼의 책임을 져야 한다.

 

아담과 하와의 죄는 아담과 하와로 끝나지 않고, 바벨탑을 지었던 자들의 오만은 그들의 오만으로 끝나지 않으며 대를 이어 오고 있다. 나 자신으로 끝나지 않고 다음 대를 생각하는 생태적 정신으로 살아가야 한다. 내가 올리는 하나의 영상, 내가 채굴하는 단 하나의 비트코인은 단지 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기억하여야 한다.

 

 

김민회 신부 (서강대학교 교목교수)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구글 애널리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