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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난민] 따뜻한 만남, 복된 만남

김성현SJ 121.♡.116.95
2021.03.23 19:22 837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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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하는 이주노동자센터(김포 이웃살이)에 단기 쉼터가 있습니다. 저희 쉼터에는 산업재해(이하 산재)나 병원 진료 혹은 공장 이직 상황에 잠잘 곳이 여의치 않은 분들이 오십니다. 요즘은 8명 정도의 이주 노동자들이 지내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 저는 무릎 전방 십자 인대 파열로 무릎 수술 후 재활을 하고 있는 필리핀 노동자 L(이하 L), ‘고관절 괴사라는 진단으로 양쪽 고관절 수술 후 재활 중인 캄보디아 외국인 노동자 S(이하S)와 발목 족저근 염증으로 치료 중인 R(이하 R)와 함께 서울 답십리에 있는 H병원을 갔습니다.

 

이분들은 모두 고향의 가족을 위해 용기를 내어 타지에서 열심히 일 하시다가 본의 아니게 사고로 혹은 노동 강도에 비해 몸이 그것을 버텨내지 못해 몸에 이상이 생긴 분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분들이 저희 센터에 처음 오신 날, 본인들의 건강 이상 문제를 상담을 하러 오셨을 때와 병원 첫 진료하는 날. , 의사 선생님 만날 때 제게 의사 선생님께 대신 여쭤달라고 하는 공통적인 질문이 있습니다. “언제부터 다시 일할 수 있을까요?”입니다. 그리고 , 꼭 다시 일 해야 하는데..”하고 제게 자신들의 바램을 나지막이 말합니다. 자신들의 몸이 지금 고통스럽게 아프고 힘든데.. 그리고 병원비용도 적지 않은데.. 그보다 가장 큰 두려움은 일을 더 이상 하지 못해 고향에 있는 가족에게 돈을 부치지 못하고, 자신들의 계획 보다 일찍 귀국하게 되는 것인가 봅니다.

 

이 날 제가 이분들에게 의사 선생님 방 앞에서 대기 의자에 앉으라고 안내 하는데, 다른 분들이 우리 쪽을 약간 놀래서 바라보기에 저도 다시 돌아보니 세 외국인이 모두 뒤뚱뒤뚱 걸어오는 모습에 저도 하마터면 웃음이 나올 뻔하며 사람들의 시선과 당황한 표정이 금세 이해가 갔습니다. 그리고 세 분이 앉아서 기다리시는 장면을 천천히 다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마치 베짜타 못 가에서 서른여덟 해를 앓던 사람이 예수님을 만났을 때, 그 곳에 아팠던 사람들이 치유를 위해 물이 움직이기를 기다리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마음이 짠하면서도 웃픈(?)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실제 아프게 되고, 고통받는 배경에는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불균형하고 구조적인 갑을관계가 있음을 떠올리면 슬프고, 화도 나고, 무력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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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이주노동자들의 이같은 안타까운 상황으로 시작된 만남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분들과 병원 동반을 함께 하며 작은 보람을 느낍니다. 언어 문제와 낯선 환경, 거동 불편으로 병원을 쉽게 갈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제가 동행하지만, 그 안타까운 만남이 복된 만남이 되는 변화를 체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복된 만남이 되는 한 가지 이유는 이분들을 동반하며 각자의 삶의 이야기도 진솔하게 들을 수 있고, 깊은 신뢰 관계를 쌓아가는 계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요즘 코로나19로 저희 쉼터에 계신 분들과 나들이하는 시간이 많이 줄었기에 병원 동반으로 거의 하루 일과를 함께 하다 보면 나름대로 가까운 친구가 되는 느낌이 들어 좋습니다.

 

병원 동반의 또 다른 체험은 후원자들의 따뜻함을 느끼는 것입니다. 우리를 후원해주시는 병원 의료진과 후원자들의 도움이 없다면 마음은 있어도 마음만으로 불가능한 것들이 너무 많기에 가까이에서 도움과 응원을 받으며 따뜻한 마음을 느끼는 기쁨도 있습니다. 다만 이 또한 제가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 날처럼 무리하게 세 분의 스케줄을 진행 한 후에는 저도 모르게 제가 '기능적으로 동반하면 안 되는데' 하며 자기반성의 마음도 듭니다.

 

이 날 의사 선생님 진료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에도 저는 노동자분들과 함께 얘기 나누며 이분들의 고향 이야기, 가족 이야기, 귀국 후 계획 등을 듣게 되었습니다. L씨는 아들딸 사진을 보여주며 해맑게 웃었고, R씨는 자기 고향에 땅을 사놓고 씨앗을 심어놓고 지금은 3년 후 5년 후 열매를 맺을 과수원 땅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S씨는 언젠가 제가 꼭 자기 나라에 오면 집에 그냥 몸만 오라고 합니다. 먹고 자는 거 다 제공해주겠다고 신나서 말합니다. 이들의 말만 들어도 금세 제가 부자가 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병원 동반이 끝나고 센터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저는 필리핀에 있을 때 먹었던 음식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필리핀에서 온 L씨가 갑자기 시장에 잠깐 세워 달라하더니, 다시 뒤뚱뒤뚱 걸어가 고기를 사오고, 캄보디아에서 온 S씨도 뒤뚱뒤뚱 걸어 야채를 사 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음식을 만들어서 쉼터에 계신 분들과 함께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순간 그 공간은 제게 그 어떤 근사한 레스토랑보다 멋진 최고의 식당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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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렇듯 이주노동자들도 각자만의 소박하지만 단단한 자신들의 미래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분들은 지금 제 옆에서 아픈 육신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어할지언정, 자신보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자주 이주노동자 분들은 예수님께서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우리 구원을 위해 십자가 지신 것처럼 혹은 자신들도 미처 모르는 채로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자녀들에게 그토록 알려 주시고자 하셨던 사랑의 실천을 자신들의 삶의 자리에서 소박하게나마 하지만 용기 있게 실천하고 계신 분들 일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끝으로 저희 이주노동자분들을 위해 언제나 도움을 주시는 하늘병원과 산모들의 출산을 도와주시는 여의도 성모병원에 감사드립니다. 저희가 갑작스러운 출산, 사고나 고통에 당황해 전화를 하면 신부님, 당장 저희 병원으로 오세요!”, “그런 질병은 저희가 잘 할 수 있습니다.” 하시고, 이주 노동자들에게는 저희가 최선을 다 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하고 그 누구보다 더 따뜻하게 그리고 단단하게 용기와 위로를 주시는 분들입니다.

 

이렇게 이주노동자와의 첫 만남은 대개 안타까운 사연으로 시작하지만 병원 동반이 끝날 즈음이면 복음 속 착한 사마리아를 만난 것과 같은 무수한 도움으로 우리들의 만남은 어느새 복된 만남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체험합니다. 저는 이 모든 만남 안에 우리 안에 계시는 주님의 손길을 느끼며 이 땅에 함께 사는 이주민과 저희 선주민 모두가 성령의 도우심 안에서 점점 더 깊은 이웃, 친구가 되어 가길 기도합니다.

 

 

 김성현 신부 (예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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