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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고통받는 일본 땅에 닿은 하느님의 자비

나카이준SJ 163.♡.183.94
2019.12.12 11:13 7,83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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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통받는 일본 땅에 닿은 하느님의 자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일본 방문을 돌아보며- 

 

1125일 도쿄돔에서 열린 미사. 미사가 시작되기 전 파파모빌레(papamobile, 교황전용차)를 탄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도쿄돔 필드를 돌아 입장하고 있었다. 축복을 바라는 아기들이 교황님 앞에 안기고, 교황님이 아이들에게 키스하고 축복할 때마다 박수갈채가 들려온다.

 

서서히 움직이던 파파모빌레가 멈추자 청중들은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해 하고 있었다. 주위 사람들과 경비원들이 모두 그곳이 아닙니다라고 말했지만 교황님은 사람들 속으로 다가가 나에게 오세요, 나에게 오세요라는 신호를 보냈다. 교황님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제지하는 경호원들을 뿌리치고 한 어머니가 교황님에게 달려갔다. 어머니의 손에 들린 파일에는 한 소년의 사진이 붙어있었다. 잠시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축복하는 교황님. 당시에는 그 장면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후 우연히 그 어머니와 만나 얘기 나누게 된 나의 친구에게 그 사정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그 어머니는 13세의 아들이 뇌종양에 걸려 의식 불명 상태가 계속되자 아들의 사진을 교황님께 축복받고 싶다는 일념으로 저 멀리 후쿠이현에서 도쿄까지 와 미사에 함께했다고 한다. 교황님은 입장 중에 멀리서 소년의 사진을 필사적으로 보이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무언가를 느끼신 것이다. 그 순간은 하느님의 자비의 손이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통해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도착하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나는 이 장면, 이 순간이 교황님의 일본 방문의 의미를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교황님은 아베 정권의 열렬한 러브콜에는 응답하지 않았지만 일본 가톨릭교회가 적극적으로 당신을 초대하지 않았음에도 일본으로 갈 것을 결심하셨다.

 

미사에 함께한 한 신부님께서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교황님은 기도 속에서 모든 것을 결심하십니다. 교황님은 기도 속에서 하느님께서 지금 일본이 처한 위기를 우려하는 것을 느끼고, 우리를 깨워야 한다고 결심하셨던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우리는 교황님의 방일을 그저 축제로 즐거워하며 보내는 것이 아니라 교황님이 전하는 메시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실천하며 나아가야 합니다.

 

나 역시 이 말에 깊이 동의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나가사키에서는 원폭 투하 중심지에 세워진 니자카 공원을 방문해 원폭 피해자와 가족이 겪은 고통을 위로하고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는 우리들을 끊임없는 시련에 빠뜨릴 뿐이라며 핵폐기의 메시지를 분명히 하셨다. 더불어 히로시마에서는 평화를 위한 집회를 열고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방문하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셨다. 교황님은 핵발전소 문제에 대한 언급도 빠뜨리지 않았으며, 핵을 대신하는 더 안전한 에너지를 고민해야 한다고도 말씀하셨다.

 

도쿄돔에서 강론을 들으며 내 옆의 동기 신부님이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내 자신도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교황님께서는 병든 일본 사회의 상처를 느끼고 이 사회는 치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계심을 말하고 있었다. 그날 강론의 메시지는 주님의 자비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모든 생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안을 수 있는 그 큰 사랑을. 마치 약함도 야비함도 그냥 그대로, 적지 않은 모순도 시시함도 그대로 받아들이며 나아가라고 말씀하고 계신 것 같았다.

 

교황님을 통해 하느님의 자비와 긍휼의 손길이 일본에 닿은 것이다. 나는 주님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그와 같은 사랑으로 사람들을 받아들여라, 일본 사회가 바로 그런 야전 병원이 되라는 자비의 메시지를 들었다.

 

일정 마지막 날 교황님은 도쿄 상지대학교 예수회 수도원에서 예수회원들과 미사를 가졌다. 일본 서쪽에서 일하는 나는 인원 제한으로 초대받지 못했다. 가까이에서 뵐 수 없었던 것이 참 아쉬웠지만 돌아보면 이번 교황님 방문을 통해 하느님께서 전한 초대는 내 인생에서 일관되게 있어왔다. “예수님의 시선으로 사람들을 사랑하십시오. 당신 안에 예수님이 계시기에 괜찮습니다라는 메시지는 내 삶 전체를 통해 나에게 주어진 것이라고 느낀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주님의 자비로운 눈길. 이 눈길에는 우리 역시 하느님의 손을 잡고 그 자비에 함께 응답하라는 요구가 깃들어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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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이 준 신부(예수회) 

 시모노세키 노동교육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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