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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서평] 교황 프란치스코 나의 문은 항상 열려있습니다

정다빈 163.♡.183.94
2019.11.13 10:41 7,35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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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회가 발간하는 월간지 치빌타 카톨리카의 편집장 안토니오 스파다로 신부는 20138월 바티칸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인터뷰한다. 총 세 차례에 걸쳐 여섯 시간 동안 이어진 인터뷰는 치빌타 카톨리카에 실렸고 전 세계 곳곳의 예수회 잡지들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매스컴의 예외적인 관심을 받게 되며 스파다로 신부는 좌담 내용과 해설을 엮어 2014년 책으로 발간한다.

 

최초의 신대륙, 남반구, 예수회 출신의 교황이자 진보적 행보와 아픔에 공감하는 태도로 전 세계적인 지지와 대중적인 인기를 추구하고 있는 가톨릭의 수장.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책은 상당히 많이 나와있다. 그 가운데 스파다로 신부와의 대담집을 선택한 것은 이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 교회는 야전병원이 되어야 한다는 교황의 말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황은 오늘과 같은 역사적 순간에 교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상처를 치료하고 신자들의 마음을 뜨겁게 하는 능력과, 가까이 머물기, 곁에 있기라고 말한다. 더불어 나는 교회를 전투가 끝난 후의 야전병원으로 봅니다. 중상을 입은 사람에게 콜레스테롤이 있는지 혈당의 수치가 높은지 물어보는 일은 쓸데없는 일이지요. 먼저 환자의 상처를 치료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다른 모든 것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종교가 사회를 걱정하는 것이 아닌, 사회가 종교를 걱정하는 시대에, 교회의 역할은 무엇이며 교회는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묻는 질문에 교회는 야전병원이 돼야 한다고 말하는 교황의 답은 인상적이다. 현대인들이, 특히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교회가 제시하는 가르침에 대한 복종,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확립된 규칙을 따르지 못한 경우 뒤따르는 도덕적 단죄에 대한 거부감이 아닐까?

 

교황은 콜레스테롤과 혈당에 대해 묻기 전에 먼저 상처를 치료하라고 권한다. 더불어 다음과 같은 일화를 소개한다.

 

한번은 어떤 사람이 저에게 도발적으로 동성애를 인정하는지 물었어요. 저는 그에게 다른 질문을 함으로써 대답했지요. ‘말해보세요. 하느님께서 동성애자인 사람을 바라보실 때 애정을 가지고 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할까요, 아니면 그 사람을 단죄하면서 물리치실까요? 항상 사람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인간의 신비 안으로 들어가는 거지요. 하느님은 사람들을 삶 안에서 동반하십니다. 우리는 사람들을 그들의 처지에서 출발하여 동반해야 합니다. 연민을 가지고 동반할 필요가 있지요.”

 

동성애, 낙태, 젠더 이슈 등에서 교회는 앞으로 더 큰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출석하는 신자들이 줄어들고 사회적 영향력이 축소되고 모두가 교회의 위기에 대해서 말하는 시대에 희망은 있을까? 단죄하기보다 연민하고 사람 그 자체를 바라보라는 조언에서 희망을 찾고 싶다.

 

교황과 스피다로 신부 둘 모두 예수회원이며 예수회 잡지 치빌타 카톨리카에 기고된 내용인만큼 두 사람은 예수회원은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깊은 대화를 나눈다. 교황은 예수회원은 완성되지 않은 생각, 열린 생각의 사람이어야 하며 예수회원은 자기가 향해 가야 하는 지평선을 바라보면서, 그리스도를 중심에 두고 항상 계속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더불어 예수회원은 무엇보다 창의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교황은 1973년에 예수회 아르헨티나 관구장이 됐다. 그때 그는 고작 서른여섯이었다. 68운동이 촉발한 격렬한 변화의 흐름은 남미에도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60년대 말 수많은 예수회원들이 퇴회했고 아르헨티나에서도 예수회의 한 세대가 사라졌다. 젊은 관구장으로 교황은 아르헨티나의 요동치는 현대사에서 가톨릭의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위태로운 시대의 교회 지도자로서 교황은 이후 아르헨티나의 독재를 묵인했다는 비난을 받다가 나중에는 좌파였다는 공격을 받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신학교육을 받은 첫 교황이기도 하다.

 

대담 전체를 통해 교황이 강조하는 요소는 크게 세 가지다. 대화, 식별, 변방. 그러나 특별히 강조한 요소는 변방인데 교황은 교회 안의 어디에나, 가장 어려운 분야들과 막다른 곳과 이데올리기들이 엇갈리는 교차로와 사회적 참호 어디에나, 인간의 화급한 요구들과 복음의 항구한 메시지 사이의 대조가 있어왔고 지금도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예수회원들이 존재해왔고 지금도 존재합니다라는 바오로 6세의 말을 인용한다. 더불어 변방을 길들이려는 유혹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변방을 집으로 가져가면 안 되고 변방에서 살아야 하며 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파다로 신부는 교황이 성령강림절 전야에 교회 내 사회 운동 단체들을 만나 전했다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말을 많이 하지 말고 삶 전체로써 말하세요스파다로 신부는 이에 대해 삶은 말의 시금석이라는 구절을 인용해 교황의 말을 해석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관심과 애정, 폭넓은 계층의 지지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제들의 성추문 사건에 대한 대처, 미진한 바티칸 개혁과 관련한 비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신앙을 떠나있다 교회로 돌아오게 된 계기도 하느님을 믿지 않거나 믿음을 추구하지 않는 사람들을 하느님이 용서할지를 물은 질문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답변이었다. 교황은 하느님의 자비는 한계가 없으며 신앙이 없으면 양심에 따라 행동하면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 레푸블리카의 설립자 에우제니오 스칼파리가 교황과 서신을 주고받은 내용을 발표한 것으로 내용의 정확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단죄가 아닌 연민이, 배척이 아닌 연대가, 판단과 평가가 아닌 관용이, 벽을 허무는 다양성을 수용하는 태도가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교회의 역할이며 결국 더 많은 이들을 교회 안에 품을 수 있게 하는 힘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정다빈 멜라니아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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