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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국문화 읽기-화 (1편)] 아 '화' 난다

김병직 121.♡.116.95
2020.07.23 17:06 6,44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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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인천 국제 공항 공사 정규직 전환 문제, 고위 공직자 자녀들에 대한 특혜, 그리고 끝없이 치솟는 부동산 가격 등 한국 사회의 여러 중요한 이슈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그 사건들로 인해 사람들이 강렬한 부정적 감정 (emotion)’을 경험하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안정된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현실, 그리고 설사 직장을 구해 일한다고 해도 집을 장만하기는 불가능한 세상, 그래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퍽퍽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아마 분노(anger)’일 것입니다. 이 감정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기본 감정(basic emotion)이기에, 우리의 삶에서 결코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 사회의 다양한 이슈들로 인해 발생한 분노에 대해 국민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그것을 다루고 있는지, 그리고 특히 세대별로 어떻게 다르게 반응하는지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때 심리학적 관점을 적용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현실 사회에 만연한 분노라는 강렬한 감정을, 어떻게 하면 파괴적인 방식이 아니라 건설적이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다룰 수 있을지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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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분노할까요?

 

앞서 분노(anger)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기본 감정 (basic emotion)이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러니, 화가 났다고 해서 , 내가 잘못했구나.’라는 생각을 하실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은 이런 감정을 경험하기 마련이고, 특히 자신에게 소중한 무언가를 빼앗기거나 빼앗길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는 누구나 화가 나고 분노를 느끼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이지요(물론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는 그 화나 분노를 함부로 표현해서는 안 됨을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느끼는 것표현하거나 행동화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니까요).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분노는 그것을 지키기 위해, 빼앗으려는 대상에 대해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할 때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한다는 사실입니다. 분노는 마치 가솔린을 넣은 자동차의 엔진이 움직이기 시작하듯이 우리에게 어떤 힘을 제공하고 행동을 취하게 만드는 강력한 에너지원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분노를 경험할 때 좀 특정한 방식으로 반응한다고 심리학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대략 7개 정도의 반응이 많이 이야기되는데, 순서대로 이름을 불러주면 다음과 같습니다. 분노의 회피(emotional avoidance) / 억제(emotional suppression) / 분노의 내향화(anger-in) / 대치행동(displacement) / 수동공격(passive aggression) / 승화(sublimation) / 용서(forgiveness)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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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박사와 하이드입니다. 딱봐도 누가 박사인지 알 것 같습니다. 우리 안에 있는 하이드씨와 어떻게 하면 화해를 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위에 순서대로 나열한 분노에 대한 반응은 분노를 표현하느냐, 아니면 속으로 삭이느냐, (좀 유식하게 표현하면) ‘반응의 능동성과 외현화의 정도에 따른 것입니다. 우리가 표현하는 분노 반응은 위의 스펙트럼의 어떤 한 지점에 걸치게 된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먼저 회피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회피는 분노의 대상이 너무 강력한 힘을 지닌 경우, 분노를 표출하는 순간 그 대상이 자신에게 치명적인 보복을 가할 수 있으므로 마치 분노를 느끼지 않은 것처럼여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억제는 마찬가지의 두려움에서 분노를 느껴도 억누르는것입니다. 이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분노를 표시하는 것이 분노의 내향화입니다. 분노가 자기 자신의 안을 향한다는 것인데, 쉽게 말하면 분노의 대상을 자신으로 삼는 것입니다. 분노를 피하거나 억누르지는 않지만, 내게 중요한 것을 빼앗아 간 상대방에게 직접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에게 화를 내는것입니다. 자신이 나약하고 못났기에 빼앗긴 것이라고 합리화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분노를 내향화하는 것은 우울증 혹은 화병(火病)의 주된 원인 중의 하나가 됩니다.

 

한편 분노를 유발한 대상이 아닌 자신보다 약한 제 3자에게 분노를 표출할 수도 있습니다. ‘대치행동이 그것인데, 예컨대 부모님에게 혼이 난 아이가 그 화를 동생에게 푸는 것이 바로 대치 행동입니다. 그리고 제 3자가 아니라 분노를 유발한 대상에게 그 감정을 표출하는 경우 역시 당연히 있겠습니다. 우선 이런 적극적인 반응으로 들 수 있는 것이 수동공격입니다. 수동공격은 대상에게 지켜야 할 의무나 약속을 고의로 지연하는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대상에게 공격을 가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상사가 지시하면 앞에서 알겠다고 하고 의도적으로 일을 지연시키는 것입니다.

 

방금 앞에서 설명한 반응들은 사실 건강한 편은 아닙니다. 분명히 분노를 느끼지만 두려움에서 자기 안에 있는 분노를 외면하거나 억누르는 것, 분노의 대상을 엉뚱하게 자기 자신이나 무관한 이를 삼고 화풀이하는 것, 아니면 화가 난 대상은 제대로 찾았지만, 간접적인 방식으로 화풀이하는 것, 이런 것들은 결국 그 화를 적절하게 해소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보다 건강하고 바람직한 방식의 대처 양식들은 무엇일까요? 사회적으로 용인된 방식으로 분노를 표현하는 승화’, 개인의 철학/종교적 가치관을 기반으로 그 대상을 용서하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핵심은 이렇습니다.

-화는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문제는 화를 어떻게 잘 내는 가입니다.

-우리가 화를 내는 방식은 크게 7가지입니다.

-그중에는 건강한 방식과 건강하지 않은 방식이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약간 관점을 달리해서 우리 한국 사회에서 화를 내는 방식에 대해서, 그리고 세대별로 화를 내는 방식의 차이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병직 사도요한 교수 (울산대학교 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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