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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녹색대전환과 홍천양수발전

조현철SJ 121.♡.226.2
2026.10.28 14:37 2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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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정부는 ‘한국형 녹색대전환(K-GX)’이라는 사업을 발표하고 이 사업에 앞으로 10년간 1000조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말에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에 이어 또 하나의 대형 프로젝트가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녹색대전환이 3대 메가프로젝트 성공의 필수 전제라며 기후위기에 대응하면서 산업 경쟁력도 키우겠다고 했다.

 

녹색대전환을 보며 2020년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이 떠올랐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극도의 어려움을 겪고 있던 가운데 나온 한국판 뉴딜은 요즘에 비하면 소박하게 보여도 당시에는 우리나라 예산 3분의 1에 달하는 나름의 ‘메가프로젝트’였으며 이에 걸맞게 선도 국가로 ‘도약’하는 ‘대한민국 대전환’ 선언으로 소개됐다. 처음 나올 때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일색이었는데 이를 비판하는 소리가 커지자 뒤늦게 ‘그린’을 덧붙여 다음 해에 디지털·그린·휴먼 뉴딜로 정리됐다. 그린이 구색 맞추기라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3대 메가프로젝트도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한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초대형 사업을 속도전을 넘어 전격전으로 밀어붙이면서 이루겠다는 녹색대전환은 어떤 것일지 자못 궁금하다. 하지만 ‘1000조 원’이라는 거창한 녹색 이야기가 ‘지금 여기’의 녹색 이야기를 가려서는 안 된다. 신공항이나 산지 개발로 녹색을 없애면서 이루겠다는 녹색대전환은 공허하기만 하다. 정의로운 녹색대전환이 될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 당장 녹색을 훼손하는 정부 정책으로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에게는 딴 나라 얘기일 뿐이다.

 

지난 10월 3일 오후 동료 신부들과 함께 홍천군 화촌면 풍천리 마을회관을 찾았다. 올해로 8년째 홍천 양수발전소 건설 반대 집회가 열리는 곳이다. 집회가 시작되자 고요한 마을에 구호가 울려 퍼진다. “양수발전소 백지화하라!” 풍천리에 양수발전소를 지으면 인근 가리산 잣나무 숲을 가꾸며 평생을 살아온 마을 주민은 집과 마을과 숲을 잃게 된다. 삶 전체가 망가진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발전소가 들어서면 일자리가 생겨나 주민 소득과 지방 세수가 늘어나고 관광도 활성화된다고 홍보하지만, 주민들이 발전소가 들어선 지역에 직접 찾아가 확인한 실상은 달랐다. 발전소가 들어선 지역은 사람 다니는 걸 보기 힘들 정도로 죽었고 물은 댐에 막혀 썩었다.

 

양수발전소는 전기가 남을 때 하부댐의 물을 상부댐으로 끌어올리고 전기가 필요할 때 물을 떨어뜨려 발전하는데, 생산 전력이 소비 전력보다 적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만년 ‘적자 발전’ 신세인 양수발전소가 재생에너지 간헐성을 보완하는 데 필요하다고 설명하지만 풍천리 주민들은 발전량 조절이 힘든 '경직성 발전원'인 핵발전의 잉여전력을 ‘처분’하여 ‘블랙아웃’을 막는 게 주된 용도일 거라고 믿는다. 풍천리에서 양수발전소가 ‘전기 쓰레기장’이라고 불리는 까닭이다. 상부댐 부지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서식지이자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으로 원래 개발 제한 구역이었는데 발전소 부지로 선정되고 나서 등급이 낮아지고 규제가 완화되어 발전소를 지을 수 있게 됐다. 녹색대전환은 거짓과 불신과 편법으로 이룰 수 없다.

 

정부는 사람과 마을과 숲을 망가뜨려서라도 발전소를 지어야 할 이유를 주민들에게 제시하지 못했다. 정말 필요하다면 희생할 용의도 있다는 주민들은 이렇게까지 하면서 발전소를 지으려는 까닭을 도대체 알 수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7월 홍천 현장을 둘러보고 ‘애초에 하지 말았어야 할 사업’ 같다고 하더니 8월에는 주민들을 불러놓고 법률적 하자가 없고 공사를 중단하면 매몰 비용이 발생하니 공사를 계속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공사는 잘못됐지만 들어간 돈 때문에 강행하겠다는 억지로 주민들의 삶과 가리산 숲이 망가지게 생겼다. 명백한 국가폭력이다. 녹색대전환은 억지와 폭력으로 이룰 수 없다.

 

지역의 녹색을 파괴하며 나라의 녹색대전환을 이룬다는 건 자가당착이다. 녹색대전환은 거대 자본과 기술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녹색 기술보다 먼저 마음이 녹색으로 물들어야 한다. 3대 메가프로젝트 같은 초대형 사업을 급조해 툭 던져놓고 늘어난 전력 수요가 급증하니 핵발전을 더 지어야겠다는 마음은 녹색과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지난 8월 말 세상을 떠난 농부이자 시인이며 생태사상가인 웬델 베리는 화석연료는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적은 에너지’로도 대체해야 한다고 했다. 바로 이런 마음이 녹색으로 물든 마음이 아닐까. 녹색대전환은 녹색 마음에서 시작한다.

 

장자는 ‘기심(機心)’, 기계로 인한 욕심을 경계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기술이 우리 마음을 일방적으로 지배하는 ‘기술지배 패러다임’을 우려했다. 녹색 마음이 없는 기술은 사람을 교만하게 하고 탐욕을 부채질하여 녹색을 파괴한다. 그런 기술로 녹색대전환을 이룰 수 없다. 레오 14세 교종은 기술이 모든 것의 기준이 되면 무엇이 중요한지를 기술이 결정하게 되고 피조물은 착취 대상으로, 인간은 효율만을 숭배하는 시스템의 부품으로 전락한다고 경고했다.

 

“풍천리 그대로!” 우리나라 잣 가운데 62%가 가리산에서 나오고 풍천리는 그 중심이다. 산에는 70~100년 된 나무가 수두룩하다. 풍천리 주민들 소망은 단순하고 소박하다. 잣나무 숲에 기대어 살던 대로 사는 것이다. 성장주의의 눈으로 보면 ‘그대로’ 살겠다는 주민들의 삶은 ‘정체’로 보일지 모르나 녹색의 눈으로 보면 ‘그대로’ 사는 것은 정체가 아니라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는 순환이다. 녹색대전환은 순환으로 이루어진다.

 

“우리가 나무다!” 양수발전소가 들어서면 가리산에서 나무가 11만 그루 넘게 사라진다. 숲이 품어온 흙과 뭇 생명도 함께 사라진다. 벌목은 이설도로 공사로 이미 일부 진행되었다. 기후위기 대응과 녹색대전환에 흙과 나무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 지금이라도 벌목을 멈추어야 한다. 올해 들어 주민들은 집회 후 숲에 들어가 1970년대 초 인도의 히말라야 지역 여성들이 그랬듯이 나무를 ‘껴안는다(칩코)’. 나무 껴안기는 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제공하는, 토양을 보존하고 홍수와 가뭄을 막아주는, 열매를 내주며 뭇 생명을 보듬는 나무에 감사하고 보답하는 마음을 상징한다. 녹색대전환은 상호 존중과 돌봄으로 이루어진다. 기꺼이 뭇 생명과 함께 살려는 마음으로 이루어진다.

 

 

조현철 신부 (녹색연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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