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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모두의 존엄을 믿는다면

정다빈 121.♡.226.2
2026.09.28 16:19 6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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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 『평등한 평범―차별금지법이 꿈꾸는 세계』를 읽고

 

지난해 11월, 우리 센터가 마련한 ‘온전하고 충만한 인간발전’ 강연 시리즈의 첫 강연자로 장혜영 전 국회의원을 초대한 적이 있다. 처음 만난 것은 아니었는데, 2021년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에 함께하며, 삭발한 채 집회에 참석하곤 했던 그를 멀리서 본 적이 있었다. 내게 차별금지법은 무엇보다 성소수자 동료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법이었기에, 장혜영 의원의 활동도 주로 그 맥락에서 이해해 왔다.

 

‘사랑도 차별이 되나요’라는 주제로 강연하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도 성소수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사랑할 권리에 관한 이야기이리라 짐작했다. 그러나 그날 들은 것은 발달장애가 있는 한 살 아래 동생 혜정과의 이야기였다. 장혜영은 혜정을 깊이 사랑했지만, 오랫동안 두 사람의 삶이 정말로 같은 가치를 지닌다고 믿지는 않았다고 고백했다. 동생에게 일어난 일이 자신에게 일어났다면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으리라는 사실을 깨닫고서야, 자신이 동생을 사랑하면서도 차별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차별금지법이 꿈꾸는 세계'라는 부제가 붙은 그의 신간, 『평등한 평범』을 읽으며 나는 그때의 그 고백으로 자꾸 돌아갔다. 장혜영은 동생을 사랑하지 않아서 동생이 시설에서 살아가는 현실을 받아들인 것이 아니었다. 다만 자기 자신에게 일어났다면 결코 받아들이지 않았을 일을, 동생의 삶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겼을 뿐이다. 그 차이를 알아차리고 마음으로 직면하기 전까지는 자신이 동생을 차별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기 어려웠던 것이다. 

 

차별은 이처럼 누군가에게는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권리를,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여기는 데서 드러난다. 사회적 소수자들을 위해 필요한 것을 마련하고 마음을 쓰면서도, 정작 무엇이 필요한지 결정하는 자리에 그들을 초대하지 않기도 한다. 도움을 받는 사람이 제안한 방식이 우리의 계획과 다를 때는 곤란해하고, 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에는 감사할 줄 모른다고 느끼기도 한다. 도움을 주고 있으니 차별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상대의 삶에 관한 판단을 계속 한쪽이 내리고 있다면, 그 관계는 정말 동등하고 평등한 것일까? 

 

책은 혜정과의 관계에서 시작된 질문이 정치의 자리로 옮겨 가는 과정도 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처음 제도권 정치에 발을 들인 사람이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오해와 공격에 부딪히며 입법을 시도한 기록이기도 하다. 그에게 차별금지법은 자신이 가까운 관계에서 뒤늦게 알아차린 차별을 사회가 함께 발견하고 고쳐 나가기 위한 수단이었다. 저자는 우리가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차별을 드러내고, 그로 인해 불이익을 겪은 사람이 시정을 요구할 길을 여는 법으로서 차별금지법을 설명한다. 저자는 차별금지법을 동료 시민들의 상호 신뢰를 전제로 하는 법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차별금지법이 어느 누구나 차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과 제도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는 아무 설명 없이 허락되는 평범한 일상을, 다른 누구는 자유와 권리를 요구하며 힘겹게 얻어야 한다면 그것은 차별이다. 『평등한 평범』은 그 차이를 장혜영 자신의 삶에서 발견한 이야기로 들려준다. 책을 덮고 나면 묻게 될 것이다. 사랑하고 돕는다고 믿으면서도 당연하게 받아들인 불평등은 없었는지. 누군가 그것을 말해 줄 때 기꺼이 듣고 고칠 수 있는지.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존엄하다는 것을 우리는 정말 믿는지. 

 

'평등한 평범'은 이러한 질문 가운데 조금씩 그러나 치열하게 만들어가는 일상일 것이다.

 

 

정다빈 멜라니아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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