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사회] 포퓰리즘의 시대에 맞이하는, 다시 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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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age: Kelly Latimore
한일 예수회 사회사도직은 매년 정기적으로 모여 연대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11월 1일부터 4일까지 인천 차이나타운 및 그 주변 지역에서 합동 회의와 연수를 진행했습니다. 특히 한중일의 관계를 중심으로 역사를 배우고 외국인 등 소수자들이 현대사회에서 어떤 차별적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나누며 성당과 사회사도직 각각의 현장에서 어떤 역할이 가능한지를 논의했습니다.
지금 일본에서도 또 한국에서도 애국주의적이며, 배외주의적인 편협한 내셔널리즘이 강해지고, 또 이민자 배척이나 외국인 혐오 같은 증오의 메시지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정치계는 이 같은 국민들의 부정적인 감정을 부추기며, 불안을 이용해 지지세력을 모으는 우파 포퓰리스트 정당・정치인이 짧은 시간에 상당한 영향력을 얻는 양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일본에서는 지난 만남에서 우려했던 상황이 1개월도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배외주의를 부추기고 아시아 여러 국가에 대한 적의를 드러내며 군비 확장을 지향하는 다카이치 정권의 폭주로, 지금까지 쌓아 온 중일 관계에도 큰 균열이 생겼습니다. ‘진정한 평화는 군비의 균형이 아니라 상호 신뢰 위에서만 구축될 수 있다’는 성 요한 23세 교황의 말씀은 6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유효하며, 오늘날 우리가 처한 현실에 무거운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우리 사회 속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 존재가 충분히 존중받지 못하는 이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들이 매일매일 얼마나 ”너희들은 '환영'받지 못하다"라는 메시지에 노출되어 있는가를 생각할 때면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듭니다.
우리가 '희망의 순례자'로 걸어온 이 희년도 곧 막을 내립니다. 그리고 이제 대림절이 시작되었습니다. 사람이 되신 예수님의 탄생을 관상하면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머물 곳조차 없는 가운데 예수를 출산한 성모 마리아(루카 2,7).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예수를 안고 이집트로 피난을 피할 수 없게 된 성 요셉(마태 2,14). 그리고 자신의 백성으로부터 받아들여질 수 없었던 예수님(요한 1,11).
사람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삶, 머물 '자리'의 부재야말로 예수님의 생애를 상징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폭력이 휘몰아치는 불확실한 삶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가족은 도대체 무엇에 희망을 두고 있었을까요?
"분쟁이 다리를 부수는 것이 아니라, 다리가 부서진 자리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는 교황 프란치스코의 통찰은 레오 14세에게도 확고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무너뜨려야 할 것은 ‘다리’가 아니라 ‘벽’이기 때문입니다. 평화의 왕이신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몸으로 유다인과 이민족을 하나로 만드시며 이들을 가르는 장벽을 허물어 주셨습니다(에페소 2,14).
이 대림절, 우리는 그리스도 오심을 기다리며 우리 안에 여전히 남아 있는 적개심이 주님의 성탄과 함께 깨져 나가도록 회심의 은총을 청하여 봅시다.
야나가와 토모키 (Jesuit Social Center To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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