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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사회] 자립청년들을 위한 몸과 마음의 안전망

김건태SJ 121.♡.226.2
2025.09.02 15:10 8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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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에서 자란 아동은 만 18세가 되면 자립을 선택해 퇴소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자유롭게 살기를 원하기에 시설을 떠난다. 그러나 그동안 함께 생활해온 사회복지사들은 걱정이 많다. 특히 정신과 약을 복용하는 아동의 경우, 약의 특성상 매일 꾸준히 먹어야 하는데 퇴소 후 약을 중단하거나 불규칙하게 복용할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만 18세가 되어 퇴소한 윤철(가명)도 그러했다. 윤철은 심각한 수준의 조현병을 앓고 있다. 그는 주택토지공사(LH)에서 제공한 전셋집이 있었지만 그곳에 살지 않고 거리를 떠돌며 노숙했다. 돈이 떨어지면 자신이 자랐던 시설로 찾아와 돈을 달라고 했고, 오랜 노숙으로 몸에서 심한 악취가 났다. 당연히 정신과 약은 끊은 지 오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윤철은 4층 건물 옥상에서 지나가던 행인에게 벽돌을 던졌다. 다행히 빗나가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그 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윤철만큼 심각하지는 않지만 정신과 약을 복용하는 시준(가명), 상태(가명)도 퇴소할 시기가 되었다. 이성균 신부님은 이들이 걱정되어 전셋집을 얻어 함께 살기를 바랐다. 수도공동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던 중, 한 신부님이 “식당을 차려 저녁에 이 친구들이 밥을 먹으러 오면, 자연스럽게 약을 잘 복용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냈다. 그렇게 신부님들은 자립준비청년들과 밥을 나누며 특히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밥집을 열기로 했다. 그렇게 탄생한 곳이 서울 은평구에 자리한 밥집알로다. 밥집알로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와서 무료로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심각한 정신과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자립준비청년이 홀로 독립하면, 그 투약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윤철과 같은 사례가 다시 발생할 위험이 있으며, 그때는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았지만, 다음에는 누군가 다칠 수도 있다. 자립전담요원 사회복지사는 같은 시설에서 오래 함께 생활하며 이미 신뢰 관계(라포)를 형성했으므로, 그들이 그 청년들을 충분히 돌볼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나아가 국가의 관심도 절실하다. 주민센터에서 자립준비청년의 거주가 확인된다면,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은 청년들의 정신건강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관련 정보를 공유할 권한을 부여하고, 보건소·정신건강복지센터 등과 협력해 특별한 돌봄이 필요한 청년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열여덟 해 동안 단체 생활을 하다가 자유를 찾아 독립했지만, 아이들은 그 자유의 대가로 외로움에 직면한다. 그렇기에 자립준비청년이 서로 안부를 묻고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밥집알로 같은 공간이 서울에 더 많아지면 좋겠다. 더 나아가 자립준비청년뿐 아니라 모든 청년이 부담 없이 찾아와 어울리고 밥을 나눌 수 있는, 비빔밥처럼 한데 어우러지는 청년 공간이 늘어나기를 바란다.

 

 

김건태 수사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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