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매거진

image

  

[교회와사회] 자립준비청년의 꿈과 정체성

김건태SJ 121.♡.226.2
2025.08.07 15:23 212 0

본문

  

웹진 규격 (4).png

 

우리 모두는 꿈에 대한 고민을 안고 살아갑니다. 특히 이제 막 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꿈과 자아정체성은 더욱 절실한 주제일 것입니다. 오늘은 자립준비청년들의 꿈에 대해 마르시아의 자아정체성 이론으로 이야기하려 합니다.

 

마르시아(James Marcia)의 자아정체성 이론은 두 가지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첫째, 자신의 꿈(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의문을 품어본 적이 있는가둘째, 자신의 꿈(가치)를 위해 확고한 결정을 내리고 헌신하고 있는가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 유형은 스스로 길을 찾은 정체성 성취입니다. 이 유형은 두 가지 질문에 대해 모두 예라고 대답한, 자신의 꿈에 대해 스스로 의문을 제기하고 스스로 확고한 결정을 내린 경우입니다.

 

자립준비청년 정태(가명)는 중학생 때 이종격투기 선수가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주위의 반대가 심했습니다. 생계유지가 어렵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태는 포기하지 않고, 배달 라이더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체육관에서 이종격투기를 배워 프로선수가 되었습니다. 아직은 라이더를 하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정태는 꿈이 확실하고 그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영준(가명)이는 수학공부를 좋아합니다. 하루에 7시간도 수학 공부에 몰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영준이는 AI 학과에 진학했습니다. 그리고 대학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AI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두 번째 유형은 나는 누구인가 끊임없이 질문하는 정체성 유예입니다. 자신의 꿈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지만, 아직 확고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경우입니다.

 

자립준비청년 상민(가명)이는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했고, 과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대학교에 와서 전자공학을 배우다 보니 뭔가 자신과 잘 맞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요리를 배워보면 어떨까, 진지하게 고민한 적도 있습니다.

 

자립준비청년 현빈(가명)이는 원래는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공장에 취직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공장 실습을 나가보니 생산라인 근무가 너무 단조로웠고 평생 이 길을 가기가 싫었습니다. 그래서 공부해서 대학에 가고 싶었습니다. 하루에 두, 세 시간씩 자고 최선을 다해서 공부한 끝에 특성화 고등학교 특별전형으로 전자공학과에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 생활에 익숙해지고 학점도 잘 받고 있는데, 자신은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기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 유형은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정체성 유실입니다. 스스로 자신의 꿈에 대해 질문하기보다는 사회에서, 환경에서 주어진 꿈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입니다.

 

미진(가명)이는 대학에 가기보다는 일찍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기업에 취업하라는 조언을 받아들였습니다. 어쩌면 미진이는 본인이 진심으로 희망한 꿈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현실적으로 선택했습니다. 지금 7년째 직장 생활을 잘하고 있으며, 직업과 관련된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네 번째 유형은 길을 잃고 방황하는 자아정체성 혼미입니다. 무엇이 자신의 꿈인지도 모르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 조금은 무기력한 상태입니다. 제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경우입니다.

 

바다(가명)는 취업을 하기도 싫고, 그렇다고 특별히 대학을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예전에는 대학을 가려고 공부를 열심히 한 적도 있었는데, 사고를 당한 후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졌습니다. 주위에서는 바다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주선했지만, 본인이 거부해 진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마르시아의 자아정체성 이야기를 하면서 자립준비청년들의 꿈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말씀드렸습니다. 이처럼 자립준비청년들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자립준비청년들이 행복한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합니다.

 

대학 등록금 같은 학자금과 관련된 지원은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현재 국가와 민간재단들의 지원이 대학이라는 제도권 교육에 주로 한정된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학업에 전념하고 아르바이트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생활비 지원 장학금은 비교적 적습니다. 생활비 지원 장학금에 대한 국가와 장학재단들의 관심이 더 필요합니다.

 

이종격투기 선수나 직장에 취업한 경우, 대부분의 장학금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그런데 자기계발을 하고 싶을 때, 필요한 고가의 수업료나 학원비,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지원금 등은 생활비 지원 장학금보다 신청할 곳을 찾기가 더 어렵습니다. 꼭 대학생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직장 생활을 하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도 민간재단들의 장학금과 국가의 지원 제도가 폭넓게 확대되어야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꿈이 없다가 꿈을 세웠다가 바꾸기를 몇 번을 되풀이하는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비록 꿈도 없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꿈을 꾸면서 노력할 때가 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마르시아의 이론은 말하는 듯합니다.

 

한두 번의 시도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는 경우도 있겠으나 많은 경우 여러 차례, 그리고 다방면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자립준비청년들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 주위의 자립준비청년들이 자신만의 길을 찾을 때까지, 조용히 곁을 지키며 기다리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김건태 수사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구글 애널리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