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딱풀이의 첫돌과 쩡대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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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9일,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에서 동국제강 비정규직 노동자로 산재로 사망한 고 이동우 님의 아들 딱풀이(태명)의 첫돌 기념 잔치가 있었다. ‘고 이동우 동국제강 비정규노동자 산재사망 해결 촉구 지원 모임’에 함께 했던 많은 단체와 활동가들이 꿀잠에서 딱풀이를 위한 첫돌잔치 이벤트를 마련한 것이다. 인간적인 온기가 옆에 있는 사람에게 그대로 전해지는 따듯한 모임이었다. 긴 시간 준비한 사람들의 정성이 느껴지는 자리였고, 참석한 사람들은 두세 시간의 행복감을 맛볼 수 있는 자리였다.
고 이동우 님은 2022년 3월 21일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천장크레인 브레이크, 감속기 교체 작업을 하다가 천장크레인의 갑작스러운 작동으로 인해 안전벨트에 몸이 감겨 크게 다쳤고, 병원으로 후송 중 숨졌다. 그때 그의 나이는 38세였고, 그의 부인은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다. 동국제강은 중대재해처벌법이 발효된 상태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에 대해서 어떠한 사과도 즉각 발표하지 않았다. 그리고 4월 18일부터 8차에 걸친 협상이 이루어졌고, 마침내 사고 발생 88일이 지난 6월 14일 합의가 이루어졌고, 유족들은 고 이동우 님을 위한 장례식 절차에 들어갔다. 그 긴 시간 그의 부인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고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임신한 상태에서 회사가 남편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도록 회사를 상대로 싸움을 했다. 이렇게 장례를 치르고 몇 달이 지난 10월 13일, 아빠가 하늘나라로 떠난 그 자리에 딱풀이가 온 것이다.
나는 딱풀이 첫돌 기념 영상 인사를 전하며 “딱풀이, 00야, 첫돌 축하해! 나 쩡대 아저씨야. 나, 너 백일잔치에도 갔었는데 기억하니? 엄마와 할머니 사랑 많이 받고 건강하게 자라라. 나중에 만나면 꼬옥 안아줄게. 첫돌 축하해!”라고 인사를 남겼다. 사실 나는 나중에 딱풀이가 보고 기억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 목소리의 톤도 높여 말했다. 또 난 나이로 치면 딱풀이 할아버지는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나에게 인심을 썼다. 쩡대 ‘아저씨’라고.
내가 전하는 축하 영상을 본 용균이 엄마(김미숙 김용균 재단 대표)는 나에게 내가 말한 대로 아이를 한 번 안아주라고 압력을 가했다. 이건 엄청난 도전이다. 만일 아기를 안다가 아기가 울기라도 한다면 이건 낭패 아닌가? 그래서 나는 딱풀이에게 아이처럼 재롱을 피우며 아기에게 나에게 오라고 손을 내밀었다. 다행스럽게도 딱풀이는 그런 나에게 손을 내밀며 안겼다. 그래서 나는 한참을 딱풀이를 안아주었다. 나는 왜 그 아기가 ‘딱풀이’인지 알 것 같았다. 딱풀이는 마치 딱풀처럼 나에게 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아빠는 아기가 유산되지 말고 엄마 배 속에서 떨어지지 말라는 의미에서 딱풀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날 진행자는 딱풀이와 관련한 몇 가지 퀴즈를 냈다. 그중 하나가 딱풀이의 현재 치아 개수를 묻는 질문이었다. 질문의 정답은 꿀잠 최연소 활동가로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한 아이가 맞혔다. 엄청난 관찰력이 요구되는 질문이었다. 딱풀이의 치아 개수는 세 개였다. 그는 영상 인사에서도 딱풀이에게 축구를 같이 하자고 축하 인사를 남기기도 했다.
첫돌 잔치의 또 하나 재미있는 순간은 ‘돌잡이’ 순서이다. 딱풀이는 이것저것 만지기는 했는데 잡지는 않았다. 그래서 진행자는 딱풀이가 3초 이상 잡는 것을 ‘돌잡이’로 정하기로 했다. 최종적으로 딱풀이는 판사가 사용하는 법봉을 오랫동안 쥐고 있었다. 누가 말했다. “우리 문제 좀 해결해 줘!” 김소연 꿀잠 운영위원장이 말을 받았다. “그때까지 싸우면 어떡해? 빨리 끝내야지.” 아이가 법봉을 잡으려면 적어도 35년은 기다려야 하는데 말이다. 모두들 웃었다. 우리의 마음이 그런 양질의 재판관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으리라.
또 딱풀이 엄마 권금희 씨의 감사 인사말도 마음에 남는다. 그녀가 첫돌 기념 잔치에서 특별히 생각나는 사람은 다름 아닌 하늘나라로 떠난 남편이다. 딱풀이라는 태명까지 붙여주었는데 정작 본인은 그 딱풀이를 보질 못했으니 이 얼마나 안타까운 상황인가? 권금희 씨는 연신 눈물을 닦았다. 그러나 그는 딱풀이 첫돌 잔치에 온 사람들을 보며 남편이 하늘나라로 가면서 만들어준 인연에 감사함을 전했다. 감사는 서로를 붙여주는 감정이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이런 모든 장면들이 따듯한 감동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다.
산다는 것은 돈 또는 재산을 많이 소유하는 문제도 아니고 사회적 기준의 성공의 문제도 대단한 것도 아니다. 산다는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관계성이다. 이 관계성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 잘못을 서로 눈감아주는 그런 경직된 관계성이 아니라 인간의 서로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슬퍼하고 기쁨을 함께 나누는 그런 연민과 공감, 그리고 사소한 일상에서 주고받는 정서적 나눔이다. 이런 관계성 안에서 우리들은, 부족하고 한계가 명확하지만, 서로 나누며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신비를 확인하게 된다. 하느님은 바로 그 신비 안에 우리와 함께 계신다. 그 신비를 다시 일깨워준 딱풀이에게 축하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김정대 신부 (예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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