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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벽이 아닌 다리가 되어주는 교회를 바라며

성소수자부모모임 163.♡.183.94
2020.02.03 13:41 2,614 0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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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부모모임'은 지난 2020110일 천주교인권위원회 이돈명인권상을 수상했습니다. 성소수자부모모임은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들이 주축이 되어 성소수자들의 활동을 지지할 뿐 아니라 나아가 우리 사회의 다른 약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꾸준히 활동해 왔습니다. 성소수자부모모임 활동은 단지 자신들의 자녀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독버섯처럼 자라나는 온갖 혐오와 차별을 막는데 도움을 주었고, 인권의 보편성에 우리 공동체가 귀기울이도록 하였습니다.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는 '성소수자부모모임'의 이돈명인권상 수상을 축하드리며 성소수자부모모임이 보내온 수상소감을 나누고자 합니다. 이 원고는 천주교 인권위원회가 발간하는 '교회와 인권' 최신호에 수록되었습니. 전문게재를 허락해주신 천주교 인권위원회와 성소수자부모모임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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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소수자부모모임' 이돈명 인권상 수상소감

 

안녕하십니까? 9천주교인권위원회 이돈명인권상을 수상하게 된 성소수자부모모임입니다. 저희 성소수자부모모임에 이돈명인권상을 주신 것은 한국 사회에서 존재를 부정당해온 성소수자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약자와 소수자들을 지지하고 함께하겠다는 연대의 마음이라 생각합니다. 너무나 기쁘고 고맙습니다. 또한, 그동안 성소수자부모모임을 응원하고 함께해주신 분들, 인권상의 후보로 추천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와 우정의 마음을 전합니다.


인권은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베푸신 큰 은혜이고 사랑이라 생각합니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는, 우리 인간들이 서로의 존재를 이해하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가운데 주어지는 큰 축복이라 믿습니다. 그런데 그런 소중한 인권이 누군가에게는 공기처럼 너무 당연한 것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존재를 걸고 싸워야 겨우 찾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특히 우리 사회의 약자와 소수자들은 일상에서 차별과 혐오를 겪으며 자신의 인권이 지켜지지 않는 현실에 분노하거나 좌절하기도 합니다.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설계된 사회, 장애인을 열등한 존재로 여기는 태도, 성소수자의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에 대한 혐오의 표현 등, 사회의 곳곳에서 소수자와 약자의 인권은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행복을 추구할 권리”,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는 우리 헌법에서도 보장하고 있는 모든 국민의 권리입니다. 그러나 저희 부모들은 성소수자인 자녀들이 마음껏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지 못하고, 학교와 사회, 일상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매일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성소수자는 세상 어디에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어디에도 없는 사람입니다. 한국 사회에도 다양한 성소수자들이 있습니다. 무관심과 편견 때문에 그들의 존재를 모르고 있을 뿐 성소수자들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어 왔습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자신의 가치와 기준으로 성소수자의 삶을 재단하고 성소수자들을 이웃과 친구로 받아들이지 않으려 합니다. 심지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혐오의 행동과 말을 하기도 합니다.

 

저희 부모들도 자녀들이 성소수자임을 알기 전까지는 세상에 만연한 편견과 혐오, 차별에 둔감하기도 했으며, 성소수자나 다른 소수자들의 존재를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아이의 커밍아웃으로 부모들은 보지 못하고 있던 세상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회의 주류와 다수에 의해 지워지고 있는 이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성소수자부모모임은 그런 부모들의 공동체로 시작하였습니다. 매월 거르지 않고 진행한 정기모임은 예순일곱 번이 되었고, 그 많은 만남은 성소수자 당사자와 부모들에게 치유와 위로와 또 희망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성소수자들의 자긍심을 드러내는 퀴어문화축제에서 부모들과 성소수자들이 함께한 프리허그는 마음을 열고 다른 이를 만나는 환대와 우정의 경험이었습니다.

 

그러나 성소수자부모모임은 서로 돕고 위로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자녀들이 살아갈 세상을 바꾸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함께하려 애씁니다. 퀴어문화축제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도 하고, 성소수자의 인권을 목청 높여 외치기도 합니다. 부족한 능력이지만 인터뷰를 하고, 강연을 하고, 글을 쓰고,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를 합니다. 방송에도 출연하고 책도 출판했습니다. 성소수자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다른 소수자들과 연대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곳이라면 기쁜 마음으로 찾아갑니다

 

그러나 성소수자 당사자나 우리 부모들의 노력과 더불어 정부와 교회의 관심과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말합니다. 또한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헌법적 차원의 권리인 국민의 인권을 모든 이들이 평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합니다. 하루빨리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인권을 지킬 수 있도록 법제도들을 정비하여 차별과 혐오에 적극 대응하기를 바랍니다.

 

또한 교회에 바랍니다. 교회가 성소수자에게 벽이 아닌 다리가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지금도 벽장 안에서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성소수자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올 수 있는 다리가 되어주십시오. 그들에게 우정과 환대의 손을 내밀어 주십시오. 하느님 형상으로 만들어진 고귀한 인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신성모독이라는 겸손한 마음들이 더욱 퍼져 나가서, 성소수자들도 교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사랑 받으며 신앙생활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가톨릭 신자인 어느 아버지의 이야기는 저희 부모들의 마음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저와 가족들은 모두 가톨릭 신자입니다.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제 아이와 같은 성소수자들의 존재는 하느님이 창조한 이 세상의 놀라운 다양함의 귀한 일부라고 믿습니다. 풍성한 피조물들의 꽃밭의 한 부분에는 저희 아이와 같은 성소수자들도 당당하게 자신의 색깔과 향기를 발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의 삶은 하나하나가 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것입니다. 누구도, 어떤 제도나 힘도, 그 삶의 신비로운 빛을 함부로 가리거나 꺼뜨려서는 안 됩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는 성소수자로 태어나 세상의 혐오와 차별 속에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이들이 많습니다. 저희 성소수자부모모임은 먼저 간 그들을 기억하며, 저희가 받은 이돈명인권상을 제대로 피어나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한 수많은 영혼들에게 위로의 상으로 바치고 싶습니다. 그들에게 하느님의 평화와 안식이 함께하길 빕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성소수자 여러분, 지금 모습 그대로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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