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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난민] 시리아 내전의 전망: 터널의 끝, 하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김민SJ 121.♡.235.108
2023.06.21 17:45 1,75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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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겨울 예수회 총장 페드로 아루페는 베트남 보트피플이 겪는 참상을 보도하는 방송을 보고 충격을 받고 곧바로 전 세계 50개 관구에 전보를 보냈다. 이 전보에는 단 두 문장이지만 아루페 특유의 영감과 결단이 서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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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베트남 보트피플의 참상은 그리스도교의 양심과 예수회 제32차 총회의 정신, 그리고 연대의 정신에 도전이 됩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속한 관구가 가능한 한 최대의 지속 가능한 노력을 들여서 교회와 시민사회, 정부에 영향을 끼치고 비록 지금 충분히 관대하게 이루어지고 있더라도 최대한 [난민들을 위한] 보호처와 재정적 지원을 확대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아루페 총장의 호소에 대한 예수회의 응답이 1979년 11월 세계 최초의 난민을 위한 NGO인 JRS(예수회 난민기구, Jesuit Refugee Service)의 설립이다. 이후 JRS는 난민이 있는 거의 모든 곳, 오늘날에는 수단과 시리아, 우크라이나 등에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불과 몇 주 전, 2023년 6월 12일 미국 예수회원이자 JRS 북아프리카-중동 담당자인 댄 코루(Dan Corrou) 신부가 한국을 방문했다. 댄 코루 신부는 레바논에 거주하며 특히 레바논의 시리아 난민들을 위해 일하며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상당수의 JRS 활동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는 얼마 전 시리아와 튀르키예를 강타한 지진 희생자들을 위해 예수회 한국관구 기쁨나눔 재단에서 전달한 기부금에 대해서 감사를 할 겸, 그리고 어떻게 지진 희생자들을 위한 활동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 알릴 겸 한국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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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 정도의 인터뷰와 기타 잡다한 시간 동안 댄 코루를 통해서 시리아 내전과 난민 이슈에 대해서 중요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여기에서는 세 가지 주제로 댄 코루와의 인터뷰를 요약해 보자. 우리가 다룰 주제들은 다음과 같다. 

 

1. 도대체 시리아 내전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2. 난민 이슈의 어려움이자 독특한 점인 난민 사태가 이웃나라들, 특히 레바논에 어떤 파괴적인 영향을 끼쳤는가?

3. 댄 코루에 따르면 JRS에는 두 가지 원칙이 있다. 화해와 동반이 그것이다. 댄 코루의 삶의 자리인 레바논에서 이 화해와 동반이 어떻게 실현되었는가?

 

2번과 3번의 주제는 댄 코루의 인터뷰에 기반해서 정리될 것이다. 하지만 1번 주제는 댄 코루의 나눔에 기반을 하되 몇 가지 맥락적인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는 까닭에 다른 정보에 기반하여 좀 더 구체적으로 시리아 내전의 전망에 대해서 정리해 보자. 

 

 

시리아 내전의 끝이 보이는가?

 

개인적으로 늘 궁금했다. 아사드 정권-코루 신부는 아사드 정권이라는 말 대신에 다마스쿠스 정부 혹은 시리아 정부라는 표현을 썼다-이 시리아 전역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하는 듯한 언론들을 많이 접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장까지는 아니지만 늘 시리아만 쳐다보고 시리아 생각만 하는 시리아 바라기 입으로 직접 듣고 싶었다. 그래서 이메일도 만나기 전에 보냈다. 과연 터널의 끝이 보이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했다. 터널의 끝은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전쟁 중이다. 잔인한 대답이었다. 

 

댄 코루 신부는 2018년 다마스쿠스 정부가 다마스쿠스-홈스-알레포의 전략 요충지를 점령한 것을 시리아 내전의 분수령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서부 해안지대와 북서부는 반군 통제 하에, 그리고 북동부는 쿠르드 반군 통제 하에 있으며 여전히 계속 소규모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전쟁 중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 다마스쿠스-홈스-알레포를 이어주는 M5 고속도로를 다마스쿠스 정부군이 통제하게 된 것은 분수령이라는 말에 걸맞은 사건이었다. 

 

Political Map of Syria - Nations Online Project

 

중동에서 가장 유의미한 언론매체인 알자지라에서 2019년 발표한 위의 지도를 보면 시리아의 주요 축선인 다마스쿠스-홈스-알레포를 다마스쿠스 정부가 통제하면서 다양한 반군들의 점령지를 횡단한 것을 볼 수 있다. 실제로 다마스쿠스 정부는 2020년 M5 고속도로를 민간차량이 운행할 수 있도록 개방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리고 그 이후 시리아 내전의 전황은 계속해서 다마스쿠스 정부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댄 코루 신부가 지적했듯이 시리아 내전에 이미 러시아와 미국, 이란, 튀르키예가 군사기지를 개설하는 식으로 내전의 국제화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IS와 같은 무슬림 극단주의 운동은 2018년 이후 점차 진정되고 있지만 시리아 내전은 다마스쿠스 정부 대 민주화 운동의 지형도는 훌쩍 초월한지 오래이며 오히려 다마스쿠스 정부가 통제력을 잃을 경우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무슬림 극단주의-특히 시리아의 경우 무슬림 형제단-에 의해 재통합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022년 아프가니스탄 철수 이후 미국이 가장 외교적 악몽으로 생각할 또 하나의 샤리아 국가의 탄생의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리아 내전을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단계. 모순의 심화. 일단 시리아는 소수의 시아파가 다수의 수니파를 누르는 형태의 국가였다. 바트당이라는 아랍사회주의라는 이데올로기를 추종하는 아랍민족주의 일당독재의 형태를 띠기는 했지만 내부는 종교적으로 소수의 시아파-게다가 시아파로 보기에도 어려운 알라위파라는 소수종파-와 다수의 수니파로, 그리고 지역적으로는 남부의 다마스쿠스 지역과 북부의 알레포 사이의 알력과 분열, 정치적으로는 이집트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은 전력이 있는 무슬림 형제단의 진출로 폭발 직전의 상황이었다. 외부적으로도 전통적인 우방인 러시아, 시아파의 보호자 역할을 자처한 이란이 아사드 가문을 후원하고 있었고 튀르키예는 매우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튀르키예의 입장은 쿠르드족의 준동을 억제하는 정부의 출현 내지는 쿠르드를 통제하기 위해 차라리 시리아 북부 접경지대를 직접 통제하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랍의 봄은 모든 기름투성이에 내던져진 성냥 하나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두 번째 단계. 모순의 폭발. 처음에는 민주화 세력에 대해서 정부군이 강력하게 진압하고 이에 대해서 민주화 세력이 반군화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곧 시리아 내전은 외부자에게는 파악이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해졌다. 그래도 굳이 매핑을 해보면, 시리아 세속주의 세력-초반에는 시리아 내전 초창기에만 해도 아랍의 봄의 상징처럼 되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쪼그라든 상태-, 알카에다 세력-여기도 복잡한 것이 알누스라 전선, IS도 처음에는 알카에다 지부처럼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알카에다와 결별하는 등 파악이 어렵다-, 무슬림 형제단-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기반으로 하는 국가를 건설하고 아랍 무슬림권의 통합을 주장하는 점에서 와하비주의와 비슷하지만 서로 적대시한다.-, IS-이쪽은 시리아 내전의 또 하나의 분수령을 마련한다.-, 쿠르드반군 등으로 정리될 수 있다. 

 

세 번째 단계. IS의 대두. 2014년 갑자기 대두한 IS는 그 급진성과 잔혹성으로 다마스쿠스 정부를 상대적으로 협상 가능한 세속 정부 파트너로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곧바로 러시아는 시리아에 지원군을 파견하여 다마스쿠스 정부군을 지원하였다. IS의 대두는 역설적으로 다마스쿠스 정부의 내전 주도권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네 번째 단계. 다마스쿠스-홈스-알레포 확보. 원래 다마스쿠스 정부의 군사력은 대단하긴 했지만 애초부터 굉장히 불리한 상황에 처해있었다. 이스라엘 국경에서 불과 60km 떨어진 다마스쿠스의 지리적 여건상 상당수의 군사력을 이스라엘 접경지대에 배치해야 했고, 홈스와 알레포와 같은 대도시가 내전초기 부터 반군의 거점이 되면서 다마스쿠스 정부군은 일종의 포켓에 갇혀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들 포켓들-그중에는 공군기지들도 있었다-을 해방해야 할 기갑부대들이 초반에 시가전에 투입되는 방식으로 엉뚱하게 소모되면서 다마스쿠스 정부군은 그 규모에 비해 매우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소모되었다. 하지만 러시아-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서 미친 듯이 연습했던 것이 이른바 대대전술단(BTG)이었고 시리아의 소규모 전선에서의 성과를 잘못 적용한 것이 우크라이나에서의 졸전이었다-와 이란의 군사지원에 힘입어 다마스쿠스 정부군은 홈스와 알레포를 확보했고 이는 곧 국면의 대전환을 가져왔다. 

 

 

터널의 끝? 

 

코루 신부가 그래도 전쟁의 끝이 보인다고 보는 징후가 최근, 정확히는 시리아 지진 이후 다마스쿠스 정부가 갑작스럽게 국제사회에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코루 신부가 주목한 것은 다마스쿠스 정부가 아랍연맹에 복귀한 것이다. 일단 아랍연맹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20세기 아랍민족주의가 대두되면서 아랍 국가들 간의 협력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집트의 나세르가 한때 아랍의 맹주로 떠오를 때 아랍연맹은 반 이스라엘, 반 서방의 중심이 되기도 했지만 아랍 내의 복잡한 정치지형에 맞물리며 그 중요성은 예전 같지는 않다. 하지만 나토나 아세안보다는 응집력은 떨어지지만 여전히 아랍 국가들의 협력 기구로서 아랍연맹의 의미는 상당하다. 그런데 시리아가 내전에 돌입하면서 아랍연맹은 시리아의 회원국 지위를 정지시켰다. 이는 정부로서의 국제법적인 지위가 흔들리는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 되었다. 하지만 금년 2023년 5월 다마스쿠스 정부는 다시 아랍연맹에 복귀하게 되었다. 

 

코루 신부도 지적했지만 시리아 다마스쿠스 정부의 국제사회 복귀는 매우 상징적이다. 물론 그 이유는 코루 신부에 따르면 두가지이다. 첫째는 캅타곤(Captagon)이라고 불리는 마약 문제. 멀쩡한 국가가 난장판이 되면 마약이 판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듯이, 시리아 역시 내전 상태에 빠지면서 캅타곤 마약의 산지가 되었다. 이 마약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등의 걸프 국가들에 유통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고, 걸프 국가들은 시리아를 '정상화'시키면 캅타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는 것. 둘째는 바로 우리의 주제인 난민 이슈이다. 코루 신부에 따르면 이제 시리아의 이웃나라들이 점차 난민들의 귀환 문제를 논의하고 싶어하고 이 논의-난민들을 그냥 송환했다가는 국제법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예컨대 북한 이탈주민을 북한에 다시 돌려보낸다고 생각해 보자.-를 위해 다마스쿠스 정부를 국제사회에 끄집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외교적인 논의를 통해 협정을 맺거나 상징적으로 내전의 종식을 선언하는 식으로 난민송환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니까. 

 

사실 코루 신부를 만나기 전까지 시리아 내전은 잊혀진 전쟁이었고 시리아 난민 역시 기도 속에서 잠시 기억하는 존재였다. 미얀마의 시민들이나 아프가니스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런 점에서 코루 신부의 방한은 우리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이 모든 시선을 앗아갔지만 여전히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나라들,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김민 신부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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