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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서평을 빙자한 잡설: 이십 대를 향한 꼰대 아재의 이상한 여행

김민SJ 121.♡.235.108
2022.08.03 14:35 447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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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대에서는 정다빈 연구원의 아이디어로 지난 713일부터 오는 824일에 걸쳐 네 차례 독서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주제는 우리 시대의 청년 읽기입니다. 개인적으로 사람 만나는 것을 좀 힘들어하는 저로서는 이십 대는 더더욱 멀고 먼 존재처럼 느낍니다. 이십 대 자체를 만날 기회가 거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직접 사람을 만나기 힘들다면 책을 통해서라도 한번 사람에 대한 이해를 높여 보자는 취지에서 독서모임에 참가했습니다.

 

게다가 예수회에서는 2019년부터 보편적 사도적 선택(UAP; Universal Apostolic Preference)이라는 방향성을 우리의 삶과 사도직에 적용하려고 분투하고 있습니다. 4개의 방향성 중의 하나가 청년들과 함께 하는 여정(Journeying with youth)’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이 시대 청년들이 당면하고 있는 세계를 청년들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이들이 경험하는 세상에 공감하며 그들로부터 배움으로써 이들을 더욱 이해하자는 것입니다. 이를 예수회 총장 아르투로 소사 신부는 예수회의 사도직 활동은 예수회와 교회에 젊은이들에게 열려있는 공간을 만드는데 중요한 기여를 하고자 한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이제까지 우리는 청년들이 교회를 찾아오기를 바랐지만 이제는 청년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것입니다. 하지만 청년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리 공간을 만들어봤자 그 공간은 낭비되기 마련입니다.

 

그런 연유로 독서모임에 참여했고 책들과 토론을 통해서 이십 대에 대한 이해를 기대하였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꽤 많은 숫자의 예수회원들이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입니다. 인권연대 측에서 여러 차례 세미나와 워크숍을 주관하였지만 이번 독서모임에 예수회원들이 가장 많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관심만 보이고 저를 제외하면 예수회원들 중 아무도 독서모임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의식의 파행적인 현상은 개인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사례였습니다.

 

또 한 가지 이 독서모임의 참가자들은 전부가 30대에서 50대에 속한다는 사실입니다. 이십 대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는 모임에 이십 대가 빠져 있는 것을 보는 것도 꽤 악랄한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첫 번째 책: 급진의 20-K 포퓰리즘, 가장 위태로운 세대의

 

이 책은 좀 이상했습니다. 저자는 이십 대의 젊은 연구자인데, 이십 대를 이십 대의 언어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장점은 이 정도이고 상당히 이해하기 힘든 글쓰기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실망했던 것은 이십 대에 대한 연구서이면서 표본집단이 주변의 친구들 몇 명뿐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뇌리에 남은 것은 이십 대들의 불안감입니다. 이십 대들의 눈에 비친 세상이 얼마나 절망적이고 잿빛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새삼스럽게 이십 대의 고유한 정신세계를 살짝 엿본 느낌이었습니다. 이십 대를 90년대 초반에 보냈던 저로서는 이러한 절망감은 생생하게 다가오지는 않기에 더더욱 이런 이해는 감사한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 책: 20대 남자-‘남성 마이너리티자의식의 탄생

 

두 번째 책은 정말 굉장했습니다. 이 책은 굉장히 정보가 풍부했고 진부하지 않은 통찰을 저에게 주었습니다. 지적으로 굉장히 자극을 받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독서모임에서의 토론도 매우 풍요로웠습니다.

 

이 책의 핵심은 통계입니다. 연령별 성별 대조군을 설정하고 설문을 해서 이십 대 남성들의 정신성을 드러내려고 시도합니다. 통계를 통해서 우리가 상식으로 상정했던 것들, 선입견들이 하나하나 부서져 나가는 것을 보면서 묘한 변태적 쾌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중 하나가 젊은 남성이 여성 혐오에 빠져 있다고 하는 우리의 통념입니다. 이 책에 따르면, 젊은 남성들의 비판적인 태도가 향하는 곳은 여성 자체가 아니라 왜곡된 게임의 법칙입니다. 문재인 정권이 추진한 양성평등 정책이 사실 양성평등적인 것이 아니고 남성을 약자로 만들고 있다는 의식이 젊은 남성들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20대 남자는 여성에게 화가 나 있다기보다는 권력 구조에 화가 나 있”(37)는 것입니다.

 

설문은 사실 표본집단의 생각을 온전히 담아내기 힘든 법입니다. 활자화되거나 수화기 넘어서 들려오는 기계어를 통해서 설문 항목을 접하게 되면 우리의 생각은 자연스럽게 필터링됩니다. 마치 윗사람이 말을 건네면 내 속마음보다는 점잖게 겉마음을 표현하는 것과 같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설문을 통해서 얻게 되는 통계는 날 것이 아니라 익힌 것, 조리된 것인 셈입니다. 그런데 설문을 통해서 얻게 된 조리된 통계 값이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선 경우 이는 매우 특기할만합니다. 이 책에서는 바로 이러한 특기할 만한통계 값을 발견해냅니다.

 

우리는 [페미니즘에 관한] 여섯 개 문항 모두에 강한 반대를 표한 응답자, 즉 페미니즘 찬반 지수가 -12점인 응답자를 확인해 보았다. 이것은 매우 높은 기준이다. 특정 주제에 강한 확신을 가진 응답자라도 모든 문항에 일관되게 강한 확신을 내는 경우는 흔치 않다. 여론조사에서도 대부분 온건한 응답이 비율상 가장 많이 나오고, 양 극단으로 갈수록 응답자는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 20대 남자 네 명 중 한 명은 페미니즘에 대해 무엇을 물어도 강한 반대로 답할 만큼 이 주제에 관심이 많고 의견이 단호하다. (65)

       

이 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젊은 남성 마이너리티가 확인되는 순간입니다. 이십 대 남성들의 25.9%이념집단’. 마이너리티 혹은 소수자 집단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 책에서는 불행히도 자세히 설명을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사회학자 루이스 워스의 고전적인 설명을 참조하면 소수자 집단에 대해서 어느 정도 감이 잡히게 됩니다. 소수자 집단은 고유한 문화적 특징을 공유하며 다른 이들과 스스로가 다르다고 생각하고 이로 인하여 차별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이십 대 남성 마이너리티의 고유한 정신성은 무엇일까? 여기에서 이 책은 사실을 보고하는 통계의 영역에서 사실을 분석하는 사회학의 영역으로 나아갑니다. 이들의 고유한 이념적 정체성은 공정성에 대한 집착과 사회가 공정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결합’(69) 된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이 독특한 젊은 남성 소수자 그룹의 멘털리티를 맥락이 제거된 공정이라고 부릅니다. 이 부분은 이 책의 두번째 백미이고 저자들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진정한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가난한 사람은 게으르고 멍청해서 그렇다'라고 간주하는 데는 섬세함이 필요 없다. 공정성이라는 단일 잣대만 살아남으면 이 경계선이 유난히 가혹해지게 된다. (119)

          

맥락도, 구조도 증발한 채, 사실의 조각 몇 개가 팩트 폭행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온라인 공간에서 끊임없이 복제되는 것, 이것이 맥락이 제거된 공정이며 이십 대 남성 마이너리티의 정신성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독특한 정신이 출현하게 된 것일까? 왜 이들은 그렇게 약자들에 대한 우선적이고 적극적인 배려에 대해서 적대감을 표시하는 것일까?

 

이 책은 해답을 조지프 피시킨의 병목사회에서 찾습니다. 고도의 경쟁사회-병목의 레토릭은 과도한 경쟁을 뜻합니다.-에서는 경쟁이 너무 격렬하기에 경쟁에 필요한 능력 외의 다른 모든 것들은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됩니다. 경쟁을 통과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그렇기에 시험 자체가 최우선이 됩니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노량진과 신림동에서 확인하게 됩니다. 시험이라는 경쟁이 목적 자체가 되어 버립니다. 모두가 공무원이 되도록 강요받는 것입니다. 왜냐고요? 한국사회는 청년들이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질 기회가 너무나 제한되어 버린 병목사회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너도 나도 병목점을 향해 달려듭니다.

         

중요한 병목점에 해당되는 대입 수능, 고시, 공무원 시험 등은 이십 대가 경쟁에 과도하게 몰입하도록 만듭니다. 이렇게 될 때 경쟁의 가치를 훼손하거나 경쟁에 개입하려는 외부의 시도-여성할당제가 좋은 예가 되겠네요.-는 격렬한 반감과 저항에 부딪히게 됩니다. 공정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조지프 피시킨이 지적하고 있는 것은 이건 허울뿐인 공정이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있는 집 아이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유무형의 자산을 활용하여 그 병목점을 손쉽게 통과하니까요. 이 부분은 참된 공정이란 무엇인가?’라는 다른 주제에 해당하니, 일단 여기에서는 한국사회의 고도의 병목현상으로 인하여, 그리고 (진보적인?) 정부의 개입에 대한 반감으로 인하여 새로운 소수자 집단이 발생했다는 분석을 확인하는 정도로 이야기를 멈추고 다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이 책의 저자들이 책의 부제인 “‘남성 마이너리티자의식의 탄생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초경쟁 사회에서 이제 경쟁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고 공정은 이제 경쟁이 움직이는 규칙을 조금이라도 뒤흔드는 개입에 대해 반박하는 논리가 되어 버립니다. 그러니 사회의 또 다른 마이너리티 집단-난민이나 이주민, 가난한 이들 등-에 대한 배려는 이들에게는 공정에 반하는 것이 됩니다. 그래서 저자들은 이를 맥락 없는 공정이라고 부릅니다.

 

일단 공정이라는 주제 자체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한도 끝도 없으니 여기에서는 공정에 대해서 특별한 감수성을 갖고 있는 남성 마이너리티 집단이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멈추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왜 공정에 대해서 특별한 감수성을 갖게 되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이들의 눈에 비친 세상이 참담해 보입니다. 초경쟁이 발생하는 병목사회가 이들의 눈에 보이는 세상이니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들이 왜 그렇게 게임의 룰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려는 시도에 대해서 심한 거부감을 갖게 되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두 번째 책을 통해서 많이 배웠습니다. 이 책은 덕이 많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통계를 통해서 뻔한 이야기보다는 특수한 마이너리티 집단을 읽어낸 부분과 왜 이들이 등장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감탄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앞으로 읽을 책들에 대한 기대감이 살짝 올라갔습니다. 모쪼록 좀 더 청년들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민 신부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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