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image

  

[리뷰] [서평] 렛 어스 드림-더 나은 미래로 가는 길

정다빈 121.♡.116.95
2021.10.06 17:54 3,004 0

본문

 

사본 -제목을 입력하세요.png

 

렛 어스 드림-더 나은 미래로 가는 길 전 인류가 함께 고통 겪은 코로나19 팬데믹 가운데 쓰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책을 통해 이 위기 속에서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려면 더 명확히 보고, 잘 선택하고, 올바로 행동해야 한다고 길을 제시한다. 그리고 우리를 대담하게 꿈을 꾸어보자!”고 초대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초대하는 꿈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담대하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라고 요구하시며, 위기가 닥치기 전 거짓된 안정을 내세우던 정치·경제 시스템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신 누구나 토지와 주택, 노동에 접근할 수 있는 경제, 가난하고 배척받는 사람과 취약한 사람들을 포용하고 그들과 대화할 수 있는 정치가 우리 모두의 과제이며, 우리 모두가 초대받아야 하는 과제라고 말한다. 이 책은 팬데믹 시대를 극복하는 꿈에 관한 책이지만 더 정확하게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초대하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우리의 과제에 관한 책이다.

 

교종이 생각하는 팬데믹이 드러낸 우리의 민낯의 핵심은 나르시시즘, 낙심, 비관주의. 자신을 모든 것의 중심에 두는 자기도취, 낙심에 빠져 오직 자신의 슬픔만을 들여다보는 태도, 미래를 향한 문을 닫아버림으로써 새로운 것을 볼 수 없는 비관주의가 바로 우리의 성장을 방해하고, 우리를 마비시키는 태도라고 지적한다. 교종은 이번 위기에서 볼 수 있는 희망의 불씨는 우리가 현실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우리 자신에게 지나치게 몰두하느라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고 인지하지도 못한 너무 많은 사람들, 형제자매들, 사람들을 이제 우리는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팬데믹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 불평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이 비극의 원인이 코로나19만일까, 아니면 코로나19로 드러난 것이 부분적인 원인일까? 이번 비극을 바이러스 팬데믹과 경제 붕괴로만 보아야 할까, 아니면 이와 유사한 모든 인간사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시야를 넓혀야 할까?” 물어온다. 교종의 눈에 비친 이번 위기는 곧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이 사회적 변화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고 느끼는 순간이다. 그리고 이 순간으로 가닿는 길은 저마다 고유한 이름과 얼굴을 지닌 사람들을 더는 잊지 않고, 잃지 않는 노력이라고 본다. 보편적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 따뜻한 정치와 연대에 대한 강조는 얼마 전 반포 1주년을 맞이한 회칙 모든형제들과도 궤를 같이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책을 통해서는 회칙에서는 엿볼 수 없던 개인적 성찰과 교황이 되기 전의 삶에 관해 진솔하게 나누기도 한다. 1957821살의 부에노스아이레스 교구 신학생이었던 청년 호르헤 베르골리오는 폐에 생긴 깊은 병으로 한계와 고통과 외로움을 처절하게 경험한다. 그리고 그 중대한 질병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의 친절과 지혜에 의지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고백한다. 그는 그 코로나를 견뎌낸 후 자신은 더 나아졌고, 더 현실적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소명을 다시 생각하는 여유도 생겼고, 이후 예수회에 입회한다.

 

교황은 코로나19를 통해 우리가 얻은 것은 인내심이라고 말한다. 인내심에 대해 그는 중요한 것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변화는 유기적이며, 어떤 것에나 한계가 있기에, 예수님이 그랬듯이 우리도 눈은 저 멀리에 두더라고 한계 내에서 일해야 한다는 걸 이해하는 은사가 바로 인내심이라고 설명한다. 자신의 삶에서 겪어야 했던 고통을 예시로 들며 그는 위기 상황에서 많은 고통을 받겠지만 그 고통을 변화의 기회로 삼는다면 위기가 지나간 후에 더 나은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위기를 외면하고 숨어버리면, 위기가 지나간 후에 상황은 더 나빠질 뿐이라고 덧붙인다.

 

한편 그는 갈등에 휘말려 균형감을 잃음으로써 시야가 좁아지고, 성령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길에 들어서지 못할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그는 아마존에 관한 시노드 사랑하는 아마존에 관해 실망했다는 사람들의 푸념에 대해 논란이 많은 문제(기혼 남성 사제품 같은)로 시야를 좁히면, 안타깝지만 성령과 관련된 모든 징표들은 쉽게 퇴색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갈등의 와중에도 식별력을 유지하는 방법은 있을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간은 주님의 것이므로, 주님을 믿고, 용기 있게 전진하며, 식별을 통해 하나가 되고,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꿈을 찾아 실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느님이 우리를 위해 준비해둔 길을 찾아내고, 그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교황이 강조해온 공동합의성의 정신은 이번 책에서도 빛을 발한다. 그는 하느님 백성의 공동 식별을 통해 하느님의 길을 함께 찾고, 함께 걸음으로써 이 위기를 더 나은 미래로 전환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한편 교황이 더 나은 미래를 마음속에 그리는 데 도움이 되는 개념으로 제시한 것은 ‘3L’이다. 이는 토지, 주택, 노동을 뜻한다. 토지는 모두를 위한 것이기에 땅의 재생과 재화에의 보편적 접근을 코로나19 이후 시대의 핵심적 과제로 제시한다. 주택은 문명의 미래를 결정하는 열쇠이며 공동체에 뿌리를 둔 조직들이 공동체의 구체적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믿음과 민족의 경계를 넘어 협력할 때, 그들은 자신들의 영혼을 되찾게 될 것이라 말한다.

 

노동은 존엄성 회복의 기본조건이므로 노동이 자신을 표현하고 사회에 참여하며 공동선에 기여하는 수단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여기서 교황은 보편적 기본소득의 보장과 적정한 임금을 보장받는 조건 하에 노동 시간을 줄이는 것도 고려해볼 것을 제안한다. ‘꿈을 꾸자는 교황의 제안은 결코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이르러야 할 미래에 대한 교종의 제안은 누구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실을 인식하며 모두가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회복하는 방법으로, 세 단계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둘째는 사회에 작용하는 다양한 힘을 식별하고 올바른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선택한 것을 행동에 옮기는 것이다. 이 책 역시 직시할 시간’, ‘선택할 시간’, ‘행동할 시간의 순서로 나뉘어있다. 이는 사회교리가 제시하는 관찰-판단-행동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우리는 언젠가는 코로나19를 극복할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19 이후가 올 것이다. 벌써 다섯 손가락으로는 채 헤아리기 어려운 계절이 지나는 동안 우리의 그 후’, 인류의 그 후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수많은 예측이 있었다. 그 예측은 대체로 비관적이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위기를 통해 더 나은 미래로 갈 수 있다고, 위기의 시대를 살면서도 희망을 놓지 말자고, 우리에게는 하느님이 옆에 계신다고 말한다.

 

그가 건네는 초대는 무겁지만, 우리는 그 초대에 응답해야만 한다.

 

 

정다빈 멜라니아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구글 애널리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