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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모든 형제자매와 더불어 모두를 향해

정다빈 121.♡.116.95
2021.09.06 17:36 3,71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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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칙 모든 형제들반포 1주년을 앞두고

지난해 103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명하고, 104일 발표된 회칙 모든 형제들이 다음 달이면 반포 1주년을 맞이한다.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교황청 부서(Dicastery for Promoting Integral Human Development, 이하 '인간발전부')’는 코로나19 위기 가운데서도 어느덧 반포 1주년을 맞이한 회칙 모든 형제들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 소셜 미디어 캠페인을 진행한다.

 

캠페인은 11월까지 이어지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번 회칙을 통해 강조한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 보편적 인류애의 당위성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 모든 형제자매들에게 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는 온전한 인간 발전을 위한 교황청 부서 장관 피터 턱슨 추기경이 전 세계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관련 교회 기관에 발송한 초대에 응답하며 이번 캠페인에 참가한다.

 

캠페인은 모든 형제들이 제시한 과제와 우리가 당면한 현실을 짧은 글귀와 이미지를 통해 교차하는 콘텐츠들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형제들에서 인용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 ‘모든 형제들에 관한 피터 턱슨 추기경을 비롯한 인간발전부 사목자들의 성찰, ‘모든 형제들의 핵심적 메시지가 던지는 질문 등이 그 예다.

 

Communicating Fratelli Tutti

필자는 지난 2월부터 홍보를 위한 교황청 부서(Dicastery for Communication)’에서 시작한 ‘Faith Communication in the Digital World’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고, 이번 모든 형제들소셜 미디어 캠페인은 이 프로그램에서 수행한 첫 번째 프로젝트다. 10개국 16명의 30세 내외의 젊은 커뮤니케이터들이 참여하는 이번 프로그램은 디지털 세상에서 어떻게 우리의 신앙과 복음을 증거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실험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젝트로 홍보를 위한 교황청 부서에서도 올해 처음으로 시도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모두 가톨릭교회 안에서 미디어, 홍보,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담당하는 청년들로 1년 간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매주 진행되는 세미나와 토론 외에도 팀 별로 진행되는 추가 프로젝트를 병행한다. 첫 번째 팀 프로젝트는 각각 4명씩 4개의 팀으로 나뉘어 교황청 시성성, 바티칸 도서관 등 교황청 산하 기관에서 요청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었다.

 

나는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교황청 부서에 배정되어 모든 형제들의 공식 홈페이지(www.fratellitutti.va)의 존재를 홍보하고, 인간발전부가 최근에 개설한 인스타그램 계정(@vaticanihd)의 팔로워를 늘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제를 받았다. 함께하는 팀원으로 미국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커뮤니케이션 담당 알렉산드라 캐롤(Alexandra Carroll), 미국 브리지포트 교구의 미디어 책임자 존 그로소(John T. Grosso), 케냐 나이로비의 로욜라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센터에서 근무하는 파스칼 노버트(Paschal A. Norbert)와 협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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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필자, 알렉산드라, 마르타 곤잘레즈(인간발전부 커뮤니케이션 책임자), 파스칼, 존

 

공동의 목적을 위한 다양한 접근들

당초 인간발전부에서 요청한 목표는 좀 더 구체적이었지만,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프로젝트의 궁극적 목적이 팔로워를 늘리고, 홈페이지로 유입을 늘리는 것이 아님을 확인했다. 이번 캠페인의 목적은 무엇보다 모든 경계를 초월한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에 관한 모든 형제들의 메시지를 더 널리 알리는 것이다. 다른 목적은 이 궁극적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특별히 우리는 인스타그램에서 어떻게 모든 형제들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을까 오래 고민했다. 인스타그램의 사용자는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다른 플랫폼 사용자에 비해 연령이 낮고, 더 감각적인 콘텐츠에 호응한다고 알려져 있다. ‘모든 형제들의 메시지는 단지 아름다울 뿐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부서진 세상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통찰을 담고 있지만, 인스타그램의 맥락에서는 다소 무겁게 느껴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소셜 미디어에서 모든 형제들을 알리고, ‘모든 형제들로 소통한다는 이번 프로젝트가 소기의 목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특별히 깊은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의 시도가 그저 아름다운 글귀, 보기 좋은 그림으로 끝나지 않도록 노력했다.

 

모든 형제들은 회칙 전체를 통해 절망 가운데서도 희망을 발견하며, 경계를 넘어서는 연대로 우리를 지속적으로 초대한다. 특별히 이 메시지는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위기를 마주한 지구 공동체의 현실과 절실하고도 구체적으로 교차한다. 우리는 콘텐츠에 활용할 인용 구절을 선택하기 위해 회칙의 핵심적인 메시지가 축약된 인용구 라이브러리(Quote Library)'를 만들고, 주제 별로 분류했다. 이렇게 분류 된 주제는 곧 이번 회칙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연대, 공공선, 종교간 협력, 이주와 난민, 인종차별, 생태계 파괴, 전쟁과 평화, 지역과 국제 정치, 정의로운 경제 등 회칙이 다루는 핵심 주제는 오늘날 세계가 마주한 갈등과 고통에 관한 주제와 다름이 없다.

 

실제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지난 봄, 우리는 회의마다 미국에서 한참 불거지던 인종차별 사건들, 부유한 국가들의 백신 독점 문제, 미얀마의 민주화 투쟁에 관해 길게 얘기했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이 문헌이 우리가 겪는 현실의 고통과 얼마나 깊게 연결되어 있는지 느꼈다. 또 다른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여름이 지나는 동안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미군의 철수와 함께 탈레반의 점령이 시작되었고, 아프간 주민들의 감내해야 할 혼란과 고통에 관한 연민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불편과 불안도 감수하고 싶지는 않다는 배타주의와 무관심이 무섭게 교차하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모든 형제들은 코로나19 이전에 쓰였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만큼 코로나19의 현실을 생생하게 투영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에도, 미얀마와 아프가니스탄 이후에도, 우리가 모든 형제들이 제시하는대로 배타와 혐오, 이기주의와 무관심, 폭력과 전쟁이 아닌 대화와 협력, 사랑과 연대의 길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언제까지나 이 문헌은 상처받고 망가진 현실의 세계를 그대로 반영하는 텍스트로 남게 될 것이다.

 

모든 형제들로 모든 형제자매들에게

회칙 모든형제들은 프란치스코 성인이 이집트의 말리크알카밀 술탄을 방문한 일화로 시작한다. 언어와 문화, 종교의 차이 탓에 프란치스코 성인은 이 방문에 커다란 노력을 기울여야 했지만(3항), 성인은 교리를 강요하는 설전 대신 하느님의 사랑만을 전하였다(4항).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공격이나 분쟁을 피하고, 모든 이를 품어 안고자 열망하는 사랑의 위대함을 보여주었다. 교황은 바로 프란치스코 성인이 형제적 사회라는 꿈을 불러일으켜 많은 열매를 맺는 아버지가 되었다고 말한다. 이처럼 서로가 자기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도 존중과 사랑 안에 연대를 일구는 과정이 이 회칙이 제시하는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의 모습일 것이다.

 

한편 회칙은 교회 일치를 위한 기도로 끝난다. 모든 그리스도인을 위한 이 기도는 '형제애의 강물로 저희를 적셔주시며', '모든 사람이 소중하고 필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한 인류의 서로 다른 얼굴이라는 것을 저희가 깨닫게 해’주실 것을 청한다. ‘모든 형제들은 술탄과의 만남으로 시작해 모든 교파의 그리스도인이 함께 바치는 기도로 끝나는 회칙이다. 우리 캠페인의 대상 또한 가톨릭 신자만은 아니다. ‘찬미받으소서가 파괴되어가는 우리 공동의 집과 자연 생태계에 책임을 지닌 모든 지구인을 향한 권고였듯이, ‘모든 형제들은 인종, 국가, 민족, 종교를 넘어 세상 모든 형제자매들에게 건네는 연대와 사랑의 초대다.

 

지금, 여기에서 모든 형제들

코로나19는 우리가 서로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깨닫게 했지만 동시에 우리를 깊이 고립시켰다. 연대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지만 서로 모이지 않고 어떻게 연대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몰라 막막하기만 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가 주는 위로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이 온기가 곧 서로를 위협하는 위험한 것이 되기도 한다.

 

모든 형제들, ‘우리를 뛰어넘어 닫힌 문을 열고, 열린 세상으로 나아가자고 초대한다. 경계를 넘어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 맺으며, 그전과는 다른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초대다. 나는 기존의 관념과 벽을 넘어서자는 모든 형제들의 초대를 코로나19가 더 가속화시킨 디지털 세상에서 역시 느낀다. ‘모든 형제들로 모든 형제자매들과 인스타그램에서 소통하자는 우리의 목표는 나와 동료들에게는 그 초대에 응답하는 미약한 시작이다.

 

 

정다빈 멜라니아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모든형제들' 반포 1주년 기념 캠페인은 9~11월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페이스북(Jesuit Advocacy)과 인스타그램(@jesuitadvocacy)을 통해 진행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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