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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우주쓰레기가 온다

김민회SJ 121.♡.116.95
2021.08.27 17:42 3,42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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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안내해주는 내비게이터는 우리의 편리한 생활을 영위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는 중요한 도구이다. GPS라고 불리는 위성이 현 위치와 목적지를 파악해 내비게이터에 알려주고, 우리는 이 내비게이터의 도움으로 편하고 정확하게 적절한 경로를 통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웬만해서는 길을 잃어버릴 염려도 없다. 그 밖에도 GPS는 각종 연구 목적을 충족시키거나 실종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문제를 해결해 주는 등 그 유용성이 매우 무궁무진해서 우리 생활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우리는 내비게이터와 GPS 덕에 편한 생활을 누리는 그만큼의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우주쓰레기의 폭발적인 증가로 인한 위험에 대한 대가이다.

 

 

우주쓰레기가 다가온다

 

중국이 쏘아 올린 우주정거장 톈궁 1호가 지난 20184월 남태평양으로 추락할 때와 중국의 우주발사체 창정 5B 호가 인도양으로 추락할 때 더더욱 우주쓰레기에 대한 이슈가 전 세계의 각광을 받았다. 사실 2021년 지금도 우주쓰레기 이야기는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매우 생경한 주제일 수 있지만, 지구 주변을 도는 여러 발사체들 혹은 인공위성들에서 떨어져 나간 다양한 크기의 잔해나 파편들 숫자는 수억 개에 달한다고 하니, 더 이상 외면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되었다. 지구로 다시 날아들어 오는 이러한 잔해들로 인해 부상이나 사망 등의 피해를 본 사람들이 아직 공식적으로 없다고는 하지만, 새로이 우주로 발사되는 인공위성의 숫자, 지구 궤도를 도는 발사체의 크고 작은 파편의 숫자, 그리고 이 파편들에 의해 망실되는 인공위성의 숫자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데에 문제가 있다. 우리가 편하게 사는 만큼, 우리가 사는 지구는 더더욱 우주쓰레기로 뒤덮여 있게 될 것이다.

 

지구 주변을 도는 잔해나 파편의 속도는 보통 초속 7~8km인데, 이것을 시속으로 따지면 25,000km 이상이 되며, 적어도 이 정도의 엄청난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왜냐하면 지구로 낙하하지 않고 주변을 돌려면 지구 중력보다 더 큰 힘으로 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총알같이 날아다니는 파편에 맞기라도 하면 아무리 단단한 위성이라고 하더라도 순식간에 파괴되어 버리고 만다. 우주 환경 특성상 낮과 밤의 온도 차가 너무 커서 인공위성의 고장이 잦기도 하지만, 이러한 엄청난 속도로 지구를 도는 파편들에 맞아서 생기는 망실도 크다. 인공위성이 수명을 다하게 되면 위성에 역추진 로켓을 달아 대기권으로 진입을 시키면서 마찰열로 위성을 태워서 처리를 하면 좋겠지만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쉽지가 않다. 우주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서 지상 레이저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고는 하는데, 이는 그나마 1~10cm 정도의 작은 파편들을 처리할 수 있을 뿐이지 이보다 더 큰 우주쓰레기를 처리하기가 어렵기는 매한가지라고 한다.

 

우리의 눈에 당장은 쓰레기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강이나 바다에 쌓여 있을 엄청난 쓰레기를 수거하는 다이버들, 그리고 매일같이 망망대해에 나가서 배에 한가득 바닷 속에 있었던 쓰레기들을 싣고 오는 어선들을 보면서 인간의 버려진 양심을 보게 된다. 바닷 속에 숨어있는 쓰레기들을 들어 올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광활한 우주에 버려진 우리의 양심을 찾는 것을 이제는 서슴없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주로 여행을 가다가 그 파편에 맞아 장렬하게 사망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이 우주쓰레기들이 지구에 있는 우리 머리 위에 떨어질 것들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에 살게 되었다. GPS는 우리의 삶을 너무나 편하게 만들었지만, 그만큼 인공위성들은 더 많이 쏘아 올려지게 되고, 과학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이런저런 연구 목적으로 발사체들이 대기를 뚫고 우주로 향하고 있으니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양심이라는 거울을 깨뜨리지 않기

 

루카 복음 1018절에 예수님께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천사는 하늘나라에서 하느님과 함께 하는 영적인 존재이지만, 사탄은 빛의 얼굴을 가장한 타락 천사이다. 성경에서는 단 한 번의 죄로 죽음의 나락에 떨어지는 타락 천사의 이미지를 제시한다. 인간의 약함 그리고 욕심으로 인해 다시 인간의 머리 위에 떨어지는 우주쓰레기의 이미지와 참으로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선한 목적에서 사용하기 위해 인공위성을 만들고 하늘로 쏘아 올렸지만 처음에는 선했던 천사가 사탄이 되어 나약한 인간을 겨냥하여 유혹하듯이 이들이 지구로 떨어져 우리 인간을 겨냥할 때에는 우리 모두가 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경종을 울리는 것이다.

 

우주쓰레기는 보이지 않는 우리의 양심이고 거울이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버려 놓았으니 더 이상 우리를 비출 수 없는 거울이 되어 버렸지만 그 거울은 여러 개의 날카로운 조각들이 되어 양심을 걷어차버린 우리를 계속해서 겨눌 것이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넓디넓은 우주에 살고 있다. 이러한 아름다운 우주에 쓰레기를 버리고 언제까지 눈을 가리고 모른 체하고 있을 것인가? 타락 천사는 한 번의 죄로 죽음에 이르렀지만,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우리의 양심의 거울을 깨뜨리지 않으려는 노력과 정성이 들인다면, 그래서 그 거울이 우리의 삐뚤어진 양심을 비춘다면, 더 이상 우주쓰레기 파편은 인간의 생명을 겨누지 않을 것이며 창조된 아름다운 지구는 영원히 보존되리라 확신한다.

 

 

김민회 신부 (서강대학교 교목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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