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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교리] 코로나와 천주교, 성찰의 시선들

조현범 58.♡.237.175
2021.06.23 13:13 53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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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까지 사회교리를 주제로 하여 웹진 원고를 쓰다가 주말에 돌연 생각을 바꿨다. 사회교리 원고는 다음으로 미루고 좀 더 시사적인 주제를 다루기로 하였다. 619일 토요일 오후 2시에 비대면 화상회의로 열린 한국 종교학회 상반기 학술대회에 참가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재난과 종교: 위드 코로나 시대의 한국종교라는 주제 아래에 한국의 불교, 천주교, 개신교, 신종교 등이 코로나 상황에서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를 다룬 연구 발표가 있었다. 천주교에 대해서는 서강대학교 신학연구소의 김선필 박사가 위드 코로나 시대, 한국천주교회의 인식과 대응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였다. 필자는 김선필 박사의 발표에 대해서 토론자로 나서서 지정 토론을 진행하였다. 코로나 상황에서 한국 천주교가 취한 조치들을 성찰하는 데 필요한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는 귀중한 발표였다. 지면을 빌어 김선필 박사의 발표 내용을 요약하고, 필자의 토론과 김선필 박사의 답변 등이 어떻게 오고 갔는지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김선필 박사의 발표

 

먼저 김선필 박사의 발표 내용을 간추려 보겠다. 한국 천주교가 정부의 방역 지침을 철저하게 준수하면서 전체 교회 구성원의 일사불란한 대응을 이끌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러면서 그것은 천주교가 지닌 조직적 특성, 역사적 경험, 세상을 이해하는 교리, 사회적 기대에의 부응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하였다.

조직적 특성은 잘 알다시피 교구 중심의 천주교 조직 원리에서 나오는 것이다. 한 마디로 교구장 주교는 행정, 입법, 사법의 전권을 지니고 있으며, 교구민에 대해서 교도권(magisterium)을 행사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모든 교구 사제와 신자들은 그 명령에 순종해야 한다. 이것이 코로나 방역에서도 여실하게 작동하여 일사불란한 대응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교황의 적극적인 활동과 메시지, 그리고 교황청에서 전 세계의 교구에 내린 지침들도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둘째로 역사적 경험이라고 한 것은 고대부터 중세 및 근대 초기에 이르는 시기에 유럽에서 교회가 다양한 감염병을 겪고 이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축적한 내용들을 말한다. 박해받던 때에는 교회 박해에 대한 하느님의 분노, 나중에 고대 제국과 중세 봉건 사회의 중심 세력이 된 뒤에는 인간이 지은 죄에 대한 하느님의 진노라고 해석하였지만, 근대 초기에 들어서는 당시의 의료 지식을 받아들여 의학적 차원의 질병으로 이해하고 감염병 대처 방법을 축적해 나갔다. 아울러 종부성사를 베풀어야 하는 교구 사제와 수도 사제들의 헌신적인 환자 돌봄, 나아가서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자선 단체들의 간병, 장례, 고아 보호 등의 활동 등도 감염병에 대처하는 천주교의 역사적 경험이 되었다.

다음으로 천주교는 세상에서 공동선을 실현하는 것을 교리적인 차원으로 이해하고 있어서 방역을 위해서는 공동체 미사 거행과 같은 종교 생활을 일부 제한하는 것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러니까 사회교리에서 강조하는 공동선의 실현이 바로 방역 협조의 근본 취지라는 것이다.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한국 천주교는 사회 구성원을 보호하여 공동선을 실현하려고 정부의 방역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였다.

마지막으로 한국 천주교가 지닌 사회적 공신력과 사회적 기대에의 부응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김선필 박사는 지적하였다. 즉 한국 천주교는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군부독재에 맞서서 민주화 운동에 헌신하여 사회적 공신력을 획득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의식이 한국 천주교의 저변에 깔려 있다. 그래서 천주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려는 의식이 정부의 코로나 방역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로 나타났다.

그러면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한국 천주교에서는 내부적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김선필 박사도 한국 천주교 신자 증가율의 지속적인 둔화, 신자로서의 기본적인 의무인 주일미사 참여율의 현저한 감퇴 등 지난 25년 동안 이어져 온 부정적인 모습이 코로나 상황 속에서 더 증폭되고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성당 안에 들어와야만 천주교 신자로서 종교 생활을 하는 것이라는 의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하였다. 그래서 성당 밖에 펼쳐진 삶의 현장이라는 공간에서, 그리고 주일에 한정되지 않는 일상적인 시간 속에서 신앙생활을 하도록 강제하는 코로나 사태가 오히려 천주교를 쇄신하도록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나아가서 노숙인, 이주노동자 등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천주교의 노력이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하였다.

 

필자의 토론

 

필자는 김선필 박사의 발표문에 담긴 주장과 관련하여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였다. 먼저 천주교의 조직적 특성에 관한 것이다. 물론 천주교 특유의 조직 원리가 코로나 사태에 대한 일사불란한 대응을 가능하게 하였다는 진단에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다. 다만 교구장 주교를 정점으로 하는 의사 결정 구조가 일반 신자들을 수동적인 존재로 만드는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공동체 미사가 중단되고 고백성사 등 성사 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은 열성적인 신자들에게는 상당한 위기의식을 가져다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를 해소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과연 일반 신자들이나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와 같은 신자 조직이 어떤 역할을 하였을까? 교구나 본당의 결정을 이행하는 수동적인 객체에 머물렀다면 외면상으로는 코로나 방역에 모범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할지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한국 천주교의 종교적 활력은 계속 추락할 수 있다. 어쩌면 신자 개개인은 본당의 전례 생활이나 성사 생활보다 내면적인 종교성을 더 추구하는 경향을 보일지도 모른다. 전례와 성사를 중시하는 천주교는 과연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까? 코로나보다 더 심각한 위기 상황일 수 있다.

사회교리와 공동선 추구가 코로나 방역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였다는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한국 천주교가 사회교리에 대해서 일치된 생각을 가지고 구체적인 사회적 삶 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여기게 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신자들의 사회적 처지에 따라서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지 않은가. 그리고 공동선을 실현하는 주체로 국가를 설정할 수는 있겠지만 특정한 시기의 특정한 정권에 대해서는 계급적 이해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신앙의 준칙이 아니라 사회적 삶에 대한 태도를 교리로 정하여 강제할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보자면 사회교리에 입각한 공동선의 추구라는 틀 속에서 한국 천주교의 방역 협조를 이해하는 것이 과연 온당할까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주교회의나 주교단 혹은 교구장이 담화문 속에 공동선 실현을 위한 방역 협조라는 표현을 쓸 수는 있다. 하지만 이것을 가지고 사회교리와 공동선 추구가 방역 협조를 낳았다고 말하면 과도한 해석이다. 왜냐하면 교회 당국과 전체 교회를 평면적으로 동일시하는 태도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김선필 박사는 한국 천주교 내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반성하는 목소리들을 소개하면서 코로나 사태로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려는 교회 내의 움직임을 발굴하여 설명하였다. 수원교구 성남에서 활동하는 이태리인 김하종 신부의 안나의 집’, 서울대교구의 명동밥집’, 전주교구의 요셉식탁’, 글라렛선교수도회의 청년문간’, 인보성체수도회의 얘들아 밥 먹자 무료식당’, 주교회의의 백신 나눔 운동등이다. 필자가 보기에 이 사례들은 대단히 흥미롭다. 그 활동 자체는 천주교에서 늘 강조하는 카리타스(愛德)의 실천이다. 다만 활동을 홍보하고 후원자들을 모으는 과정에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경우가 등장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천주교 본당의 열성적인 신자들을 중심으로 한 면대면(face-to-face) 관계 양상과는 다른, 무언가 새로운 현상이 생겨나고 있는 것일까? 코로나 사태가 빚어내는, 혹은 가속화하는 비대면의 종교적 네트워크 현상의 확산은 아닐까?

김선필 박사가 주로 코로나 사태 이후 한국 천주교의 긍정적인 면들을 부각하여 설명하였다면, 필자는 일부러 불량 학생이 되어 김선필 박사의 주장에 어깃장을 놓는 식으로 문제를 제기하였다. 하지만 김선필 박사는 차근차근 막힘 없이 필자의 질문에 답하였다.

 

김선필 박사의 답변

 

천주교의 조직적 특성에 대하여 말한다면, 천주교의 수직적인 위계 구조가 신자들을 수동적인 존재로 만드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교회 안에서 성직자 중심주의 또는 성직주의라고 불리는 병폐의 한 결과이다. 그것은 한국천주교회만의 문제는 아니었고, 과거에는 당연한 것으로 이해되기도 했다. 하지만 1965년에 폐막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성직주의는 해결되어야 할 문제로 이해되고 있다. 공동체 미사 결정 등 방역 조치 과정에서 신자들의 불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자들은 공동체 미사 중단은 잘한 일이라고 평가하고 있었지만, 그 결정은 신자들과 함께 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텅 빈 성당을 보게 된 성직자들은 깜짝 놀랐던 것 같다. 그래서 신자들의 의견을 더 잘 들으려고 하는 성직자들의 모습이 자주 발견된다. 대구대교구는 공동체 미사 재개 여부를 신자들과 함께 결정하려고 했다. 의정부교구에서는 신자 조직인 평신도사도직협의회가 주도하여, 코로나19 시기 신자생활 지침서 등을 만들어 신자들에게 배포하도록 지원했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성직주의를 약화하고, 신자들의 주도성을 강화하는 경향을 불러오고 있다. 이러한 경향이 한국교회 전반에 퍼지게 될지, 아니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될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한다.

사회교리와 공동선 추구는 코로나 방역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었다. 천주교회의 공식적인 입장은 주교들로부터 나온다. 따라서 공식적인 입장은 일차적으로 주교들의 입장을 두고 해석해야 한다. 다만 교회 내부에서 다른 의견들이 나올 수 있다. 특히 사회교리를 두고 입장들이 갈릴 수 있다. 사회적 처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앙과 사회적 삶이 괴리될 수 없다면, 교회는 사회에 대한 가르침을 신자들에게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00여 년에 걸쳐 가톨릭 사회교리가 형성되어 왔다. 다만 그것은 구체적인 사례에 대한 가르침이 아니기에, 해석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그것은 최근 강조되고 있는 공동합의성개념에 따라, 구성원들이 함께 토의하고, 성직자(주교)가 공적인 해석을 내놓는 방식으로 해소해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의 방역 협조는 주교가 결정하고, 신자들의 의견을 파악하게 된 점에서 비록 그 순서가 바뀌긴 했지만, 다수의 구성원들이 교회가 방역에 협조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고 교회 당국 역시 적극 협조하고 있으므로, 한국교회가 공동선 실현을 위해 협조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비대면의 종교적 네트워크 현상에 대한 조짐이 분명히 보인다. 기존 전례-성사 중심의 신앙생활은 성당-성직자 중심의 신앙생활로 바꿔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성직자와 성당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몇몇 신자들이 교회 여론을 이끌었다. 그러나 교통의 발달과 온라인 소통 채널의 부상, 그리고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의 확산으로 한국교회 내에 탈 속지주의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성직자들과 일부 신자들이 형성해왔던 교회 내 기존 네트워크의 영향력은 급격히 감소하고, 이슈별, 관심사별로 새로운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다. 최근 놀라고 있는 현상이 하나 있다. 명동성당에 만들어진 노숙인 무료 급식소 명동밥집에 봉사자들이 대거 나타나고 있다. 이 많은 사람이 다 어디서 온 것일까? 그들은 언론 기사, SNS 등을 통해 명동밥집의 존재를 알게 되고, 스스로 참석한 사람들이었다. 자기 성당에서 조용히 미사만 드리던 사람들 가운데에도 이렇게 나서서 봉사하고 싶었던 사람들이 많았다. 명동밥집은 바로 그들의 열망을 구체적인 실천으로 드러나도록 이끌었다. 이렇듯 소속 본당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신앙생활 즉, 속지주의가 약해지는 추세는 비대면 네트워크의 활성화와 더불어 한국교회 안에 광범위하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한국 종교학회 2021년 상반기 학술대회에서 코로나 시대 한국천주교회의 인식과 대응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김선필 박사의 연구 발표와 토론을 지상 중계하였다. 방청객의 질의와 이에 대한 발표자의 답변까지 소개하지는 못해서 아쉽다. 좌우간 이 기회에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사회적으로 보면 코로나 시대에 천주교회가 대단히 모범적인 종교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위기 속에서 교회 갱신의 싹을 찾아내고 이를 온 사회로 확장하려는 자체적인 노력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교회 내부로 볼 때 교회의 수직적인 조직 문화, 전례와 성사의 형식화 등이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음을 애써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조현범 토마스 (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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