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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풍요로운 물을 더 깨끗하게

김민회SJ 121.♡.116.95
2021.04.09 14:32 43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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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이 동강날 뻔

1990년 강원도 영월에 큰 홍수가 난 후 동강에 다목적댐을 건설하려는 계획이 수년간 추진되었다가 환경 보존을 이유로 댐 건설 계획이 백지화가 된 적이 있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영월 지역의 홍수나 가뭄의 예방이었지만, 남한강 수계를 조절할 수 있는 댐을 새로 건설하고자 하는 당시 정부의 간절한 염원이 더 중요한 이유였을 것이다.

 

북한강 수계 조절은 소양강댐, 팔당댐, 화천댐, 춘천댐 등 여러 댐들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반해, 남한강에는 오직 충주댐 하나만 있기에, 남한강에 합류하는 동강에 영월댐을 짓는 것은 실제로 꽤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 시기에 분당과 용인, 수지 등 수도권 지역에 많은 아파트들이 건설되면서 식수 확보를 해야 한다는 그럴법한 소문도 동강에 댐을 지어야 하는 이유에 더더욱 불을 지폈었다. 당시 동강은 어쩔 수 없이 유명세를 치르기 시작했고, 동강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 속에 많은 사람들이 이 동강에서 래프팅을 하기 위해 앞다투어 러시를 이루었었다. 본인도 90년대 중반에 동강에 간 적이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왜 이곳의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 그토록 공을 들였는지 충분히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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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목적 댐 만능주의

UN 등 각종 비정부기구들이 세계적인 물 풍요도를 국가별로 지표화한 자료들이 많이 있는데, 여러 상황들을 다각도에서 객관적으로 고려해서 물 사용량을 정의하기 때문에, 한국은 일반적으로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되지 않는다. 그런데 국제 인구행동연구소(Population Action International)에서 1990년대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당황스럽게도 한국은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되어 있다.

 

이유인즉슨, PAI에서는 오직 빗물 중에서 증발되고 남은 지표수 양을 단순하게 인구수로 나눈 것을 1인당 물 사용량이라고 정의하기 때문이다. PAI는 그저 단순한 민간 기구로서 UN과는 별 관련이 없는데, 더 큰 문제는 마치 공신력 있는 UN에서 발표하는 물과 관련된 통계자료라고 둔갑시킨다는 데에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이야기는, 한국은 물이 많이 부족한 국가이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목적 댐을 많이 건설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근거를 악용하는 것으로 정당성이 올바로 확보되지 않는 나쁜 예이다.

 

다목적 댐은 유용한 점들이 분명히 여러 개가 있다. 일단 많은 물을 저장할 수 있으며, 홍수나 가뭄을 사전에 쉽게 예방할 수 있고, 수력 발전을 통해 전기를 얻을 수도 있다. 그리고 댐 건설로 인해 여러 일자리가 창출되며 다목적 댐 자체가 관광 자원을 제공하기도 한다. 한국 경제의 규모는 급속한 발전을 거듭해 왔으며, 도시화의 진행 속도 또한 워낙 빨랐기 때문에, 대규모의 다목적댐 건설에 대한 전국민적인 공감대가 오랫동안 형성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러한 흐름을 잘 이용하며 성장해 왔다.

 

그러나 다목적 댐은 단점도 많이 있다. 강물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막기 때문에 퇴적물이 많이 쌓여 수질이 악화되고, 이 지역의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은 너무나 명약관화하다. 그리고 수몰되는 지역의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을 뿐만 아니라, 이들의 문화적 사회적 자산이 소멸되고, 오랫동안 유지해 왔던 공동체가 파괴되기도 한다. 댐 주변에는 기후 변화가 의외로 심한데, 대체로 기온이 내려가고 습도가 올라가다 보니 안개 발생이 잦아지고 일조량이 감소하기에 농작물이 자라는데 안 좋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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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전쟁

한국은 과연 물이 부족한 국가인가? 대부분 사람들은 한국의 물 부족을 심각하게 체감하지는 않는 것 같다. 게다가 객관적인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물은 다른 나라의 그것에 비하여 수질이 꽤 좋은 편에 속한다. PAI에서 낸 물 사용량 관련 자료는 인구 증가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단순한 강수량과 인구 수만으로는 수도 보급률이나 수질, 그리고 물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되는지 등의 여부를 제대로 표현하기 어렵다.

 

한국의 물은 유럽의 물처럼 석회질이 많지 않고, 지반도 화강암이 많아서 물이 자연적으로 정화가 잘 되는 편에 속하기에, 수돗물에서 바로 음용이 가능한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양질의 물이다. 여름에 강수가 집중되기 때문에 홍수와 가뭄이 늘 있기는 하지만, 일 년 내내 흐르는 지표수가 많아 물이 아직은 부족하지는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물론 한국에 물이 많으니 물을 펑펑 쓸 수 있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다만 물이 부족하다는 근거를 엉뚱한 자료에서 뽑아다 쓰면서 사실을 왜곡하거나, 댐을 필요 이상으로 만들어서 소수의 관련자들이 부당한 이익을 누리거나 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할 것이다.

 

도시개발도 그동안 너무나 빠른 속도로 이루어져왔기에 이제는 친환경적인 차원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로 덮여 있는 도시가 물에 쉽게 잠기는 것은 빗물이 땅에 스며들 시간이 없이 물이 하천으로 갑자기 모이는데 그 원인이 있는데, 홍수를 막기 위해 댐을 건설해야 한다는 엉뚱한 논리로 귀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의 산업 발전은 예전만큼의 속도로 성장할 수 없다. 인구 수도 이제는 더 가파르게 증가할 리가 만무하다. 도시로 많은 사람들이 집중하는 것을 잘 조절할 수만 있다면, 물 관리 방법도 이제는 달라져야 할 것이다. , 그동안 물을 공급하는 측면에서의 관리가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물의 수요를 조절하는 측면에서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기에 댐 건설 등의 환경파괴적인 누를 범하지 않고도 물의 양은 물론 수질도 잘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물이 당장 부족하지는 않지만, 물을 절약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국은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일인당 물 사용량이 꽤 많은 편이다. 지나친 물 낭비, 그리고 그로 인한 물 부족 현상은 자칫 댐 건설을 계속해서 정당화시킬 수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 탓에 홍수와 가뭄의 강도가 더 커지고, 그에 따라 수질 오염도 더더욱 심해지고 있다. 지표수의 양은 바닷물과 비교했을 때 터무니없이 적으며 담수화 기술이 아직 상용화된 것도 아니어서, 물의 공급이 무한정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제한된 물의 양 때문에 간혹 국가 간에 물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1980년대에 터키는 시리아와 이라크로 흐르는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에 댐을 건설한다는 명목으로 물길을 막아 시리아와 이라크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이 지역에 긴장이 극도로 달한 적이 있었다. 한 국가 안에서도 지방 사이에 이러한 일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적절한 시기에 용수 확보를 위해 서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왕왕 벌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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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끼는 만큼 환경 보호

물은 부족하지 않지만 무한하게 공급되지는 않는다. 지역별로 국가별로 물의 양의 차이도 있고, 홍수나 가뭄으로 인해 물이 넘치거나 모자라기도 하다. 하지만 이미 환경이 많이 파괴되었고 기후가 예전과 달리 많이 이상해졌기에 우리는 더더욱 원천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물은 잘만 사용한다면 절대로 부족하지 않다. 풍족하다고 해서 마구 사용하거나 혹은 물을 이용해서 이득을 보고자 한다면 공공재인 물은 부족해지고 공동선은 무너지게 된다.

 

물이 부족할 수 있으니 댐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는 천혜의 아름다운 동강의 자연을 사라지게 할 수도 있고, 홍수나 가뭄을 조절하고 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4대강을 정비한답시고 수년 전에는 여기저기에 보를 설치하면서 수질을 극도로 악화시키기도 한다. 인간의 탐욕을 조금 더 줄일 수 있다면, 조금만 더 부지런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물을 아낄 수 있다면, 이는 곧 부서진 환경을 보호하고 회복시킴은 물론 아파하는 지구를 살리는 길이 될 것이다.

 

 

김민회 신부(예수회)

서강대학교 교목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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