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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미얀마 리포트] 쿠데타와 점술의 만남

강선우 121.♡.116.95
2021.03.17 18:37 1,25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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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여년의 군부통치와 세 번의 쿠데타 속에서 미얀마 시민들의 저항은 어떤 모습으로 변모했는지 얘기한 지난 번 편에 이어 이번에는 군부의 어처구니없고 전근대적인 행태들에 대해서 얘기해 보고자 한다. 반세기 넘게 통치한 군부독재의 주축은 세 명의 군인이다. 이 세 명의 쿠데타 주역의 공통점은 모두가 점술가들의 말을 믿고 그들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1962~1988년까지 미얀마를 세계 최빈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겨준, 군부독재의 시조 격인 네윈부터 살펴보자.

 

미얀마는 불교의 나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Net)'이라는 전통 토속신앙의 믿음이 매우 강한 나라이기도 하다. 이 기복신앙은 미얀마의 중세 이전 시대부터 왕가를 중심으로 믿어왔고 민간신앙으로써 오늘날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미얀마의 수많은 점술가들은 통치자들의 과거, 현재, 미래 운명을 봐주며 주의해야 하는 점과 갖춰야할 점, 이 두 가지를 주문하여 왕권이 유지되고 영원한 통치를 돕는 역할을 했고 민간인들에게는 길흉화복을 예측하고 액운을 막아줌으로써 불교와 더불어 깊은 신앙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숫자 9를 몸에 지녀라 !

미얀마의 첫 번째 쿠데타 주동자 네윈에게 점술가는 네윈이 암살 당할 수 있다라는 예언을 했다. 점술가의 말을 들은 네윈은 거울을 보면서 자신을 향해 총을 쏨으로써 자신의 불길한 운명을 막았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불길한 운명을 피하고 권력이 영원히 지속되기 위해서 숫자 9를 지녀야 하는 말에, 기존에 없던 화폐 45(미얀마 돈 단위), 90짯짜리를 만들었다. 45짯 지폐의 4+5 합치면 9, 90짯 역시 9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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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 수찌를 제거하려면 피자마를 심어라!

네윈에 이어 두 번째 쿠테타로 집권한 딴쉐 총사령관(임기 1992~2011)은 점술가와 토속신앙 낫(굿 하는 사람) 7명을 곁에 두고 지냈다. 정통성이 없던 딴쉐 군부정권의 통치 기간 중 가장 큰 정적(政敵)은 아웅산 수찌 여사였다. 딴쉐 눈에 가시였던 아웅산 수찌 여사를 제거하기 위한 점술가의 조언은 전국에 피마자 나무를 심으라라는 것이었다. 이는 피마자의 미얀마말은 /kje'ksu/“쨋수라고 부르며 역술 분야에서 월요일과 화요일의 기운이 들어가 있는 단어다. 아웅산 수찌 명칭에 수찌또한 월요일과 화요일기운이 있기 때문에 딴쉐가 피마자를 심으로써 아웅산 수찌 여사의 권력과 기운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피마자 나무는 촛불, 비누와 천연 디젤을 만들 수 있는 원료로써 미얀마에서 많이 심었다. 하지만 전국에 심기에는 기후가 맞지 않는 지역도 있고 사업성도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딴쉐는 도시에 있는 도시민까지 피마자 나무를 심게 했고 토지가 없으면 베란다에서라도 심어야 한다며 국가적 사업으로 강제했다. 피마자 나무뿐만 아니라 같은 해에 바고 지역에 있는 농민들에게 해바라기를 강제로 심게 하였다. 이는 해바라기가 미얀마어로 네짜라고 불리는데 이 단어를 거꾸로 부르면 짜짜네” “오래 존재한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에 해바라기를 심음으로써 딴쉐 군부정권이 장기 집권한다는 그릇된 믿음을 가졌다고 한다. 미얀마 대부분의 국민들은 농업으로 생계를 유지해 가고 있는데, 딴쉐는 본인의 권력 유지를 위해 벼농사를 장려하는 대신 엉뚱한 피마자와 해바라기 전국에 심게 했던 것이다. 정말 웃기고 믿기 힘든 일이지만 그들은 그랬다.

 

왕이 되려면 수도를 옮겨라!

딴쉐의 믿기 힘든 기행은 끝이 없었다. 점술가의 말 중에 제일 충격적인 일은 2005년에 벌어졌다. 바로 미얀마 수도 이전이다. 딴쉐 군부정권은 2005년 수도를 양곤에서 어느 날 갑자기 미얀마 중앙 지역에 있는 낙후된 지역 네피도로 이전했다. 이 지역에 왕국이라는 뜻을 가진 네피도라는 신도시를 세워 미래에 닥칠 재앙을 막아야 된다는 점술가의 말을 따른 것이다. 그때 점술가가 말한 재앙은 2007년 샤프론 항쟁과 2008년 나리기스 사이클론이었다라고 사람들은 말하는데 모두 결과론적인 얘기다. 딴쉐는 과거의 어떤 통치자들 보다 점성술, 그리고 제웅 찌르기(지푸라기 인형 찌르기) 같은 온갖 미신에 의지하며 살았고 부창부수, 그의 부인 또한 미신에 빠져 살았다.

 

딴쉐는 20079월에 있었던 샤프론 항쟁 때 수많은 승려와 시민들을 향해 반인륜적인 범행을 저질렀고 잘못을 인정했던지 이 죄를 씻기 위해 사찰에 기부를 많이 했다고 한다. 대표적인 것이 양곤에 있는 쉐다곤 파고다에 버금가는 사찰과 불상을 수도 네피도에도 세우겠다는 것이었고 실제 세웠다. 이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미얀마에 방문했을 때 찾아간 곳으로 거기엔 값비싼 옥으로 만든 불상이 있다. 하지만 그 불상은 진정한 불상이 아니고 딴쉐의 얼굴을 형상화한 가짜 불상이다. 이 옥불상 역시 점술가의 말에 따라 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2010년에는 미얀마를 한 여성이 이끌어 갈 것이라는 예언에 딴쉐 총사령관 포함한 모든 국가 고위 관료들이 남자가 입어야 하는 빠소(남성 통치마)대신 모든 행사에 롱지(여성 통치마)를 입어 참석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는 딴쉐의 부인이 미래의 미얀마를 이끌어갈 대통령은 절대로 여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을 막아야 한다는 미신적 방법으로 이날 남성 관료들에게 여성의 치마를 입혔다는 것이다. 이렇게 딴쉐는 독재권력을 행사 하면서 20113월 공식적으로 퇴임하였다. 하지만 이는 딴쉐의 정계은퇴가 아니라 수렴청정의 한 계획이었다. 군부는 이미 ‘2008 헌법을 통해 합법적인 정치개입의 길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2008헌법에 의거해 군복을 벗은 군장성 28명이 군복을 벗고 어용 정당을 세웠고 이 정당은 통합단결발전당(USDP)이란 이름으로 대선을 치뤄 딴쉐의 하수인인 떼인 세인(2011~2016)이 문민정부라는 탈을 쓰고 대통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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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유지하려면 불상에 문구를 새겨 넣어라 !

떼인 세인의 임기가 끝나고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을 하여 2016년부터 진정한 문민정부가 들어섰다. 문민정부가 시작했지만 국가 조직 중 중요한 부서인 국방부, 내무부와 국경부 장관 임명은 군 총사령관에게 그 임명권이 있는 등 진정한 군부 청산은 하지 못한 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최근 까지도 총사령관 포함한 모든 친군부는 점술가를 곁에 두고 괴상한 짓들을 끊임없이 해왔다. 아래 사진은 수도 네피도에 있는 불상들을 최근에 촬영한 사진인데 수천 년 불교신자들이 모셔온 부처님상과 차원이 다른 형상임을 알 수 있다. 전통적으로 내려온 기존 불상의 손 모양과 확연히 다른 거꾸로 된 손 모양을 한 부처상인데 과거로부터 쥐고 있던 권력이 영원히 지속되라는 의미로 군부가 제작한 것이다.또한 미얀마 불교문화에서 파고다나 탑에 기부를 한 사람의 이름과 기원을 문구로 새길 수 있는데, 이들은 왕좌가 오래 가기” “권력 계속 유지” “2008헌법이 있는 의회 오래가기같은 것들을 새겨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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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왕좌를 원하면 머리를 쏴라!

그리고 202121.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은 2020년에 치른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국가의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쿠데타로 정권을 불법 강탈했다. 이를 인정할 수 없던 시민들은 길거리로 뛰쳐나와 40일 넘게 저항의 시위를 계속 하고 있는데 희생자들은 늘어만 가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희생자들이 머리에 실탄을 맞고 사망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소문도 만만치 않다. 쿠데타를 일으킨 민 아웅 흘라인 총사령관이 총애하는 점술가가 있는데 이 사람이 한 나라의 왕이 되려면 저항하는 시민의 머리를 향해 총을 쏴야 한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정말 끔직한 말이고, 사람이 할 짓인지 의심이 갈 정도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점술가는 밍 아웅 흘라인의 이름을 영문으로 표기를 하면 Min Aung Hlaing인데 M자로 시작하니 M로 시작한 도시를 정리해야 군부의 뜻대로 된다고 말했고 미찌나(Myitkyina), 만달레이(Mandalay), 메르귀(Myeik), 몽유아(Monywar)시를 더 폭력적으로 진압을 하고 희생자들이 그 도시들에 집중되고 있다. 점술가의 한마디에 반인륜적인 만행을 저지르는 군인. 이성이라고는 없는 인간이기에 쿠데타를 일으켰고 말도 안 되는 미신에 빠졌다고 밖에 달리 이해할 방법이 없다.

 

전근대성을 탈피 그리고 미래의 미얀마로 가는 길!

60여년의 군부통치와 세 번의 쿠데타의 통해 우리 시민들은 과거 항쟁의 실패를 인정하고 이번 항쟁만큼은 끝까지 저항하고 투쟁하여 군부를 축출해야 한다고 의지를 모으고 있다. 그 첫 번째 의지는 군부가 합법적 정치 개입을 할 수 있게 만든 ‘2008헌법을 폐지하고 연방 체제에 근거한 헌법을 발의하는 것이고 이것은 버마족을 포함한 135개 넘는 소수민족들의 공통된 정치적 목표다. 지난 편에서 얘기 한 것처럼 이번 항쟁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Z세대 젊은 층들은 그동안 외면했던 버마족 중심의 군부가 소수부족에 대해 행한 60여년 동안의 잔혹한 핍박을 반성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특히 이번 항쟁의 중요한 의미다. 미얀마 연방 민주주의 공화국으로 가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생겼다는 것이다.

 

또 하나,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변화는 남성중심의 가부장적인 미얀마 문화에 대한 저항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뿌리 깊은 여성 차별은 미얀마가 안고 있는 전근대성의 대표적 사례다. 미얀마에서는 여성의 속옷이나 치마 밑으로 남자가 지나가면 남성성을 잃는다는 미신과 품위가 떨어진다는 생각이 있다. 이번 시위에서도 시위대는 군경의 진입을 막는다는 의미로 여성의 속옷을 동네 어귀에 걸어 놓았고 이걸 죽기 살기로 치우려는 군경들의 해프닝은 그 단적인 예다. 또한 미얀마 사찰과 파고다들 중에는 여성 출입금지 구역이 많고 미얀마 곳곳에서 이 같은 남녀차별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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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저항운동에서 볼 수 있듯이 누구보다 앞장서서 싸우고 있는 사람이 여성들이고 또한 많은 여성 희생자들이 나오고 있다. 바로 곁에서 피 흘리고 쓰러져가는 이런 누나, 여동생들을 보며 과거와 달리 미얀마 젊은 남자들이 변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세계여성의 날인 이번 38일에 한 남성은 자랑스럽게 여성의 치마를 머리에 두르고 남녀 차별적인 가부장 문화에서 우리 이제 벗어나야 된다고 선언했고 그것을 시작으로 SNS에서 수많은 남성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21세기, 점술가를 옆에 끼고 그들의 말에 따라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군부의 영원한 퇴진과 전근대적 남녀차별 문화의 철폐는 좀 더 나은 미래의 미얀마로 가는 길을 더 밝게 하리라 믿는다.

강선우(웨 노에 흐닌 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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