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image

  

[인권] 프란치스코 교황의 동성결합법 지지 발언, “가짜 뉴스”인가?

지형규SJ 121.♡.116.95
2020.11.11 16:14 705 0

본문

 

사본 -웹진 사진규격 (29).png

프란치스코 교황의 동성결합법 지지 발언, “가짜 뉴스”인가?

- 동성 커플의 법적 보호에 대한 “시민 결합” 발언의 이해를 위해 -

 

지난 10월 21일 로마에서 공개된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다큐멘터리 ‘프란치스코’에서 교황이 동성 커플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교황이 동성 커플이 사회에서 법적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시민결합”을 지지한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역대 교황 중 동성 커플에 대한 시민결합을 이야기한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처음이었기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발언이 공개된 이후 가톨릭교회 안팎으로 큰 논쟁이 발생했는데, ‘교황이 이야기한 시민 결합이 과연 무엇을 뜻하는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교황의 ‘시민 결합 지지 발언’이, ‘가정 안의 동성애 성향을 보이는 이들도 가정의 구성원이 되어야 한다’라는 교황의 발언 바로 뒤에 나오기에, 어떤 이들은 교황이 마치 동성 커플이 가정을 이루어 아이를 입양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이해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교황청 사무국은 10월 30일에 교황의 발언이 편집되었다는 것을 밝히며, 교황 발언의 맥락을 설명하는 서한을 발표했습니다. 교황의 두 발언은 각각 다른 인터뷰에서 다른 맥락 안에서 나온 것이기에, 이 맥락을 이해해야 취지를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교황이 다큐멘터리에서 어떤 말을 했는지, 그리고  각 발언의 맥락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첫 번째 발언

 

“동성애자들은 가족의 구성원이 될 권한이 있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이며, 가족의 구성원이 될 권한을 갖습니다. 그 누구도 동성애자라는 이유 때문에 버려져서는 안 되고, 비참해져서도 안됩니다."

 

이 발언은 어떤 이가 교황에게 “아버지가 자녀로부터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합니까”에 대한 답으로 주어졌습니다. 즉, 부모들은 동성애자 자녀들을 가정 밖으로 내쳐서는 안된다는 말입니다. 그들 역시 하느님의 자녀라는 자명한 사실을 잊지 말라는 것을 강조하셨지요. 그리고 가톨릭교회 교리서가 이야기하듯, 동성애적 성향 때문에 “어떤 부당한 차별의 기미라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교리서 2358항)”을 강조하신 것입니다.


 

2) 두 번째 발언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민결합convivencia civil(civil union) 법입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동성 커플들은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주교일 때) 이를 지지했었습니다.”  

 

이 발언은 교황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주교일 때, 당시 아르헨티나의 혼인 평등 운동(marriage equility)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당시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아르헨티나 정부에서 동성혼을 합법화려고 할 때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표명했습니다. 가톨릭 교리에 충실하여 혼인이란 말은 남성과 여성의 결합에만 쓸 수 있으며, 동성 간의 결합은 혼인일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대신에 동성 커플에 대해서는 ‘시민결합법’을 통해 이들이 필요한 법적인 도움(예를 들어 의료시스템에서 ‘보호자’ 자격 등)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논란이 되었던 이 ‘시민결합법’ 발언은, 혼인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교리에 변화를 주려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혼인제도를 수호하려는 맥락에서 나왔습니다.

 

사본 -friendship-2156174_1920.jpg

 

그렇다면 무엇이 혼란이었을까요? 다큐멘터리엔 교황의 두 발언이 마치 하나의 문맥처럼 나와 혼돈을 줄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동성애자가 가정의 구성원이 될 자격”과 “시민결합법”이란 말이 만나서, 시민결합법이 마치 교회에서 말하는 (혼인성사로서의) ‘가정’처럼 들릴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분명 교황의 메시지를 오해한 것입니다. 현재 일부 언론이 “교황의 동성결합에 대한 내용은 가짜 뉴스였다”라고 말할 때는, “시민결합 = 가톨릭 혼인”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보도한 뉴스들을 말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가짜 뉴스가 아니라 놀랄만한 “진짜 뉴스”로 남은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으로서는 역대 최초로 “시민결합법”의 필요성에 대해 말한 것입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한 교황청의 설명이 필요한데, 그것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2003년에 교황청은 신앙 교리성 문서 “동성애자 결합의 합법화 제안에 관한 고찰 Considerations Regarding Proposals to Give Legal Recognition to Unions Between Homosexual Persons”을 통해 동성 커플의 법적 인정에 대해 반대했습니다. 이 문서는 가톨릭교회에서 말하는 혼인은 남녀 간의 결합을 의미하며, 동성 커플을 ‘결혼’으로 인정하려는 시도에 단호히 반대하며, 동시에 사회적 결합에도 반대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교황 프란치스코가 다큐멘터리에서 시민 결합법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과 긴장을 일으킵니다. 만약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0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주교 시절의 입장이 아니라, 전 세계 교회를 대표는 교황의 입장에서 여전히 ‘시민결합법의 필요성’을 말한 것이라면 이는 놀랄만한 뉴스입니다.  

 

이번 다큐멘터리를 통해 드러난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와 그에 대한 해명은 각 나라마다 다른 반응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먼저, 이미 사회적으로 동성혼을 인정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가톨릭교회는 남녀 간의 결합만을 혼인으로 인정한다. 동성 커플의 법적인 보호를 위해서는 시민결합법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여전히 아쉽게 들릴 수 있겠습니다. 그들이 이미 사회법적으로 누리고 있는 결혼을 교회가 뒷받침해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처럼 동성 간의 시민결합을 인정해 주지 않는 나라에서 교황의 발언은 의미심장합니다. 이 발언은 “동성애자들에게 어떤 부당한 차별의 기미라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이 각 나라에서 구체적으로 실행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은 “가짜 뉴스”가 아니라, 여전히 놀랄만한 “진짜 뉴스”입니다.


      

<관련기사>


(영어)

https://www.americamagazine.org/faith/2020/11/02/vatican-explains-pope-francis-civil-union-comments 

https://wherepeteris.com/english-translation-of-vatican-response-to-francesco-documentary/ 


(한국어)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140


 


 


지형규 요한 SJ

예수회 연학수사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

확인

먼저 지도 API ID를 신청 및 설정을 하셔야 합니다.

지도 API 설정 바로가기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순서대로 입력하세요.
구글 애널리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