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두 프란치스코, 창조시기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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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축일에 창조시기를 마치며 두 분의 프란치스코를 생각합니다. 첫 번째 프란치스코는 교종 프란치스코입니다. 2013년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교종으로 선출된 직후, 그의 오랜 친구인 브라질의 클라우디우 우메스 추기경은 이렇게 당부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잊지 마세요.”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가난한 이들을 생각하니 떠오른 이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교황명으로 정했습니다. 가톨릭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프란치스코를 자신의 이름으로 삼은 교종이 등장했습니다.
2015년 프란치스코 교종은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발표하며 “지구의 부르짖음”과 함께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에 귀 기울이자고 호소했습니다(49항). 프란치스코 수도회 사제였던 해방신학자 레오나르도 보프가 강조했던 말이고, 그의 책 제목이기도 합니다. 고통받는 가난한 이들과 병든 지구를 함께 볼 것을 강조하는 <찬미받으소서>의 ‘통합생태론’은 오늘날 생태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있습니다. “우리는 환경 위기와 사회 위기라는 별도의 두 위기가 아니라, 사회적인 동시에 환경적인 하나의 복합적인 위기” 직면했습니다(139항). 기후위기는 곧 자본주의의 문제입니다. 이 복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프란치스코 교종은 “예수님과의 만남의 결실이[우리를] 둘러싼 세상과의 관계에서 온전히 드러나도록 하는” 생태적 회심을 촉구합니다(217항). 오늘날 생태적 회심은 “우리가 인간, 생명, 사회,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관한 새로운 사고방식을 촉진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을 요청합니다(215항).
두 번째 프란치스코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입니다. <찬미받으소서>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삶에서 영감을 받은 회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가난의 성자’고, 그 가난은 예수 그리스도를 닮고 따르기 위한 길이었습니다. 성인이 가난으로 자신을 비우니 모든 피조물이 형제자매로 다가왔습니다. 성인은 ‘보편적 친교’의 삶을 살았습니다. 1979년 당시의 교종 요한 바오로 2세는 프란치스코 성인을 생태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이의 주보 성인으로 선포했습니다. 1967년 사이언스에 기고한 논문에서 그리스도교가 그 본질에서 반생태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던 미국의 역사학자 린 화이트 주니어도 프란치스코 성인에게서 생태 회복의 전망과 희망을 찾았습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자신의 삶으로 <찬미받으소서>의 통합생태론을 구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의 삶에 다가섰던 성인은 오늘 우리에게 지구의 부르짖음에도 함께 귀 기울이라고 요청하십니다. 성인은 두 개의 길이 아니라 하나의 길을 갔습니다. 바로 예수님이 가신 길입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성 프란치스코 축일에 교황 권고 <Laudate Deum(하느님을 찬미하라)>를 발표했습니다.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후속이라 할 수 있는 이 권고에서 교종은 기후위기는 날로 심각해지는데 우리의 대응은 너무 미약하다고 지적합니다. 기후위기의 한가운데서 ‘창조시기’를 마치며 우리 모두 ‘두 프란치스코’의 삶에 주목했으면 합니다. 그 삶을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냈으면 합니다. 그렇게 할 때만 예수님이 우리에게 주시려는 평화, ‘샬롬’이 지상에서 피어날 것입니다.
조현철 (예수회 신부, 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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