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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성찰] 각자도생의 지옥도를 건너는 성찰: “죽은 이들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코헬렛 9:5)"

인권연대연구센터 121.♡.235.108
2021.12.20 14:50 2,702 0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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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의 지옥도를 건너는 성찰

 

죽은 이들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더 이상 보상이 없으니 그들에 대한 기억은 잊히기 때문이다.” (코헬렛 9:5-6)

 

 

맥락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 중인 K-드라마의 위상이 연일 화제입니다. <오징어게임>과<지옥>의 성공은 물론 고무적인 일이지만, 이 드라마들이 표상하는 한국 사회의 현실은 녹록지 않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혹자는 이 드라마들의 공통점을 사람이 죽는 걸로 이야기가 시작되거나, 사람이 죽어야 이야기가 끝나는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짚습니다.

 

오징어게임의 세상은 단순하지만 잔혹한 곳입니다. 게임에 참가한 이들은 끝까지 살아남아 우승자가 되어 456억에 달하는 우승 상금을 쟁취하기 위해 분투합니다. 이때 살아남는 것은 말 그대로 죽지 않고, 죽임 당하지 않고 살아남는 것을 뜻합니다. 드라마가 보여주는 세상은 누군가가 죽어야 승자가 될 내가 차지할 상금은 적립되는 곳입니다. 내 옆의 동료가 죽어야 내가 살고, 동료의 죽음으로 누적 상금액은 늘어나는 게임에 목숨을 다해 뛰어드는 인물들의 모습은 깊은 아이러니와 드라마를 만들어 냅니다.

 

오징어게임은 각자도생의 논리가 뼛속까지 내면화된 한국 사회의 오늘을 극단적으로 드러냅니다. 무한 경쟁과 혐오가 극심해지고 바이러스로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지금, ‘오징어게임은 우리에게 우리는 어떤 삶의 태도로 이 각자도생의 지옥도를 건너고 있는지 물어옵니다

 

 

성경

 

산 이들은 자기들이 죽어야 한다는 것이라도 알지만 죽은 이들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더 이상 보상이 없으니 그들에 대한 기억은 잊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사랑도 미움도 그들의 질투도 사라져 버린다. 태양 아래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에도 그들을 위한 몫은 이제 영원히 없는 것이다. 네가 가야 하는 저승에는 일도 계산도 지식도 지혜도 없다.”

-코헬렛 9:5-6, 10

 

 

성찰

 

구약에서 지옥에 해당하는 단어를 찾으면 스올이라는 히브리어가 나옵니다. 어둔 곳, 빛이 가려진 곳을 의미하는 스올이 구약에서는 지옥 혹은 저승에 해당합니다. 코헬렛에서 그려지는 스올의 모습은 섬뜩합니다. 그곳은 기억이 잊혀지는곳이며, ‘사랑도, 미움도, 질투도사라지는 곳이자 그 어떤 일도, 계산도, 지식도, 지혜도없는 곳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그리스 철학의 스토아 학파에서 그토록 염원하는 아파테이아Apatheia, 즉 그 어떤 정념pathos도 없는 상태처럼 보입니다. 사랑과 미움, 질투처럼 우리를 그토록 힘들게 하는 정념에서 벗어나는 것처럼 보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스올의 상태를 더 생생하게 묘사하면,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시체와도 같은 상태의 사람들이 있는 곳입니다. 사람들이 소중하게 생각했던 인연들, 그들이 목숨보다 더 귀하게 여겼던 사랑하는 이들, 온갖 노력을 다해서 무엇인가를 이루었을 때 느꼈던 성취감, 곤경에 빠진 이를 보고 자신에게 그토록 귀한 것을 내주었을 때 그리고 그 사람이 보여주는 진심어린 감사함을 보며 느끼는 보람과 뿌듯함, 이 모든 것들이 사라진 상태입니다. 이는 결코 정념이 없는 편안한 상태가 아니라 오히려 시체처럼 무감각해지는 상태를 뜻합니다.

 

우리 주변을 둘러봅니다. 우리는 과연 어디에 살고 있는지 질문해봅니다. 점점 희망을 잃고 낙담 속에서 무기력해지거나 어떤 기대도 없는 냉소의 상태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 자신은커녕 내 주변에 어떤 관심도 주지 못할 정도로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봅니다.

 

혹시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 곳이 스올은 아닌가요?

 

 

 

기도를 위한 질문

 

 

1. 내 마음의 상태가 어떤지 기도 속에서 살펴봅시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감정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이 감정에 이름을 붙여 봅시다.

 

2. 이렇게 이름을 받은 나의 감정을 기도 속에서 주님께 봉헌합시다. 그리고 내 마음에 품고 싶은 감정, 나를 소생시키고 활력을 되찾아줄 감정, 각자도생의 사회를 회심케 할 우리 내면의 힘은 무엇인지 기도 속에서 살펴보고 주님께 청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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