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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성찰] 백신과 공공선: “유다인도 그리스인도 없고, 종도 자유인도 없으며, 남자도 여자도 없습니다." (갈라티아…

인권연대연구센터 121.♡.116.95
2021.04.28 16:33 2,375 0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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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과 공공선:

유다인도 그리스인도 없고, 종도 자유인도 없으며, 남자도 여자도 없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나입니다.” (갈라티아 3: 28)

 

 

 

맥락

 

코로나 대유행의 시기 우리는 백신에서 큰 희망을 보게 됩니다. 집단면역을 가능하게 해줄 유력한 수단이 현재로서는 백신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동시에 백신은 우리에게 한가지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혹시 백신은 이 사회의 돈 있는 사람들과 쓸모 있는 사람들을 구분하는 도구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현재 한국의 경우 이 문제는 크게 와닿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주노동자나 노숙인, 특히 미등록이주민과 같은 방역소외 현상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일단 정부의 공식입장은 후순위로라도 백신 접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좀 더 시각을 넓히면 백신접종이 부익부 빈익빈의 모순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선진국들이 백신을 선점하는 이른바 백신민족주의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부유한 나라들이 고품질의 백신을 선점하는 반면 부유하지 못한 나라는 운이 좋아야 그나마 저품질의 백신을, 운이 나쁘면 원조물자로 제공되는 백신을 하염없이 기다려야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일부 국가들은 백신접종의 우선순위를 쓸모있는 사회구성원과 쓸모없는 사회구성원을 나누는 식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말레이시아의 경우 공장에서 일하는 등록이주노동자의 경우 백신접종이 계획되어 있으나 미등록이주노동자의 경우 백신접종 계획이 전혀 없습니다. 문제는 백신접종 후 발급되는 접종확인서가 있어야만 바깥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경우 미등록이주노동자는 아예 생존과 생활을 위한 기본적인 전제 자체가 허물어지게 됩니다. 쓸모 없기에 생존에 필요한 접종도 없다는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방역소외와 방역사각이 집단면역의 빈 구멍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전면적인 접종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장 본질적인 물음, 즉 인간의 생명은 진정으로 평등한가라는 물음 앞에서 우리의 응답은 궁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백신접종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마음 속에 무의식적으로 품고 있는 차별의 정신, 자격이 있는 자와 자격이 없는 자를 가르는 구별 짓기의 정신을 식별해야 할 것입니다.

 

 

 

성경

 

그리스도와 하나 되는 세례를 받은 여러분은 다 그리스도를 입었습니다.  

그래서 유다인도 그리스인도 없고, 종도 자유인도 없으며, 남자도 여자도 없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나입니다.”  

-갈라티아 3, 27-28

 

 

 

성찰

 

초기 그리스도교가 사람들에게 신선하면서도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은 가르침이 보편적인 사랑의 메시지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날이야 이러한 가르침이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이지만 선택 받은 자비밀스러운 의례에 입문한 이들처럼 특별한 입장권을 가져야 공동체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이 당연시되었던 당시의 정신성을 고려해본다면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이 얼마나 신선하게 다가왔는지 헤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초대 교회에서는 그렇기에 노예도, 여성도, 이방인도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는 보편적 형제애의 공동체였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한 식탁에서 빵을 나눌 수 있었고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을 기꺼이 도울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러한 정신입니다. 나누고 구별짓고 배제하기 보다는 모두를 환영하고 환대하는 친교의 정신 말입니다.

 

 

 

기도를 위한 질문

 

1. 나의 마음 속에 은연중에 품고 있는 구별 짓고 차별하는 마음이 없는가?’ 성찰해봅시다.

2.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모습은 어땠을까?’기도 속에서 상상해봅시다.

3. 내가 좀 더 사람들을 품을 수 있기 위해서 어떤 은총을 청할 것인가?’ 고민하고 기도 속에서 청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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