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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AP RWC 네트워크] 창조세계와의 화해를 향한 협력

인권연대연구센터 121.♡.226.2
2026.08.18 14:07 17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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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초, 예수회 아시아태평양지역구(Jesuit Conference of Asia Pacific, JCAP)의 ‘창조세계와의 화해(Reconciliation with Creation, RWC)’ 네트워크 모임이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Central Java)의 살라티가(Salatiga)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모임에는 아시아태평양 여러 지역에서 생태와 사회정의 사도직에 참여하고 있는 예수회원과 협력자들이 온·오프라인으로 함께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예수회 한국관구 사회사도직 위원장 김민 신부와 사회정의생태위원회 위원장 조현철 신부가 참석했습니다.

 

살라티가는 약 20만 명이 거주하는 작은 도시로, 자바섬에서도 그리스도교 인구의 비율이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예수회는 이곳에서 1965년부터 타만 타니 농업교육과정(Kursus Pertanian Taman Tani Agricultural Course, KPTT Salatiga)을 운영하며 농업 교육과 생태적 영성을 결합하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건기가 한창이던 시기에 열린 이번 모임에서 참가자들은 각 지역의 활동과 과제를 나누는 한편, KPTT가 지향하는 ‘농사를 통해 하느님을 발견하기(finding God in farming)’의 정신을 직접 체험했습니다.

 

이번 만남은 단순히 각 지역의 생태 활동을 공유하는 자리를 넘어, 예수회의 제4차 보편적 사도적 선택(4th Universal Apostolic Preference)인 ‘공동의 집을 돌보기(Caring for our Common Home)’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협력과 연대를 모색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프로젝트와 파트너십, 역량 강화, 정책 옹호 활동을 서로 연결함으로써 생태적 회심과 창조세계와의 화해를 어떻게 더 깊이 실현할 것인지가 주요한 화두로 다뤄졌습니다.

 

JCAP 의장 준 비라이 신부(Fr Jun Viray SJ)는 온라인으로 참가자들을 만나, 사회사도직에서 일하는 예수회원과 협력자들이 서로의 활동이 만나는 접점을 발견하고 보다 긴밀하고 조직적으로 협력해 나가기를 당부했습니다. 또한 2020년부터 RWC 네트워크를 이끌어 온 필리핀관구의 개비 라무그-나냐와 신부(Fr Gabby Lamug-Nañawa SJ)에 이어, 예수회난민봉사기구 아시아태평양(Jesuit Refugee Service Asia Pacific, JRS Asia Pacific)의 루이 바코모(Louie Bacomo)가 새로운 RWC 코디네이터를 맡게 되었음을 알렸습니다.

 

현장에서 함께한 JCAP 사회사도직 담당 줄리 에드워즈(Julie Edwards, JCAP Social Apostolate Secretary)는 다양한 역사와 문화, 사회적 현실이 공존하는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사회사도직을 새롭게 활성화할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각자의 현장에 단단히 뿌리내리는 동시에 서로 연결되고, 사회정의와 생태의 여러 과제가 통합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RWC 네트워크 구성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실천하고 있는 생태적 회심의 사례를 나누는 기회도 있었습니다. 인도네시아관구의 디엥 카르네디 수사(Br Dieng Karnedi SJ)는 동티모르(Timor-Leste)에서 예수회 사회봉사단체(Jesuit Social Services)의 활동가들과 함께 지역 농민들에게 유기농업을 가르쳐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농업을 단순히 생계를 위한 기술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땅을 일구고 작물을 돌보는 행위 자체가 하느님과 관계를 맺는 영적 실천이 될 수 있음을 나누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예수회난민봉사기구(JRS Singapore) 이사인 캐럴라인 시우(Caroline Seow)는 교회 공동체를 기반으로 다양한 파트너십을 구축해 온 경험을 소개했습니다. 싱가포르 성 이냐시오 성당(St Ignatius Church)을 중심으로 난민 문제를 알리는 전시를 개최하고, 맹그로브 식재에 참여할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며, 난민들의 생계를 지원하기 위한 인턴십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필리핀 벤둠(Bendum) 지역 공동체에서 생산한 시트로넬라 양초를 구매해 지역 주민들의 자립을 돕고 있습니다.


일본관구와 한국관구에서 RWC 네트워크에 새롭게 참여한 예수회원들의 발표도 이어졌습니다. 일본 도쿄 조치대학교(Sophia University)에서 신학을 가르쳤던 미쓰노부 이치로 신부(Fr Ichiro Mitsunobu SJ)는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가 일본 사회와 교회 안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소개했습니다. 경제와 산업, 안보가 생태보다 우선시되는 일본의 현실 속에서 다양한 환경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한편,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핵무기의 파괴를 경험한 일본 가톨릭교회가 오랫동안 평화와 화해의 문제에 깊이 참여해 왔다는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그는 오늘날 환경 문제 역시 평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관구에서는 조현철 신부가 한국의 주요 생태 현안과 자신의 현장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조 신부는 녹색연합(Green Korea United)에서 활동해 온 경험을 소개하며, 한국이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자연환경과 지역 공동체가 치러야 했던 대가를 짚었습니다. 경제성장과 개발의 이름으로 여전히 반복되는 생태적 갈등과 문제들을 소개하고, 이에 맞서 교회와 시민사회가 함께 펼쳐 온 여러 현장 활동과 저항의 경험도 나누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예수회의 ‘신앙과 정의’의 사명을 생태적 차원에서 더욱 확장해 가는 데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KPTT 살라티가에서의 생활 자체도 참가자들에게 특별한 생태적 체험이 되었습니다. 아침 식탁에는 농장에서 직접 생산한 신선한 우유와 달걀이 올랐고, 참가자들은 우유를 내어 주는 소와 달걀을 낳는 닭들을 직접 만나기도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농장 곳곳을 둘러보며 유기농업과 축산, 바이오가스 생산 등에 관해 배우고, 인간의 식탁과 땅, 동물, 에너지, 지역 공동체가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체감했습니다. 생태적 회심은 추상적인 구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먹고 어떻게 생산하며 어떤 관계를 맺는지에 이르는 일상의 변화와 연결되어 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현장 체험을 마친 뒤 참가자들은 새 코디네이터 루이 바코모의 진행으로 기존 RWC 활동계획(RWC Plan)을 함께 검토했습니다. 네트워크가 지금까지 추진해 온 목표와 사업을 평가하고 수정·보완하면서 앞으로 3년 동안의 방향과 우선과제를 공동으로 구상했습니다.

 

모임 마지막 날에는 참가자들이 이른 아침부터 세마랑(Semarang)의 도시 빈민 지역인 탐박 롬복(Tambak Lombok)의 ‘에어리어 15(Area 15)’를 찾았습니다. 이곳은 한때 시신이 버려지고 범죄와 쓰레기가 넘쳐나던 지역으로, 정부의 도시계획에서 사실상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곳입니다. 주민들은 쓰레기와 폐기물 문제를 가장 심각한 어려움으로 꼽지만, 삶의 터전을 떠나는 대신 공동체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바닷물 위에 자리한 집들을 보호하기 위해 방조제가 설치되기도 했지만, 해수면이 높아지고 쓰레기가 함께 밀려드는 문제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지난 8년 이상 노동자와 농민, 어민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LPUBTN-KAS는 세마랑대교구(Archdiocese of Semarang)의 지원을 받아 이 지역 공동체와 함께 활동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JRS Asia Pacific, JCAP, RWC의 지원 아래 수천 그루의 맹그로브 묘목을 심어 계절성 홍수와 해수면 상승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할 수 있는 ‘바다숲’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이번 방문에서 RWC 네트워크 참가자들도 지역의 무슬림 주민들과 함께 200그루가 넘는 맹그로브 묘목을 심었습니다. 종교와 국적, 문화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자리에서 흙과 물을 만지며 공동의 삶터를 지키기 위해 함께 일했습니다. 식재를 마친 뒤에는 마을회관에서 주민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주민들이 정성껏 마련한 소박한 점심을 함께했습니다.

 

이번 RWC 네트워크 모임은 아시아태평양이라는 광대한 지역에서 생태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농업과 영성, 난민 지원, 평화운동, 시민사회와의 연대, 지역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맹그로브 숲 조성까지 서로 다른 활동들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기후위기와 불평등, 개발과 이주, 평화와 생태의 문제는 더 이상 서로 분리해서 다룰 수 없습니다. 각 나라와 지역이 처한 현실에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그 차이 안에서도 함께할 수 있는 지점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지난 몇 년 동안 RWC 네트워크 역시 새로운 체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여러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각자의 현장에 깊이 뿌리내리면서도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연결하려는 연대가 네트워크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있습니다. 이번 살라티가의 만남은 그러한 연대를 다시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땅을 일구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맹그로브를 심는 구체적인 실천 속에서 참가자들은 창조세계와의 화해가 곧 사람과 사람 사이의 화해이며, 정의와 평화를 만들어 가는 여정임을 다시 새겼습니다.


 

출처: Jesuit Conference of Asia Pacific(JCAP), 「The RWC network: Growing, grounded, and committed」 / 번역·정리: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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