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귀한 인류' 세미나] 인공 지능 시대의 인간 존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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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는 2026년 6월 13일 토요일 오후, 예수회센터 214호에서 우리신학연구소, 팍스크리스티코리아와 함께 레오 14세 교황의 첫 사회 회칙 「고귀한 인류」 반포 기념 세미나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 존엄성”을 개최했습니다. 이번 세미나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삶과 사회 구조를 빠르게 변화시키는 시대에, 교회가 인간 존엄성과 공동선, 평화의 문제를 어떻게 새롭게 식별하고 응답해야 하는지를 함께 성찰하는 자리로 마련되었습니다. 특히 레오 14세 교황의 첫 사회 회칙 「고귀한 인류」를 가톨릭 사회교리의 전통 안에서 읽어내고, 인공지능 시대의 윤리적·사회적 도전에 대한 교회의 응답을 구체적으로 모색하는 데 의미를 두었습니다.
새로운 사태와 고귀한 인류: 연속성과 새로움
기조연설에서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장 박상훈 신부는 “새로운 사태와 고귀한 인류: 연속성과 새로움”이라는 제목으로, 「고귀한 인류」가 교회의 사회교리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인공지능 시대라는 새로운 역사적 국면에 응답하는 문헌임을 짚었습니다. 발제는 먼저 19세기 노예제 폐지와 인간 존엄성에 대한 교회의 성찰을 돌아보며, 교회의 가르침이 단번에 완성된 형태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성찰과 회심, 식별을 통해 깊어져 왔음을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고귀한 인류」는 과거의 가르침을 반복하는 문헌이 아니라, 인간 존엄에 대한 교회의 오래된 확신을 인공지능 시대의 언어로 새롭게 해석하는 시도로 제시되었습니다.
박상훈 신부는 인공지능이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이해와 사회 구조, 관계의 방식 전체를 변화시키는 문명적 전환의 문제임을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교회는 기술의 발전을 무조건 거부하거나 수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인간이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존재인지를 묻는 근본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인간을 보호한다”는 것은 단지 위험을 방지하는 차원을 넘어, 인간이 하느님 앞에서 존엄한 존재로 살아가도록 사회적·제도적 조건을 함께 마련하는 일임이 강조되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인공지능 시대의 교회가 기술의 효율성보다 인간의 존엄, 경쟁보다 연대, 통제보다 공동선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요청으로 이어졌습니다.
가톨릭 사회교리 전통과 핵심 원리
첫 번째 주제 발표에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박동호 신부는 「고귀한 인류」를 이해하기 위한 사회교리의 기본 틀과 접근 방식을 소개했습니다. 발제에서는 가톨릭 사회교리가 교회 안에만 머무는 교리 체계가 아니라, 세상의 구체적 현실과 대화하며 인간의 존엄과 공동선을 증언해 온 전통임이 강조되었습니다. 사회교리는 고정된 답안이라기보다 시대의 문제 앞에서 복음의 빛으로 현실을 식별하고, 인간다운 사회를 향한 방향을 제시하는 살아 있는 지혜라는 점이 부각되었습니다.
박동호 신부는 인공지능 시대의 쟁점 역시 기술 영역에만 맡겨둘 수 없는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인공지능은 노동, 교육, 돌봄, 정치, 군사, 정보 접근, 환경, 평화 등 인간 삶의 거의 모든 영역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교회는 인간 존엄성, 공동선, 연대성, 보조성,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 평화와 정의라는 사회교리의 원리들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시대의 사회적 조건을 성찰해야 합니다. 특히 인공지능을 다룰 때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의 능력만이 아니라, 그 기술이 누구에게 이익을 주고 누구를 배제하는지, 어떤 삶을 가능하게 하고 어떤 관계를 훼손하는지를 묻는 일임이 강조되었습니다.
이어진 토론에서 심현주 박사는 사회교리의 언어와 접근 방식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원리’가 현실과 만나는 방식에 대해 성찰을 확장했습니다. 사회교리는 추상적 명제에 머물지 않고 구체적 사회 현실 안에서 해석되고 적용되어야 하며, 인공지능 시대에는 특히 인간을 수단화하지 않는 기술 사용,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지 않는 제도 설계, 그리고 교회 안팎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대화의 방식이 중요하다는 점이 함께 논의되었습니다.
인공지능의 도전과 인간 존엄성 수호
두 번째 주제 발표에서 우리신학연구소 박문수 박사는 인공지능 기술이 작동하는 구조와 그 이면의 사회적·생태적 비용을 분석했습니다. 발제는 인공지능이 단순히 편리한 도구로만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인공지능은 데이터 수집과 가공, 막대한 전력 소비, 반도체와 GPU 생산, 플랫폼 기업의 독점, 노동의 재편, 정보 비대칭과 같은 복합적 조건 위에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공지능의 윤리를 말한다는 것은 단지 알고리즘의 정확성이나 편향 문제를 넘어, 기술을 가능하게 하는 전체 가치사슬과 생태계를 함께 묻는 일입니다.
박문수 박사는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인간의 판단과 책임을 약화시키는 위험도 동반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환각, 인지적 부채, 기술적 명령에 대한 무비판적 순응, 인간 노동의 외주화와 대체, 감시와 통제의 확대 등은 인간 존엄을 위협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로 제기되었습니다. 특히 효율성과 편리함의 이름으로 인간이 스스로 사유하고 판단하며 관계 맺는 능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은, 인공지능 시대의 신앙과 윤리 안에서 깊이 성찰해야 할 과제로 제시되었습니다.
발제는 「고귀한 인류」가 인간을 단순한 계산 가능성이나 생산성으로 환원하지 않고,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존엄한 존재로 바라보도록 초대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질문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하는가”, 더 나아가 “무엇이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하는가”입니다.
이어진 토론에서 조민아 교수는 ‘취약함의 영성’과 ‘사랑의 문명’이라는 관점에서,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 존엄성 수호가 결국 가장 약한 이들의 얼굴을 바라보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빠르게 배제되는 이들, 목소리를 갖지 못한 이들, 돌봄과 관계의 자리에서 밀려나는 이들을 중심에 놓을 때, 교회의 식별은 더욱 복음적인 방향을 갖게 된다는 성찰이 이어졌습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평화와 공동선
세 번째 주제 발표에서 팍스크리스티코리아 이성훈 이사는 “인공지능 시대의 평화와 공동선”을 주제로, 「고귀한 인류」를 평화운동과 공동선의 관점에서 해석했습니다. 발제는 「고귀한 인류」가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다루는 문헌이면서 동시에, 힘의 문화가 아니라 사랑의 문명으로 나아가도록 요청하는 사회교리 문헌임을 강조했습니다. 오늘의 기술 질서는 경쟁, 군사화, 감시, 독점, 효율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지만, 교회는 그 한가운데에서 인간과 생명, 공동선과 평화를 우선하는 다른 길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성훈 이사는 인공지능 시대의 평화를 위해 다섯 가지 제안을 제시했습니다. 첫째, 혐오와 적대의 언어를 넘어서는 ‘말의 무장해제’가 필요합니다. 둘째, 평화는 정의 없는 안정이 아니라, 구조적 폭력과 불평등을 직시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셋째, 기술의 발전은 피해자와 취약한 이들의 관점에서 평가되어야 합니다. 넷째, 낙관적 환상이나 공포가 아니라 건강한 현실주의 안에서 기술과 권력의 관계를 보아야 합니다. 다섯째, 인공지능 시대의 문제는 어느 한 국가나 집단이 해결할 수 없기에 대화와 다자주의의 회복이 절실합니다.
발제는 「새로운 사태」, 「지상의 평화」, 「찬미받으소서」, 「모든 형제들」과 「고귀한 인류」를 비교하며, 사회교리 문헌들이 각 시대의 위기 속에서 인간 존엄과 공동선을 향한 교회의 응답을 제시해 왔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산업혁명기의 노동 문제, 핵전쟁의 위기, 생태 위기, 팬데믹 이후의 분열과 불평등이 그러했듯, 오늘 인공지능 시대의 도전 역시 교회가 외면할 수 없는 시대적 징표입니다.
이어진 손서정 박사의 토론은 「고귀한 인류」가 품고 있는 질문을 교육과 평화운동의 현장으로 확장하며,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가 어떤 언어를 사용하고 어떤 관계를 회복하며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지를 함께 묻게 했습니다.
고귀한 인류가 묻는 질문: 우리는 어떤 인간으로 살 것인가
마지막 종합토론에서는 김민 신부의 사회로 세 발제와 토론의 논의가 함께 이어졌습니다. 참석자들은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과제가 기술을 얼마나 잘 활용할 것인가에만 있지 않고, 그 기술 앞에서 인간이 어떤 존재로 남을 것인가에 있음을 함께 확인했습니다. 인공지능은 우리에게 효율성과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판단과 책임, 관계와 돌봄, 신앙과 공동체의 의미를 새롭게 묻도록 합니다. 따라서 「고귀한 인류」가 던지는 질문은 기술에 대한 찬반을 넘어, 인간 존엄을 지키는 사회를 어떻게 함께 만들어 갈 것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물음일 것입니다.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기술의 발전이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하고 서로를 돌보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교회의 식별과 공적 대화가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인공지능 시대의 공동선은 추상적 가치가 아니라, 노동자와 청년, 가난한 이들, 돌봄이 필요한 이들, 전쟁과 폭력의 피해자들, 그리고 미래 세대의 삶과 연결된 구체적 과제임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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