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평화 캠프] 삶을 살리는 평화 캠프 시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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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여름,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는 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 삶을살리는평화교육연구소와 함께 청년 평화교육 프로그램 '삶을 살리는 평화 캠프 시즌3'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캠프는 네 차례의 사전교육과 2박 3일간의 제주 현장 캠프로 이루어졌으며, 참가자들은 제주 4·3기념관과 알뜨르 비행장, 강정마을과 생태평화의 현장을 함께 걸으며, 평화가 단지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기억과 정의, 상처와 화해의 관계를 다시 살리는 일임을 배워갔습니다.
이번 시즌3는 제주를 하나의 답으로 배우기보다, 제주에 새겨진 여러 겹의 기억과 갈등 앞에서 “무엇이 더 평화에 가까운 선택인가”를 함께 묻는 여정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제주 4·3의 국가폭력과 침묵, 알뜨르 비행장에 남은 동아시아 전쟁과 군사화의 흔적, 강정마을이 보여주는 안보와 주민권, 생태와 민주주의의 긴장은 서로 다른 시대와 맥락에 놓여 있지만, 모두 제주의 땅이 어떻게 반복적으로 외부 권력과 국가의 전략적 시선 속에 놓여 왔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였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캠프는 그 기억을 단순히 지식으로 배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삶과 이름, 고통과 기쁨,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는 평화의 과제를 직접 보고 듣고 만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6월 6일 진행된 첫 번째 사전 모임은 “서로의 삶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제주로 떠나기 전, 참가자들은 먼저 서로의 이름과 마음, 이 캠프에 오게 된 이유를 나누며 천천히 만났습니다. 감정 카드를 통해 요즘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서로의 이야기를 판단 없이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한 모두가 돌아가며 동등하게 말하기, 관심을 기울여 듣기, 서로 다른 생각을 존중하기, 이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를 소중히 지키기 등 함께 지켜갈 약속도 나누었습니다. 첫 교육에서는 “평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함께 붙들었습니다. 평화가 단지 전쟁이나 갈등이 없는 상태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타인, 공동체와 자연의 생명력과 관계성을 살리는 과정이라는 점을 배우며, 앞으로의 여정을 여는 기초를 마련했습니다.
두 번째 사전 모임은 6월 13일, “화해와 용서, 평화로운 관계 배우기”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각자의 삶에서 용서를 구했던 경험, 용서를 했던 경험, 아직 용서하지 못한 마음에 대해 조심스럽게 떠올려 보았습니다. 화해의 과정에서 용서가 반드시 필요한지, 용서를 하거나 받지 않고도 관계가 회복될 수 있는지, 정의와 기억 없이 화해를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함께 질문했습니다. 이어 전쟁과 국가폭력 이후의 정의와 화해 문제를 살펴보며, 남아프리카공화국 진실화해위원회,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 제주 4·3 평화기념관의 백비와 위령의 공간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을 나누었습니다. 쉬운 답을 찾기보다 좋은 질문을 품어보는 시간이었고, 빠른 용서와 느린 용서, 정의와 화해, 기억과 치유 사이를 천천히 바라보는 시간이었습니다.
6월 20일 열린 세 번째 사전 모임은 “제주의 기억, 4·3에서 강정까지”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먼저 “제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를 포스트잇에 적으며, 각자가 알고 있던 제주를 나누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제주는 여행과 바다, 귤과 돌하르방의 섬이었고, 또 누군가에게는 4·3과 해군기지, 강정과 평화의 섬이었습니다. 이어 제주에서 만나게 될 세 겹의 기억, 곧 일제강점기와 동아시아 전쟁의 흔적이 남은 알뜨르 비행장, 국가폭력과 침묵의 역사를 품은 제주 4·3, 오늘의 안보·생태·주민권·평화가 복잡하게 만나는 강정마을을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특히 제주 4·3을 해방 이후 분단과 냉전, 이념 대립 속에서 제주도민들이 겪은 국가폭력의 역사로 이해하고, 4·3이 단순한 과거 사건이 아니라 희생과 침묵, 낙인과 이름 없음,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으로 이어진 지금도 계속되는 과정임을 배웠습니다. 백비는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역사, 곧 어떤 사건을 어떻게 기억하고 누구의 고통을 인정하며 어떤 책임을 물을 것인가에 관한 역사적 판단이자 윤리적 행위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소개되었습니다. 또한 4·3 평화공원과 영모원의 이야기를 통해, 기억과 정의, 화해와 상생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도 함께 질문했습니다.
알뜨르 비행장을 통해서는 제주의 땅이 일제강점기와 태평양전쟁, 동아시아 군사화의 질서 속에서 어떻게 “전략적 공간”으로 읽혀 왔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난징으로 향하던 일본군 항공기가 알뜨르 비행장을 중간 거점으로 삼았다는 이야기는 제주가 동아시아 전쟁의 비극과 결코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기억은 오늘날 강정마을을 바라보는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강정 해군기지 문제를 단순한 찬반 문제가 아니라, 안보와 주민권, 생태와 절차적 민주주의, 공동체의 상처가 복잡하게 만나는 갈등으로 이해하며, 참가자들은 “평화와 안보가 충돌하는 것처럼 보일 때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했습니다. 마지막에는 “나는 제주에 가서 무엇을 더 듣고 배우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적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사람들의 삶과 기억, 기쁨과 고통, 제주 사람의 경험과 방언, 몰랐던 이야기와 질문하는 방법을 직접 보고 듣고 만나고 싶다는 마음을 남겨 주었습니다.
마지막 사전 모임은 6월 27일 예진님의 나눔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시즌 1과 시즌2 평화캠프를 통해 제주의 역사와 자연을 만나온 예진님의 이야기를 통해, 평화는 역사와 사회의 문제일 뿐 아니라 생태와 생명, 비인간동물,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도 계속 선택되어야 하는 삶의 태도임을 배웠습니다. 생물안보, 생태정의, 생명평화의 관점에서 인간은 자연과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연결된 존재라는 것, 그리고 평화는 땅과 바다, 생명과 공동체를 함께 살리는 일과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어 이번 캠프에서 평화 드로잉을 진행해주신 요요진 님의 발표를 통해 “삶을 살리는 평화와 예술”을 만났습니다. 요요진 님은 자신의 예술 작업과 여러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예술이 평화를 설명하는 도구를 넘어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하고, 말하기 어려운 감각을 나누게 하며, 서로 다른 삶과 세계를 연결하는 방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미지는 때로 폭력을 드러내고, 때로 상처를 돌보며, 때로 새로운 상상과 연대를 가능하게 합니다. 참가자들은 평화가 말과 이론으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보고, 만들고, 표현하고, 함께 느끼는 과정 속에서도 자라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사전 모임을 마무리하면서는 지난 네 번의 사전 모임을 돌아보며 각자의 기대와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제주에서 무엇을 더 보고 배우고 싶은지, 어떤 태도로 함께 걷고 싶은지 조용히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캠프 기간 동안 함께 지킬 평화약속문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다름을 존중하기, 편하게 이야기하고 질문할 수 있는 분위기 만들기, 서로 존대하고 원하는 호칭을 존중하기, 지금 이 자리에 최선을 다하기 등 참가자들이 직접 제안한 약속들은 우리 모두가 더 안전하고 자유롭게 만날 수 있도록 돕는 작은 울타리가 되었습니다.
네 차례의 사전 모임을 마친 뒤, 7월 3~5일 참가자들은 2박 3일간 제주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첫날에는 제주 4·3 기념관과 알뜨르 비행장을 방문하며, 사전교육에서 나누었던 기억과 질문을 실제 장소 위에서 다시 마주했습니다. 4·3 평화공원에서는 이제야 비로소 이름으로 남은 희생자들 앞에 섰고,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고통 앞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로 서야 하는지 생각했습니다. 위패와 비석, 조형물과 추모 공간은 4·3이 추상적인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누군가의 가족, 이웃, 마을, 삶의 터전이 무너진 일이었음을 조용히 말해주었습니다. 참가자들은 많이 말하기보다 충분히 머물고, 사진을 찍기보다 이름과 침묵 앞에 서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알뜨르 비행장에서는 제주가 동아시아 전쟁의 구조 속에 어떻게 연결되어 있었는지를 현장에서 확인했습니다. 드넓은 들판과 격납고의 흔적 앞에서, 참가자들은 한 장소가 “안보”와 “전략”의 이름으로 불릴 때 그곳의 삶과 기억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질문했습니다. 제주의 땅이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이었지만, 제국의 전쟁 수행을 위한 군사시설로 재편되었던 역사는 이후 제주가 겪게 되는 폭력과 갈등을 이해하는 중요한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첫날 마지막 일정으로는 핫핑크돌핀스 센터를 방문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제주 바다에서 살아가는 남방큰돌고래의 이야기를 듣고, 실제로 자유롭게 바다를 헤엄치는 돌고래들을 함께 바라보았습니다. 이 시간은 평화를 인간 사회의 문제로만 생각하지 않고, 생명과 생태, 비인간 존재와의 공존으로 확장해 보는 자리였습니다. 돌고래를 관광의 대상이나 인간을 위한 볼거리로만 대하지 않고, 그들 역시 고유한 삶의 자리와 관계를 지닌 존재로 바라보며, 우리가 말하는 “삶을 살리는 평화”가 누구의 삶까지 포함해야 하는지 조용히 성찰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 날에는 강정마을을 방문했습니다. 참가자들은 강정의 아침을 여는 생명평화백배에 함께 참여하고, 천막미사에 참례하며 강정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기도와 저항, 평화의 시간을 몸으로 만났습니다. 이어 인간띠잇기 활동에 참여하고 강정마을을 한 바퀴 걸으며, 이곳이 단순히 해군기지 찬반의 상징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마을이자, 생태와 안보, 주민의 삶과 민주주의, 신앙과 연대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장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빛의 벙커를 방문해 전시를 관람하고, 조별 자유시간을 가지며 각자의 속도로 제주에서 만난 감각과 질문을 정리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셋째 날 오전에는 요요진 님의 진행으로 이번 제주 평화 캠프를 마무리하는 평화 드로잉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가자들은 2박 3일 동안 마주한 장소와 사람들, 기억과 감정, 질문과 다짐을 각자의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말로 다 정리되지 않았던 마음을 선과 색, 이미지로 옮기며, 각자가 삶의 자리로 가져갈 평화의 기억을 조용히 붙들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평화는 강의와 현장 방문 속에서만 배운 것이 아니라, 이렇게 보고, 듣고, 걷고, 기도하고, 그리고, 나누는 모든 과정 속에서 조금씩 우리 안에 자리 잡았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캠프는 서로 다른 배경과 경험을 가진 청년들이 함께 배우고, 걷고, 듣고, 질문하며 하나의 작은 공동체가 되어가는 시간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제주에서 몰랐던 역사를 만났고, 누군가는 질문하는 법을 배웠으며, 누군가는 타인의 고통 앞에서 어떻게 머물러야 하는지 새롭게 생각할 수 있었다고 나누었습니다. 「삶을 살리는 평화 캠프 시즌3」는 끝났지만, 참가자들이 품은 질문은 각자의 삶 속에서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함께 걸어준 모든 참가자와 스태프, 강사와 현장에서 만난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이번 캠프의 취지에 깊이 공감하며 물심양면으로 함께해 주신 기쁨나눔재단의 후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기억 앞에서 평화를 향해, 우리는 앞으로도 조심스럽게 듣고, 함께 질문하며, 삶을 살리는 평화의 길을 계속 걸어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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