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이민의 날] 글로벌 컴팩트와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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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컴팩트와 한국사회’
제105차 세계 이민의 날(9월 29일) 기념 세미나 리뷰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는 10월 11일 오후 3시 예수회센터에서 제105차 세계 이민의 날(9월 29일)을 기념하는 ‘글로벌 컴팩트와 한국사회’ 세미나를 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단지 이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라는 주제로 발표된 제105차 세계 이민의 날 담화를 통해 힘없는 이들인 이민과 난민의 존재는 우리에게 하나의 초대가 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민에게 관심을 기울일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을 비롯하여 모든 이에게도 관심을 기울이게 되며 성장하게 된다”며 이는 “이민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두려움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되짚었다.
이번 세미나는 이주민과 난민을 환대하고 보호하고 증진하고 통합하라는 이러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초대에 한국사회는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그 답을 유엔 협약 글로벌 컴팩트가 지니는 효과와 한계를 짚어가며 찾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글로벌 컴팩트란 무엇인가?
글로벌 컴팩트(Global Compact)는 2018년 12월 UN이 채택한 난민 문제에 공동 대처하는 난민에 관한 협약(GCR, Global Compact on Refugees)과 이주민 권리보호를 골자로 하는 이주민에 관한 협약(GCM, Global Compact on Safe, Orderly and Regular Migration)까지 두 가지 문헌을 뜻한다.
GCR 채택에는 181개국이, GCM 채택에는 164개국이 서명했으며 GCR과 GCM은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기존의 국제 협약을 보충하는 가장 폭넓고 구체적인 협약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다. 특히 GCR은 난민 수용국의 부담 완화와 난민들의 자립, 안전하고 존엄한 귀환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어 난민 문제 해결의 국제적 참여와 공평한 책임 부담을 골자로 한다. 이번 협약에 대한 국제사회의 폭넓은 참여는 이민과 난민은 지구촌 전체가 함께 마주한 공동의 도전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GCR과 GCM의 한계는 분명하다. 유엔 글로벌 컴팩트는 국가 간의 협정(agreement)이 아닌 법적 구속력 없는 협약(convention)에 불과하다. 협약에 참여한 각국은 난민과 이주민의 권리 증진을 위한 정책 이행의 의지를 밝힌 것이지만 이 협약이 실질적 이행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협약의 내용과 의미를 알리고 정책 수립과 제도로 이어지는 구체적 실행을 촉진하는 종교와 시민사회의 애드보카시(Advocacy)가 중요한 이유다.
교황청이 발간한 글로벌 컴팩트에 관한 문헌들
교황청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Integral Human Development Dicastery) 산하 이주난민국(Migrants & Refugees Section)은 2017년 8월 글로벌 컴팩트 수립 단계부터 깊은 관심을 갖고 이에 대응하는 ‘난민과 이민을 위한 20가지 사목 행동 지침(20 Pastoral Action Points for the Global Compacts)’과 ‘난민과 이민을 위한 20가지 행동 지침(20 Action Points for the Global Compacts)’을 발표했다.
이민, 난민, 강제 이주민 등 가장 취약한 이들에 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심이 UN 협약 채택에 앞서 교황청이 글로벌 컴팩트를 실천하고 촉진하는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발간하는 작업을 가능하게 했다.
교황청이 발간한 두 개의 문서는 ‘환대하기’, ‘보호하기’, ‘증진하기’, ‘통합하기’라는 네 개의 표제어를 통해 이민과 난민 문제와 관련해 교회와 국제공동체가 실천해야할 최선의 행동 지침을 담고 있다. 해당 문헌은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한국어로 번역해 2017년 9월 공개했다.
> 난민과 이민을 위한 20가지 행동 지침 https://migrants-refugees.va/wp-content/uploads/2018/02/UN-Version-Korean.pdf
> 난민과 이민을 위한 20가지 사목 행동 지침 https://migrants-refugees.va/wp-content/uploads/2018/02/Pastoral-Version-Korean.pdf
> 인쇄 출력 시 / 인권연대 자료실 다운로드 https://advocacy.jesuit.kr/bbs/?t=1y
글로벌컴팩트와 한국사회
그러나 이주 사목 현장에서조차 글로벌 컴팩트에 대한 소개는 물론, 구체적 실천 방안을 교회와 국제공동체의 행동지침으로 담아낸 교황청 문헌이 발간된 사실조차 널리 알리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글로벌 컴팩트의 의의와 중요성을 이해하고, 시민·종교사회 차원에서 이행을 압박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한편 교황청이 발간한 행동지침을 소개하고 널리 알리는 것에 중점을 뒀다.
글로벌 컴팩트의 이해와 실천에 관해서는 각각 난민과 이주민 분야 전문가인 공익인권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가 GCR을 주제로, 재단법인 동천의 이탁건 변호사가 GCM을 주제로 발표했다. 두 개의 교황청 문헌에 대해서는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부소장 김민 신부가 발제자로 나섰다.
난민 글로벌 컴팩트와 한국사회
황필규 변호사는 ‘난민 글로벌 컴팩트와 한국사회: 난민 돌아갈 수 없기에 머물 수밖에 없는 이들의 인권 이야기’를 주제로 난민 글로벌 컴팩트의 중요성과 현황에 대해 소개했다.
“난민 글로벌 컴팩트는 각 지역마다 대량으로 발생하는 난민 문제 해결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가 점차 커지며 유엔 채택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컴팩트는 협약이나 조약으로는 번역하기가 어려운 가이드라인에 그치는 문헌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이 무슨 의미를 가지냐는 문제제기가 많은 상황입니다. 물론 문제의식 자체는 뚜렷합니다. 대량으로 발생하는 난민 문제에 국가적 연대가 필요하고, 어려운 나라는 점점 더 어렵게 되는 문제 상황에서 예측 가능하고 공평한 책임을 공유하자는 것입니다. 문제는 궁극적인 해결책으로 제시된 방안들이 이미 수 십년 전부터 제시되어온 틀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의무나 책임의 공유를 좀 더 제대로 합리적으로 해보자는 의지는 있습니다. 또한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말고 다양한 틀을 같이 고민해보자는 것이 핵심입니다.”
황필규 변호사는 글로벌 컴팩트의 실천을 위해서는 결국 정부의 의지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짚으면서도 우리 안의 외국인 차별, 인종 차별이 다양한 논의들을 결합하는 과정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한국의 난민에 대한 인권 감수성, 난민법과 정책, 타자를 대하는 여론은 그 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난민 글로벌 컴팩트’라는 것이 한국의 현실에서는 굉장히 이상적이고 먼 얘기로 들릴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개선의 ‘틈’은 역시 ‘인격과 인격의 만남’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하나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제주도에 예멘 난민들이 도착했을 때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단체도 천주교 기관이었습니다. 그때 난민들을 돌본 신부님께 밖에서 보기에도 절망적인데 안에서 겪으면 얼마나 힘드시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그 신부님께서 그래도 가까이에서 보면 사람들은 변하고 있다고 답하셨습니다. 처음에는 배타적이었던 사람들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섞이다 보면 점차 인간 대 인간으로 인격적인 분위기로 변해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주 글로벌 컴팩트와 한국사회
재단법인 동천의 이탁건 변호사는 ‘이주 글로벌 컴팩트-의의와 활용제언’을 주제로 GCM의 의의와 가능성 그리고 한계에 대해 소개했다.
“이주 글로벌 컴팩트의 가장 큰 고민 역시 ‘그래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입니다. 듣기 좋은 말들은 많이 있지만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취사선택이 가능한 ‘긴 쇼핑리스트’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또한 채택을 위해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다보니 해석 자체가 어렵기도 합니다. 정기적인 이주, 합법적인 이주에 대해 강조하다보니 결국 미등록 이주민의 인권 문제는 소외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외교부에서도 이주 글로벌 컴팩트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글로벌 컴팩트는 국제인권규약 등 인권 문제에 관한 국제적 협약에 기반 한 내용들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국제인권규약에 기반 한 약속까지도 단순한 약속으로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더불어 오히려 글로벌 컴팩트는 법적 구속력이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가 참가하는 포괄적 국제 협약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컴팩트의 많은 부분이 이주민, 아동, 이주여성의 권리는 무엇이고 이들은 어떻게 보호받아야 한다는 방식의 서술을 취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적용을 위해서는 치열한 해석의 싸움이 뒤따를 것입니다.”
이탁건 변호사는 특히 한국사회에서 GCM의 적용 문제에 대해 분석하며 이주 글로벌 컴팩트의 활용방안에 대해 제언했다.
“예를들어 이주 글로벌 컴팩트는 이주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에서 출생 등록에 관한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누구든 태어나면 자신의 출생 등록을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외국인에 대한 출생 등록이 불가능합니다. 한국의 법제는 부모 국가의 대사관에서 출생 신고를 하도록 하고 있지만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난민이나 미등록 이주민들은 출생 등록 자체를 할 수 없거나 등록에 높은 비용을 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체류 자격에 무관하게 모든 아동에 대한 출생 등록이 이루어지도록 보장하자는 것이 글로벌 컴팩트의 권고입니다.”
“이처럼 이주 글로벌 컴팩트의 내용을 어떻게 해석하고 이 내용을 어떻게 정부에 요구하는가가 앞으로 남겨진 과제입니다. 한국 시민사회가 이주 글로벌 컴팩트 내용을 적극적으로 해석해서 한국 정부에 이런 문서에 동의해 서명했으면서 왜 이것을 이행하지 않는가 구체적으로 요구해야 글로벌 컴팩트는 생명력을 갖는 문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탁건 변호사는 이를 위한 앞으로의 계획도 밝혔다. 세미나 당일 나눠준 글로벌 컴팩트 번역본에 이어 모호한 단어와 표현에 대한 해석을 덧붙여 이주 인권을 고민하는 모든 사람들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북을 내년 발간을 목표로 제작 중이다.
이주와 난민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부소장 김민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담화와 연설, 사목서한을 중심으로 이주와 난민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에 대해 발표했다. 특히 김민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6년 개설한 새로운 부서 ‘교황청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 산하 이주난민국’에 주목했다.
김민 신부는 “이주난민국의 신설은 이주와 난민 문제는 ‘이주 그 자체가 아닌 그리스도인이 투신해야 할 본질적 문제들의 증상 가운데 하나’라고 바라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특별한 관심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지난달 발표된 13명의 추기경 가운데 유일하게 주교가 아닌 사제 신분으로 추기경에 임명된 마이클 체르니 신임 추기경이 이주난민국 차관보로 활동해왔던 사실에서도 이주와 난민 문제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의지는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이주난민국이 2017년 발간한 두 개의 문헌 ‘난민과 이민을 위한 20가지 사목 행동 지침’과 ‘난민과 이민을 위한 20가지 행동 지침’은 서문에서 명확하게 지역적 층위에서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응답을 모색하고 실행하도록 격려하며, UN 글로벌 컴팩트의 적용과정에 기여하기 위함이라고 목적을 밝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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