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효정 초청특강] 어떤 위기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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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는 2025년 5월 12일 화요일 오후, 예수회센터 106호 강의실에서 정치학자 채효정 선생님을 초청해 특강 「어떤 위기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 파괴적 성장에 맞서 평등 세상으로」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강연은 ‘온전하고 충만한 인간 발전’ 강연 시리즈의 두 번째 시간으로, 기후·생태 위기와 계속되는 전쟁, 금융 위기와 기술 권력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 우리가 마주한 위기의 본질은 무엇이며 그 안에서 어떤 삶과 정치를 상상할 수 있을지 함께 질문하는 자리였습니다.
채효정 선생님은 강연을 “세상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며, 오늘날의 위기를 단순히 개별 사건들의 나열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후·생태 위기, 핵·전쟁 위기, 금융·부채 위기, 그리고 AI와 기술 권력의 문제는 서로 분리된 현상이 아니라, 성장 체제와 자본주의의 한계 속에서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드러나는 복합적 위기라는 것입니다. 특히 “위기를 모두가 느끼고 있지만, 정작 어떤 위기인지 공동의 인식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 자체가 가장 큰 위기”라는 문제의식을 제시하며, 위기의 현상만을 반복적으로 소비할수록 공포는 커지지만 근본 원인과 구조는 오히려 더 가려진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20세기 이후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함께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또 어떻게 흔들리기 시작했는지를 역사적으로 짚었습니다. 특히 오늘날 AI와 금융 산업이 약속하는 “새로운 성장” 담론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며, 기술 발전과 경제 성장의 약속이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불안과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노동에 있어 숙련의 과정이 빠르게 해체되고, 삶의 속도가 끝없이 가속화되는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시대를 살아간다기보다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릴 것 같은 압박”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졌습니다. 또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더 이상 자연스럽게 양립할 수 없게 된 오늘의 상황을 “21세기의 천동설”이라는 비유를 통해 설명하며, 엘리트 중심의 성장 담론이 아니라 민중의 관점에서 새로운 세계를 다시 상상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강연은 기후·생태 위기와 금융위기, 전쟁위기의 연결 구조를 더욱 세밀하게 들여다 보며, 계속되었습니다. 채효정 선생님은 특히 신자유주의 체제가 규제를 완화하고 경쟁과 성과, 각자도생의 논리를 강화하면서 사회 전체의 신뢰 체계를 붕괴시켜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노동 유연화와 금융화, 민영화와 부채의 확대 속에서 개인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투자하고 증명해야 하는 존재가 되었고, 실패와 불안은 사회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질서가 단지 경제 구조만을 바꾼 것이 아니라, 극우 정치와 파시즘의 부활을 가능하게 하는 토양이 되었다고 진단했습니다. 경쟁주의와 약육강식의 논리가 사람들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으며,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신뢰와 연대의 기반 또한 약화되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오늘날의 금융위기가 “전문가들만의 문제”로만 여겨지고 있다는 점을 비판적으로 짚으며, 연금과 국채, 환율과 가계부채, 주택 문제가 모두 금융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음에도, 금융은 여전히 추상적이고 어려운 언어 속에 가려져 있음에 주목했습니다. 이때, 금융의 문제를 ‘부채’라는 생활의 언어로 다시 읽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부채를 개인의 실패나 죄책감으로 환원하는 대신 삶을 조직하는 구조적 문제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기후위기 역시 “녹색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다시 성장주의 논리로 포섭되고 있으며, 전쟁 또한 지정학적 갈등으로만 설명되면서 자본주의 체제와의 연결이 가려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강연의 후반부에서는 이러한 복합 위기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채효정 선생님은 성장 체제의 한계를 넘어서는 대안으로 “성장에서 평등으로”라는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성장의 반대편에 놓여야 할 것은 침체나 축소가 아닌 '평등'이어야 하며, 우리는 이제 인간과 비인간 생명, 시민과 비시민을 모두 포함하는 새로운 생태적·민주적 질서를 상상해야 한다는 제안이 이어졌습니다. 또한 자본주의 체제 전체를 단번에 전복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자본주의적이지 않은 관계와 시간, 공간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는데요, 지역의 작은 투쟁과 공동체의 실천, 돌봄과 연대의 관계들이 바로 그러한 가능성의 출발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저항 없는 돌봄은 공허하고, 돌봄 없는 저항은 맹목”이라 말을 통해, 돌봄이 개인적 선의나 공동체 내부의 윤리에만 머물러서는 구조를 바꾸기 어렵고, 반대로 저항 또한 돌봄의 감각을 잃어버릴 때 지속 가능한 운동이 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생태 운동과 민중 운동, 지역 공동체의 투쟁 사례들을 통해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났으며, 참석자들 또한 “생명 대 자본”이라는 전선을 어떻게 삶 속에서 다시 세워 갈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생태주의 운동의 한계와 가능성, 한국 사회 특유의 경쟁 구조와 불안, 금융위기의 감각되지 않는 폭력성, 그리고 총체적 위기 시대에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들이 활발히 이어졌습니다. 채효정 선생님은 거대한 청사진이나 단일한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 작은 저항과 연대의 사례들을 서로 발견하고 연결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위기를 추상적인 통계나 개념으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가장 먼저 그 위기를 견디고 있는 사람들의 삶과 목소리 속에서 다시 바라보아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강연은 지난해 가을 시작된 ‘온전하고 충만한 인간 발전’ 강연 시리즈의 두 번째 자리로, 오늘날의 복합 위기를 단순한 공포나 비관의 언어가 아니라 구조와 연결의 관점에서 다시 읽어내고, 생명과 평등, 저항과 돌봄의 가능성을 함께 모색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는 앞으로도 신앙과 인권 감수성이 만나는 자리에서, 우리 사회의 위기와 불평등을 함께 성찰하고 더 나은 공동체를 향한 실천과 연대의 가능성을 꾸준히 모색해 나갈 예정입니다. 귀한 통찰을 나누어주신 채효정 선생님을 비롯해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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