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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공동성명] 평등과 연대로 새로운 민주주의를 향하여 - 12.3 비상계엄 1년, 77번째 세계인권선언일에 부쳐

인권연대연구센터 121.♡.226.2
2025.12.10 17:09 1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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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과 연대로! 인권운동더하기 성명]

평등과 연대로 새로운 민주주의를 향하여
- 12.3 비상계엄 1년, 77번째 세계인권선언일에 부쳐


세계인권선언일인 12월 10일, 우리는 무엇을 떠올리는가? 77년 전 오늘 세계대전과 파시즘에 대한 반성 위에 선포됐던 인권선언문인가. 작년 12월 3일 인권을 무너뜨리고 민주주의 파괴를 선포한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를 막아낸 투쟁인가. 지난 역사 속에서, 그리고 비상계엄에 맞선 저항의 시간 위에서 일군 모든 성과와 진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권이 위기에 놓인 오늘날의 현실을, 존엄과 권리를 빼앗기며 법과 주권의 울타리 바깥에 내몰리는 누군가를 떠올린다. 기후위기와 불평등으로 더이상 지속불가능한 지금의 체제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평등과 연대로 새로운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우리의 과업이어야 한다.

우리는 광장에 모여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저지하고 내란을 시도한 대통령을 탄핵하고 파면했다. 새로 들어선 정권은 ‘국민주권정부’를 내걸고 내란 종식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내란’은 단지 대통령과 그 일당, 이들이 기반으로 삼는 극우세력이 저지른 일탈이 아니다. 뿌리깊은 반공주의와 군사주의, 제국주의의 역사가, 차별과 혐오의 정치가, 힘 있는 자들만 대변하며 진영 간 편 가르기로 쪼그라든 민주주의 위기가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겠다는 선포를 뒷받침했다. 이를 비호하며 인권을 퇴행시키는 데 앞장섰던 이들이 아직도 국가인권위원회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내란이 연장되고 있다면 그것은 여전히 차별과 배제의 사회에서 우리의 문제들이 전혀 해결되지 않은 채 반복되고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가 존엄하게 함께 살아가는 기초로서 자유와 평등, 연대를 선언한 세계인권선언, 우리 사회의 구성원리와 구성원의 권리를 새긴 헌법은 현실에서 빛이 바랜 듯하다. 모두가 평등한 존재이며 부당하게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인권의 원칙이 담긴 차별금지법은 20년 가까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에게 갇힌 삶을 강요하며 보이지 않는 존재로 치부하는 사회이기에 장애인들은 폭력과 고립에 시달리면서 여전히 지하철 투쟁으로 존재를 드러내야만 한다. 일하다 죽는 노동자들의 소식은 계속되고, 해고로 삶이 흔들리는 노동자들은 목숨을 건 고공농성으로 자신들의 외침을 전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기피되는 위험한 노동에 붙박인 이주노동자들은 일하다 죽거나, 이탈하면 ‘불법체류자’로 낙인찍혀 추방되는 현실에서 강제단속을 피하려다 죽는다. 교문 밖으로 다시 밀려난 학생인권의 현실 속에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언론·표현과 시위가 금지되고, 학생들은 인권을 박탈당하며 통제와 훈육의 대상으로 격하된다. 반복되는 재난참사로 피해자들의 고통은 지속되고 있지만,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라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요구와 논의는 여전히 뒤로 밀려나고 있다. 서로의 존재와 권리를 인정하고 보장하며 함께 살아가야 할 사회의 자리는 사라지고 각자도생의 원리가 지배한다. 위험한 일을 하는 것도, 건강을 해치는 것도 돈을 벌기 위해 스스로 한 선택이라며 자유가 곡해된다. 기댈 곳 없이 원자화된 삶 속에서 노동, 주거, 교육 등 인간답게 살기 위한 권리는 희미해지고 생존을 위한 경쟁만 있을 뿐이다.

이런 토양 위에서 끊임없이 ‘국민’과 ‘비국민’을 가르고, 사람의 등급을 매기고, 폭력과 억압을 숭배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진다. 자유가 아닌 질서, 평등이 아닌 서열, 연대가 아닌 경쟁과 약육강식을 당연시하는 목소리다. 그 혐오와 폭력은 때론 혐중으로, 때론 여성혐오와 안티페미니즘으로 나타나고, 성소수자, 어린이·청소년, 장애인, 빈민, 노동자, 비인간동물 등 더 약한 존재들을 향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희생당하고 피해를 입는 존재들, 그렇기에 더욱 이 사회의 문제를 드러내고 비판하며 변화를 촉구하는 이들이 오히려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호도당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 역사 속에서 이미 이런 현상을 목도했다. 그리고 그 끝에 출현한 것이 파시즘이었고 학살이었고 세계대전이었음을 기억한다. 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만든 세계인권선언을 떠올리며, 이 시대 자유, 평등, 연대를 우리가 함께 살기 위한 질서로 세우는 것이 오늘날 여전히 중요한 과제임을 되새긴다. 잘못된 과거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과거와 단절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다른 길을 찾아내야 한다. 기존의 체제가 그어놓은 한계에 갇히지 않고 이를 넘어 우리의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 인간과 자연을 착취하고 파괴하며, 존엄을 무너뜨리고 권리를 차등적으로 분배하면서 생명을 연장해 온 자본주의를 넘어서야 한다. 인권은 개개인의 법적 권리에 국한하지 않는다.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하며 존엄하게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출발점이자 화살표로 다시, 인권을 세워야 한다. 우리는 보편적 인권을, 모든 사람의 자유와 평등을, 서로 다른 존재들의 연대를 계속 되새기고 실천할 것이다.


2025년 12월 10일
평등과 연대로! 인권운동더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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