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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 초청특강] 사랑도 차별이 되나요?

인권연대연구센터 121.♡.226.2
2025.11.24 15:06 7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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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는 2025년 11월 22일 토요일 오후, 예수회센터 이냐시오카페에서 정의당 전 국회의원이자 다큐멘터리 감독, 작가,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해 온 장혜영 님을 초청해 특강 「사랑도 차별이 되나요? – 더 나은 인간이 되어가는 변화를 지지하는 대안적 정치의 가능성」을 개최했습니다. 이번 자리는 ‘온전하고 충만한 인간 발전’ 강연 시리즈의 첫 번째 시간으로, 사랑의 언어로 포장된 차별의 현실을 직시하고,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향한 정치의 새로운 상상력을 함께 모색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장혜영 전 의원은 먼저 중증 발달장애가 있는 동생과 함께 한 삶,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 프로젝트, 그리고 21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해 온 경험을 나누며 강연의 문을 열었습니다. 그는 강연 제목이자 핵심 질문인 “사랑도 차별이 될 수 있는가, 더 나아가 누군가를 엄청나게 사랑하면서 동시에 엄청나게 차별하는 것이 가능한가”를 제시하며, 사랑과 차별이 서로 대척점에 있는 개념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는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짚었습니다. 또한 이 질문을 인공지능에게 던졌던 경험을 소개하며, “사랑의 진정성”과 “권력과 구조 속에서의 차별”을 함께 보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 문제의식은 곧 자신의 가족사로 이어졌는데요, 어린 시절 오롯이 동생을 돌보며 “동생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시설에 보내는 선택을 가족들이 당연시했던 과정, 그리고 그 결정이 동생의 삶을 시설에 가두는 차별적 선택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된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나누었습니다. 그는 “동생이 장애인이라서 어쩔 수 없는 삶”이라고 받아들이던 태도에서, “주인공이 동생이 아니라 나였다면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라는 질문을 마주하는 순간, 자신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동생을 깊이 차별해 왔음을 인정하게 되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이 경험은 곧 탈시설 운동에 함께하고, 제도권 정치에 들어가기로 결심하게 된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이어 이야기는 장애인 거주시설과 코로나19 집단감염, 그리고 탈시설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구조적 차별 문제로 확장되었습니다. 장 전 의원은 집단 거주시설의 구조상 거리두기·자가격리가 사실상 불가능했음에도, 방역의 이름으로 시설 전체를 사회로부터 분리·격리하는 조치가 반복되었다는 점을 비판적으로 짚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장애인의 삶을 ‘IQ’와 자립 가능성에 따라 등급화하고, 시설 밖에서의 삶을 가로막는 우생학적 발언들이 공공연히 오고 갔던 사례들을 소개하며, 천주교를 포함한 종교계 내부에서도 탈시설에 대한 조직적인 반대와 내부 차별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언급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차별의 문제를 장애 영역에 한정하지 않고, 이주노동자, 미등록 이주민, 현중 시위와 같은 여러 사례를 연결해 생각해 보도록 이끌었습니다. 열악한 노동·주거 환경 속에서 이름조차 통계에 남지 못한 채 죽어가는 미등록 이주민들의 현실, “관광 1번지”로 포장된 공간에서 혐오 시위가 상시적으로 벌어지는 상황, 그리고 최근 정권의 불법 계엄 기도와 이에 맞선 시민사회의 저항까지, 한국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는 차별과 혐오의 정치는 서로 긴밀히 연결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차별을 소수자 ‘당사자의 문제’로만 축소해 바라보는 시선을 넘어, 사회 전체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라는 차원에서 읽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이어졌습니다.

 

강연의 후반부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를 중심으로, 법과 제도가 상정하는 인간상에 대한 성찰이 전개되었습니다. 17대 국회 이후 여러 차례 발의와 철회를 반복해 온 차별금지법, 그리고 법무부가 성적 지향·출신국가 등 7개 사유를 삭제한 개정안을 내놓았을 때 이를 “차별 조장법”이라 비판하며 싸워 온 시민사회·정당의 역사적 궤적이 소개되었습니다. 장 전 의원은 차별금지법이 전제하는 인간상이 “이미 완성된 도덕적 존재”가 아니라, 실수하고 차별하면서도 서로의 경험을 배우며 변해 갈 수 있는 “끝없이 변화하며 성숙해 가는 가능성의 존재”임을 강조했습니다. 차별은 소수의 ‘나쁜 사람들’이 저지르는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누구나 가담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조건 속에서 발생하며, 사랑이라는 감정이 오히려 불평등한 관계와 폭력을 가리는 장막이 되기도 한다는 통찰이었습니다.


한편 장 전 의원은 국회에서의 작은 변화 사례도 함께 나누었습니다. 성소수자의 존재를 드러내는 공식 통계가 처음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국회 본청에 수어 통역사가 상시 배치될 수 있도록 법·제도 개선을 추진한 경험을 소개하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는 장치들이 갖춰질 때, 작고 주변화된 목소리들이 비로소 정치 공간 안에서 들리기 시작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제도 개선이야말로, 사랑과 연대의 언어가 실제 삶의 조건을 변화시키는 통로라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이어진 질문과 토론 시간에는 “스스로 차별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온 사람일수록 실제로는 더 차별적일 수 있다”는 성찰과 함께 가족 안에서, 교회 공동체 안에서, 그리고 일터와 일상 속에서 사랑의 언어로 포장된 차별의 경험을 서로 나누며, 각자의 특권과 위치성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특히 “차별을 지적받는 것을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기보다, 함께 더 나은 사람으로 변해 갈 수 있는 초대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강연자의 제안에 참석자들 또한 공감을 표하였습니다. 

 

이번 강연은 ‘온전하고 충만한 인간 발전’ 시리즈의 출발점으로, 우리 안의 차별을 직면하는 용기와, 더 나은 인간·더 나은 공동체를 향한 대안적 정치의 가능성을 함께 모색하는 연대의 필요성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는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신앙과 인권 감수성이 만나는 자리들을 꾸준히 마련해 나갈 예정입니다.

 

장혜영 전 의원의 발표 자료는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자료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advocacy.jesuit.kr/bbs/?t=hY(자료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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