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코로나19와 새로운 상상

김정대SJ 163.♡.183.94
2020.04.16 13:52 82,02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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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27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텅 비어있는 성 베드로 광장에서 코로나19 팬더믹의 종식을 청하며 세상을 위해서 기도하였다. 종교 지도자로서 세상의 고통을 함께 지며 기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비가 오는 텅 빈 성베드로 광장에서 교황 홀로 세상을 위해서 기도하는 장면은 매우 비현실적이었고 슬프기까지 하였다.

 

또한 교황은 지난 11일 성베드로 성당에서 예년과 달리 소수의 사람들만이 참석한 가운데 쓸쓸히 부활절 성야미사를 주례했다. 그러나 이 비현실적인 장면이 다름 아닌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인해서 미증유의 현실에 마주섰다. 교황이 보여준 몇몇 장면들은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이라는 재난으로 인해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엄청난 중량감의 삶의 무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정부도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 시민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요청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대부분의 학교가 졸업식과 입학식을 취소했다. 그리고 초··고등학교는 3월 초로 예정했던 개학을 연기했고, 대학교 역시 2~3주 정도 개강을 연기한 후 결국 온라인 강의로 학기를 시작했다.

 

이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우리의 삶은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 졸업·입학 행사가 취소되면서 당장 화훼농가에서 생산한 꽃의 판로가 막혔다. 개학 연기로 학교 급식을 위해 농산물을 제공하던 농가의 판로 역시 막혔다. 또 외부 활동의 위축으로 외식업을 비롯한 자영업자들 역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일용직 노동자들은 사회 전반적인 경제 위축으로 일자리를 잃고 어렵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렇게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던가를 큰 대가를 치르며 배우는 중이다. 그러나 분명 서로가 깊게 연결된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이라는 재난이 가져다주는 고통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지 않다.

 

많은 노동자들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의 위험 속에서도 매일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출퇴근을 해야 한다. 또 감염에 매우 취약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있다. 지난 310일 서울 구로구의 에이스손해보험 콜센터에 근무하는 직원과 교육생, 그 가족 등 최소 79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 단적인 예다. 이 집단감염의 원인은 200여 명의 노동자가 좁고 밀폐된 공간에 모여 있었다는 것과 업무 특성상 마스크 착용이 어려운 노동환경이다.

 

모든 나라가 문을 꼭꼭 닫아걸고 있으니 여행관광업과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는다. 인천국제공항은 이런 업종이 집약적으로 모여 있고 고용된 노동자는 7만 명 정도이다. 노동자들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하여 연차 강제와 무급휴직, 그리고 권고사직을 빙자한 해고와 같은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인천투데이 4월 6일) 일회용 취급을 당하는 비정규직의 숫자는 어림잡아 천만 정도이다. 지난 47일 국제노동기구는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인해서 올해 2분기 전 세계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6.7%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정규직 노동자 19,500만 명이 일자리를 잃는 것과 동일한 효과라고 한다. (경향신문 49) 이렇듯 노동자들은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위험과 동시에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인한 피해 여파의 최전선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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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는 자신의 소설 페스트에서 페스트라는 재난으로 말미암아 빈곤한 가정은 무척 괴로운 처지에 놓이게 되었지만, 반면에 부유한 가정들은 부족한 것이라곤 거의 없었다. 페스트는 저마다의 이기심을 발동시킴으로써 오히려 인간의 마음속에다 불공평의 감정만 심화시킨 것이었다. 물론 죽음이라는 완전무결한 평등만은 남아 있었지만, 그런 평등은 아무도 원하지 않았다.”라고 재난의 불평등을 말한다. 우리는 당장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불평등이 심화될 것을 우려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활성야 미사와 부활 메시지를 통해서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인한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 희망을 보도록 마음을 잇는 연대를 강조하였다. 그는 부활성야 미사에서 생필품도 없는 사람들의 빈손을 채울 수 있도록 넉넉히 가진 사람들의 마음이 열려 있기를기도했다. 다음날 그는 ‘Urbi et Orbi(로마와 전 세계에게)’ 부활절 메시지를 통해서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의 시기에 무관심, 자기중심, 분열과 망각과 같은 단어는 없어져야 하며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달되는 희망이라는 다른 전염병이 퍼져나가길요구했다. 또 그는 모두가 힘든 삶이지만 더욱더 힘에 겨운 삶을 사는 사람들을 기억하며, 특히 정치지도자들에게 "해고 노동자들에게 희망과 기회를 줄 것"을 촉구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대처한 모범적인 나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단지 내부적인 평가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듣는 평가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태를 지나치게 정치 쟁점으로 만들어 감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한 의료진과 정부 당국자들을 폄훼한다. 또 어떤 이들은 그들이 이뤄낸 성과를 내세우며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었다고 자만하기도 한다. 전자는 악의적으로 보이고, 후자는 좀 유치해 보인다.

 

지금 우리의 역할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언급했듯 함께 사는 사회에 대한 희망을 상상하고, 이를 위한 연대를 실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가의 역할을 확대하여 기업의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금지를 제도화하고, 인천공항과 같은 고용위기를 겪는 지역의 고용위기지역 지정 그리고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긴급 재난기금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로써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의 재난에도 누구도 쉽게 배제되지 않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김정대 신부(예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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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섭님의 댓글

김정섭 221.♡.204.164 2020.04.18 10:41

예수회인권연대연구센터님의 댓글

예수회인권연대연구센터 120.♡.158.47 2020.04.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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