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故 방영환 택시 노동자를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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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택시 기사의 임금으로 완전월급제를 명시한 택시발전법이 제정되어 2021년 1월에 시행되었다. 지난 30년 이상의 긴 시간 동안 많은 택시 노동자들이 ‘사납금 철폐’를 외치다 숨졌다. 그 목숨을 건 싸움의 결과로 완전월급제를 법으로 명시한 것이다. 그러나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자체에서는 시도조차도 하지 않았다. 택시 완전월급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서울도 현실에서의 택시 기사 임금은 변형된 사납금제 형태가 유지되면서 법으로 정한 완전월급제는 아직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 앞에서 고 방영환 택시 노동자는 회사에 법을 지키라고 외치며 1인 시위를 했다. 회사 대표는 그런 그에게 폭행과 죽이겠다고 협박을 했다고 한다. 그의 1인 시위 227일째 되던 작년 9월 26일 그는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10월 6일 그는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지난 10월 4일에 그의 죽음을 기억하는 1주기 추모제가 있었다.
나는 고 방영환 택시 노동자를 추모하는 시간이 감사와 희망, 그리고 다짐의 시간이 되었으면 했다. 무엇보다 먼저 고인의 삶에 감사를 드리고 싶다. 사람들은 자본을 최고의 가치로 그리고 ‘가난은 죄’라고 여긴다. 이런 사회에서 노동의 가치 또한 왜곡되어 노동자는 열등한 존재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노동자임에 대해 자부심이 대단한 뼛속부터 노동자였다. 그는 자신이 불이익을 당하면서도 ‘부당한 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사용자를 상대로 싸우고 있는 노동 현장의 노동자들을 찾아가 연대하였다. 그가 노동을 저주했다면 그렇게 노동 현장을 찾아가 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경직된 사회적 규범과 기득권자들의 폭력적 요구를 따라가는 비굴한 삶이 아니라 당당하게 자기가 살고 싶은 삶을 산 사람이다. 그는 택시 노동자들의 간절한 바람으로 제정된 택시 노동자 완전월급제를 노동조건으로 요구했다. 회사는 그런 그를 해고했지만 부당 해고 판결을 받고 복직했다. 그리고 회사로부터의 교묘한 불이익을 받았지만 이에 굴하지 않았고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그런 그에게 사주는 폭행과 위협을 가했다. 그는 이런 폭력적인 기득권자의 부당한 요구에 굴복하지 않고 죽음이라는 마지막 선택을 했다. 비록 그가 죽음이라는 마지막 선택을 했지만 그가 살면서 보여준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성숙하게 살아간 것이다. 경직된 사회적 규범과 기득권자들의 폭력적 요구를 거부하고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때 우리 사회는 비로소 건강한 사회가 된다.
고 방영환 택시 노동자는 떠났지만, 그의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다. 택시 노동자의 완전월급제의 온전한 정착을 위한 싸움은 그와 연대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다시 시작되었다. 그 시작에 고인의 딸이 있었다. 유가족이 함께 하는 싸움은 좀 더 힘 있다. 그래서 고인의 딸 방희원 님께 감사한다. 혼자 아빠의 죽음을 감당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이 죽음은 불의에 저항한 죽음이었으니 더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는 이 싸움에서 좋은 동지를 얻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감사해야 할 사람들은 동료 노동자들을 비롯해서 이 싸움에 연대한 사람들이다. 고인의 죽음 이후 ‘고 방영환 열사 대책위’가 만들어졌고 많은 연대 활동을 통해서 우리는 이미 서로에게 믿음과 신뢰를 갖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택시 완전월급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미래에 대한 희망도 갖게 되었다.
하지만 택시 완전월급제의 완전 정착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택시 노동자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지난 8월 24일 자로 택시 완전월급제가 전국 시행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고 방영환 택시 노동자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력화하기 위한 택시발전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에 상정되었다. 그리고 8월 19일 국회는 서울은 현 완전월급제를 유지하고, 택시 완전월급제 전국 시행을 2년 유예하는 결정을 내렸다.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 다행이긴 하지만 여전히 택시 노동자들의 목숨을 건 싸움의 결과로 제정된 택시 완전월급제는 사라질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더욱더 긴밀한 연대 활동을 다짐해야 할 상황이다.
과거 택시 노동자들은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서 장시간 운전을 했고, 정해진 시간 안에 더 많은 손님을 태우기 위해서 난폭운전을 해야 했다. 그러므로 이런 사납금 제도는 택시 노동자뿐만 아니라 승객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는 비인간적인 노동조건이다. 노동을 통해서 우리가 비인간이 된다면 이는 인간을 위한 노동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 인간은 비인간적인 노동을 강요받을 이유가 없다. “노동을 통해서, 인간은 타고난 능력의 일부를 발휘하고 실현한다. 노동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그 일의 주체이며 목적인 인간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노동은 인간을 위한 것이지, 인간이 노동을 위해 있는 것은 아니다.”(가톨릭 교리서, 2428항) 이런 이유로 우리는 사용자와 이 사회에 인간적인 노동조건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택시 노동자에게 인간적인 노동조건이란 다름 아닌 택시 완전월급제이다. 그래서 이는 택시 노동자들의 염원이다. 그러므로 우리도 택시 노동자들이 인간적인 노동조건을 성취하도록 그들과 연대해야 한다.
김정대 신부 (예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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