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인권주일 세미나] 1965년과 2025년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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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는 2025년 12월 6일 토요일 오후, 예수회센터 이냐시오카페에서 인권주일 기념 세미나 '<기쁨과 희망>과 <인간 존엄성>: 1965년과 2025년의 대화'를 개최했습니다. 올해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폐막 60주년이 되는 해로, 이번 세미나는 공의회가 남긴 마지막 두 문헌—<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헌장(기쁨과 희망)>과 <종교 자유에 관한 선언(인간 존엄성)>—이 우리 시대에 던지는 질문을 함께 성찰하는 자리였습니다. 특히 ‘인간 존엄성’, ‘공동선’, ‘평화’, ‘실질적 평등’이라는 핵심 가치가 오늘날의 사회 현실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교회가 시대의 변화 앞에서 어떤 책임과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지를 두 분의 발제를 통해 깊이 있게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기쁨과 희망>: 인간적 경제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성찰
첫 번째 발제에서 김상현 교수님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당시 세계가 직면했던 역사적 맥락—냉전, 전쟁, 구조적 빈곤, 탈식민 운동, 새로운 인권 감수성의 부상—을 짚으며, 공의회가 왜 ‘경제와 사회 질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려 했는지 설명했습니다.
그는 특히 초기 교황문헌들이 노동의 존엄을 강조하면서도 정치·경제 구조 자체의 문제를 충분히 다루지 못했던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이어 <새로운 사태>부터 <기쁨과 희망>에 흐르기까지 교회의 사회교리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 다양한 흐름들을 여러 사제와 학자들이 제시해 온 인간 중심의 경제, 공동체적 발전, 참여적 의사결정 등의 비전을 중심으로 소개했습니다.
김 교수님은 “경제 활동의 목적은 이윤이 아니라 인간 자신이어야 하며, 발전은 인간의 전인적 성장과 자유를 촉진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문헌의 핵심 메시지를 강조하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의 설립과 해방신학의 태동을 연결해,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와 구조적 악에 대한 비판이 가톨릭 사회교리 속에서 어떻게 확장·심화되어 왔는지를 설명했습니다.
또한 이러한 관점은 오늘 한국 사회가 직면한 현실—비정규직 노동, 불평등, 주거·노동권의 침해—을 바라보는 데 중요한 신학적·사회적 토대를 제공한다는 평가와 제안 역시 이어졌습니다.
<인간 존엄성>: 종교 자유와 인권의 기준을 다시 묻다
두 번째 발제에서 박상훈 신부님은 ‘종교 자유’라는 개념이 단순히 세속적 자유주의의 산물이 아니라, 인간 존엄성이라는 근본적 가치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3세기부터 이어진 그리스도교의 “하느님의 모상” 개념, 그리고 세계인권선언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가톨릭 사상가들이 기여한 흔적 등을 통해, 인권 담론 속 종교의 역할을 재조명했습니다.
박 신부님은 현대 인권법이 직면한 갈등—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의 충돌, 차별 금지와 관용의 한계, 국가의 중립성의 모순 등—을 다양한 국제 사례를 통해 소개하며, “실질적 평등”이라는 원칙이 왜 중요한지 설명했습니다. 특히 국가가 선언하는 ‘중립성’이 실제로는 지배적인 종교·문화의 이익을 유지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하며, 구체적 맥락 속에서 존엄을 보호하는 법적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한국 사회의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인간의 기본권(생존권·안전권·노동권)의 신학적 의미, 그리고 교회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깊이 있게 이어졌습니다. 한 참석자는 “비정규직 노동을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스러운 권리의 침해’라고 본다”며, 한국 교회가 노동 현실에 대해 더 적극적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함께 나누는 질문들: 오늘 우리에게 공의회는 무엇을 말하는가
세미나의 마지막에는 두 문헌이 오늘의 현실 앞에서 새롭게 던지는 질문들을 함께 성찰하는 시간이 마련되었습니다. 경제 성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전인적 발전'의 의미는 무엇인지, 충돌하는 가치들 가운데 인간 존엄성을 더 충만히 실현하는 방향은 무엇인지, 가난한 이들과의 우선적 선택과 통합적 생태론은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책임을 요구하고 있는지,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들에 관한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참석자들은 각자의 일상과 신앙 경험을 나누며, 공의회가 60년 전 제기한 문제들이 여전히 오늘의 사회적 과제임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한국 교회가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실천을 어떻게 확장해 갈 수 있을지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습니다.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는 앞으로도 교회의 사회교리가 지닌 비전과 신앙의 사회적 소명이 만나는 지점을 꾸준히 탐구하며, 노동·인권·평등·생태 문제에 대한 성찰과 연대를 확장해 나가고자 합니다. 세미나에서 소개된 발표 자료는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자료실(https://advocacy.jesuit.kr/bbs/?t=i6)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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