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그리스도인 평등의 날] 환대의 빈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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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그리스도인 평등의 날이 무사히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10월 31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11월 1일 대한성공회 대학로교회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환대의 빈 의자”를 주제로 차별과 혐오 없는 교회와 세상을 꿈꾸는 그리스도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를 환대하고 기억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무지개 예배와 강연, 워크숍과 나눔의 자리를 통해, 우리는 교회가 누구에게나 안전하고 평등한 공간이 될 수 있을지 함께 묻고, 그 길을 모색하는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이번 평등의 날은 먼저, 그리스도인이자 성소수자였던 육우당의 죽음부터 성소수자와 사회적 약자 곁을 지키다 떠난 임보라 목사에 이르기까지, 평등한 세상과 환대받는 교회를 꿈꾸며 걸어온 이들의 여정을 기억하는 시간으로 시작했습니다. 자캐오 신부의 발제를 통해 지난 20여 년간 성소수자 인권과 함께해 온 그리스도인들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우리 안에서 일하시는 무지개빛 하느님의 손길을 다시금 떠올렸습니다. 그 길 위에서 때로는 ‘이단’이라 불리고, 징계를 받고, 조롱과 비난을 감당해야 했던 이들의 용기와 헌신은, 오늘 우리의 걸음을 지탱해 주는 믿음의 유산임을 함께 고백했습니다.
본행사에서는 차별금지법에 관한 안내와 설명회, 앨라이(ally)가 되기 위한 교육, 성평등한 교회 만들기 워크숍, 묵주 만들기 등 다양한 선택 강좌가 진행되었습니다. 일부 세션은 선착순 접수가 조기에 마감될 만큼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참여자들은 웃음과 대화, 배움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자리에서 서로를 향한 신뢰와 연대의 감각을 깊이 체험했습니다.
행사를 마무리하는 예배에서는 “환대의 빈 의자”에 관해 함께 묵상했습니다. 이번 행사의 주제가 된 빈 의자는 교회가 스스로 닫았던 문 앞에서 오랫동안 기다려 온 이들에게 돌려 드려야 할 자리임을 더불어 고백하는 자리였습니다. 그 빈 의자는 다름아닌 성소수자와 사회적 약자, 지금 여기 함께하지 못한 수많은 소외된 이웃의 자리일 것입니다.
한 참여자는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올 수 있는 자리라는 취지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와 보고 싶었다”고 말하며, 아이들이 이러한 환대와 평등의 감수성을 품은 그리스도인으로 자라나기를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우리의 자리가 누군가에게는 “공기처럼 스며드는 차별과 혐오로부터 잠시 해방되는 공간”이 되기를, “있는 모습 그대로 숨 쉴 수 있는 집 같은 교회”가 되기를 소망하는 마음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비록 교단과 제도는 여전히 느리게 움직이고, 때로는 퇴행하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여는마당에서 노랑조아님이 증언해 주신것처럼 단 한 번의 재판 안에서도 누군가는 마음을 바꾸고, 누군가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게 됩니다. 변화는 느리고 멀어 보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의 존재가 서로를 비추는 빛이라는 믿음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으로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역시 앞으로도 평등세상 네트워크와 함께 환대의 빈 자리를 놓고 기다리는 일에 함께하고자 합니다.
“여기 그대를 위해 비어 있는 의자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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