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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한일사회사도직회의] 혐오의 시대, 화해의 다리 놓기

인권연대연구센터 121.♡.226.2
2025.11.07 16:41 24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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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일부터 4일까지, 인천 차이나타운 일대에서 한국 예수회 사회사도직위원회와 일본 예수회 사회사도직위원회의 정기 모임인 '2025 한일사회사도직회의가 '경계를 넘어 환대의 다리 놓기'라는 주제로 열렸습니다

 

이번 회의는 한국과 일본 모두에서 중국을 향한 혐오 정서가 강화되는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화해의 다리가 될 것인가 고민하기 위해 개항 이후 일본과 청국의 조계가 공존했던 도시로, 동아시아의 근현대사가 교차하며 남긴 상처와 만남의 흔적이 겹겹이 쌓여 있는 상징적인 장소, 인천에서 개최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만남은 그 역사적 공간을 함께 걸으며, 제국주의가 남긴 경계와 차별의 흔적을 성찰하고, 오늘의 동아시아가 다시 마주한 민족주의와 혐오의 도전에 함께 응답하고자 마련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이 이번 모임의 거점이 되어 준, 인천교구 태암레오관으로 하나둘 모여 앉아 간만에 환담을 나누며 깊어간 첫날에 이어 둘째 날 오전에는 지난 1년간 한일 사회사도직 위원들의 활동 사항과 주요 이슈 업데이트가 있었습니다. 홈리스 지원, 이주민 사목, 탈핵운동, 반전운동 등 여러 영역에서 한국과 일본의 상황과 맥락을 확인하고 나누며,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지점을 모색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날 오후에는 인천 개항장의 옛 청국조계지 일대를 답사했습니. 인천은 19세기 말부터 한··일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교류하던 도시였습니다. 청일조계 경계계단, 의선당, 화교 노동자 합숙소 등에는 제국 간의 경쟁과 식민지 조선 민중, 그리고 화교 공동체가 함께 엮여 살아낸 고단한 기억이 서려 있었습니다

 

다음날 오전, 인천 차이나타운과 한반도 화교의 역사에 관해 강연해 주신 이정희 교수님은 일제강점기 인천 화교들이 항일조직 일동회를 결성하여 일본군에 맞섰던 사실을 소개하며, “오늘의 차이나타운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제국주의가 만들어낸 경계와 차별의 역사를 기억하고 성찰해야 할 장소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화교가 차별받는 현실을 통해 각성하고, 한반도 화교를 연구하게 되었다는 이정희 교수님의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여전히 차별받는 소수자들의 현실을 기록하고, 알리는 일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오후에는 경계인의몫연구소 박동찬 소장님의 강의가 이어졌습니다. '혐중의 계보학'을 주제로 1931년 만보산 사건에서부터 최근의 사드 배치, 코로나19, 차이나 게이트, 김치·한복 논쟁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의 혐중 정서가 반복적으로 재생산되어 온 과정을 짚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정서가 단순한 국민 감정이 아니라, 경제적 위기와 정치적 불안을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동원되는 사회적 현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일본인 참가자는 이 강연을 통해 "한국에 오며 넘치는 환대를 경험했는데, 같은 시간 누군가는 '환영하지 않는다'는 메시지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현실을 알게 되었다"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도쿄 예수회 사회사목센터에서 근무하며 일본의 사형제 폐지 운동, 탈핵 운동 등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는 야나가와 토모키 님이 외국인 혐오와 배외주의를 강화하는 일본의 정치 상황을 주제로 강연했습니다. 야나가와 씨는 최근 일본 사회가 일본인 퍼스트를 내세우는 극우 포퓰리즘 정당의 부상으로 급속히 우경화되고 있다고 진단하였습니다. 특히 참정당의 성장과 다카이치 정권의 외국인 적대 정책은 배외주의가 정치적 자산이 되는 시대의 도래를 보여주는 상징적 현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사람들의 분노와 불안을 자극하며 관심을 끄는 데 집중하는 관심경제(Attention Economy)’의 구조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더 나아가 혐오를 조장하는 사람들 또한 사회적 불안과 상처 속에서 길을 잃은 존재임을 지적하며, 단순히 차별은 나쁘다고 외치는 것을 넘어, 상처 입은 사람들의 내면을 이해하고 그들의 고통의 근원을 함께 들여다보는 트라우마 인폼드 케어’(Trauma Informed Care) 시각이 필요하다고 짚었습니다. 차별과 혐오의 이면에 있는 두려움과 결핍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교회가 감당해야 할 치유의 사명임을 일깨워 준 강의였습니다.

 

계속 된 전체 토론과 나눔에서는 두 나라 모두에서 외국인과 난민, 성소수자, 여성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으로 규정하고 낙인찍는 담론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며,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말씀하신 무관심의 세계화에 맞서기 위해, 교회가 만남의 문화”, “대화의 문화”, “돌봄의 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는 사명 또한 재확인하였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한일 양국의 사회사도직 구성원들이 함께 향후 협력 방향을 논의하였습니다. 참석자들은 혐오의 시대에 맞서는 그리스도인의 역할과 정체성을 확인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토대로, 만남과 연대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과 협력 방안을 서로 나누었습니다. 한일 예수회 협력자들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청년 세미나를 통해 젊은이들이 바라보는 평화와 생태, 정의 문제를 나누는 세미나, ··일 청년들이 만날 수 있는 동아시아 포럼 기획탈핵 운동의 미래를 성찰하는 공동 세미나 주최 등 다양한 제안이 이어졌습니다. 

 

이번 회의는 무엇보다 국가주의의 강화, 외국인 혐오, 소수자 차별이라는 양국이 직면한 현실을 마주하며, 이 현실 가운데 교회는 또한 예수회 사회사도직은 어떤 존재로 함께 서야 하는지 고민하는 자리였습니다. 차별을 비판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상처 입은 사회를 돌보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는 한 참가자의 말에 두 나라의 예수회원들과 협력자들은 깊은 공감과 지지를 나누며 혐오의 시대 가운데서도 희망의 순례자로 살아갈 것을 다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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