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탈핵평화순례] 핵 없는 평화세상을 위한 국경없는 연대
- - 짧은주소 : http://advocacy.jesuit.kr/bbs/?t=ey
본문
2019년 제7회 한일탈핵평화순례가 8월 26~31일, 일본 동북부 일대에서 열렸다.
한일탈핵평화순례는 한일 양국의 탈핵 활동가들과 교회 관계자들이 모여 핵 없는 세상을 위한 연대 방안을 모색하는 행사다. 한국과 일본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가 번갈아 주최하며 올해는 일본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탈핵소위원회(위원장 미츠노부 이치로 신부)가 주최했다.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는 시모노세키 노동교육센터에서 열린 제1회 한일탈핵활동가 간담회를 주최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한일탈핵평화순례에 함께하고 있다.
‘핵 없는 평화세상! 우리가 생명과 그 아름다움을 지키게하소서’를 주제로 열린 이번 탈핵평화순례에는 일본가톨릭주교회의 정의평화협의회 회장 카츠야 타이치 주교를 비롯한 10명의 일본 참가자와 천주교창조보전연대 대표 양기석 신부를 비롯한 11명의 한국 참가자들이 함께했다. 특별히 이번 순례는 일본 동북부 지역 핵재처리 공장과 핵발전소들을 돌아보며, 핵발전 반대를 위해 수십년간 투쟁해 온 지역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한일 활동가들의 연대를 확인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순례를 시작하며 한일 순례단은 8월 26~28일 후쿠시마 인근 지역을 방문해 방사능 피폭의 위험 한 가운데서도 불안감과 무감함을 동시에 안고 살아가는 후쿠시마 주민들의 삶을 직접 확인했다. 27일 오후에는 후쿠시마 원전 형사소송 지원단의 공동대표이자 ‘후쿠시마 사고의 책임을 묻는다’는 책으로 알려진 무토 루이코씨를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무토씨는 “일본 정부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재건올림픽으로 선언하며 동시에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정부에 의해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고 이미 끝난 사건이라고 호도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더불어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인근 지역은 여전히 가혹한 피폭 위험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오염된 흙을 도로 밑에 깔거나 농토로 사용하고자 시도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또한 일본 정부는 사고 후 피난을 갔던 주민들을 귀환시키기 위해 주택무상대여 등의 혜택을 없애고, 각종 지원을 끊어버리는 방식으로 귀환을 유도하고 있다. 무토씨는 “정부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돌아오는 귀환자들은 모두 남은 여생을 고향에서 지내러 오는 노인들”이라며 “귀환 노인들은 우리는 버려진 신세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순례 참가자들은 27일 오전에는 후쿠시마현이 후쿠시마 사고 이후 주민들의 불안을 달래고자 건설한 ‘환경창조센터’를 찾아 부흥을 위해 진실을 왜곡하는 일본 당국의 입장을 살펴보기도 했다. 환경창조센터는 후쿠시마 지역 초등학교 5학년 이상은 모두 방문하도록 하고, 제반 비용을 모두 지원하고 있다. 아이들과 주민들이 사고 이후 현실을 직시하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방사능은 반드시 위험한 것이 아니며,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는 근거없는 기대를 갖게금 유도하는 것이다.
28일 저녁에는 센다이교구 주교좌 모토테라코지성당에서 ‘핵발전소안녕 1000만 시민액션’ 실행위원장을 지내는 르포작가 카마타 사토시씨의 강연이 있었다. ‘롯카쇼무라의 과거, 현재 그리고 앞으로’를 주제로 열린 강연회에는 센다이 지역 신자들과 주민 100여 명이 함께해 롯카쇼무라 핵재처리 공장 설립을 둘러싼 투쟁의 역사와 현재 상황에 대해 공유했다.
롯카쇼무라 핵재처리 공장은 1984년 계획이 발표돼 1989년 설립이 시작됐다. 그러나 1985년 개발 계획이 결정된 이후 현재까지 34년이 지나도록 미완된 채로 남겨져있다. 이 공장 설립에만 1조원 이상이 투입됐음에도 그 안전성을 확보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카마타씨 또한 “도쿄 올림픽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덮으려는 악몽”이며, “사고 후 컨트롤이 잘되고 있다는 일본 정부의 말은 완전한 거짓말로, 일본은 여전히 핵 비상사태에 있다”고 강조했다.
순례 참가자들은 8월 29일 롯카쇼무라 일대를 방문해 핵재처리 공장 설립을 둘러싼 당국의 태도와 오랜세월 투쟁해 온 주민들의 목소리를 동시에 마주할 수 있었다. 29일 오전 방문한 롯카쇼무라 핵재처리 공장 홍보관은 핵재처리 시설과 핵발전이 자연과 건강을 위하는 방법이며, 방사능은 자연에도 존재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모든 것이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반복했다. 반면 롯카쇼무라의 주민들은 핵재처리 공장 설립을 위한 개발로 투쟁과 분쟁 끝에 모두 마을을 떠나야했다. 마지막까지 마을에 남아 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주민은 “50년 전 시작해 지금은 모두 세상을 떠나고 혼자 남았지만, 그래도 이 일은 남은 사람의 몫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카쇼무라 핵재처리 공장 일대에서는 사람들이 떠난 빈 집과, 폐허가 남은 마을을 지키는 마을 설립 기념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순례단은 이어 핵연료에 의지하지 않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며 마을 공동체를 지키는 ‘꽃과 허브 마을’, 오마 핵발전소에서 불과 300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해 어머니 아사코씨의 뜻을 이어 딸 오가사와라 아츠코씨가 지키고 있는 이 일대의 유일한 민가 ‘아사코 하우스’ 등을 방문했다. 순례단은 “단 한 사람의 투쟁이 정부의 정책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한국에서도 여러분의 싸움이 외롭지 않도록 지지를 보내겠다”고 말하며 연대를 확인했다. 아츠코씨는 “자연을 소중히 여기고 바다를 지키다 보면 무슨 일이 있어도 생활할 수 있다는 어머니의 뜻을 기억하며 생명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오마 핵발전소 건설을 멈추게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롯카쇼무라 순례 후 센다이로 돌아온 순례단은 30일 저녁 7시, 매주 센다이교구 정의평화협의회 신자들이 주축이 되어 매주 금요일 저녁 339회째 이어온 ‘탈핵 금요시위’에 참석해 센다이 시내를 행진하며 핵없는 평화세상을 위한 연대의 뜻을 외쳤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참가자가 2000여 명에 달하던 금요시위는 현재는 3~40명 정도로 규모가 줄어들었으나 시위대의 탈핵 구호에 대한 센다이 시민들의 여전한 뜨거운 호응을 느낄 수 있다.
순례단은 31일 오전 도호쿠대학교 시노하라 히로노리 교수의 오나가와 핵발전소 반대 운동의 역사에 대한 강연을 마지막으로 제7회 한일탈핵평화순례를 마무리했다. 일본 동북부 지역 핵재처리 공장과 핵발전소를 둘러본 순례단은 이번 순례가 무엇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진실을 왜곡하고, 위험을 감추며, 책임을 회피하는 일본 정부와 사회의 진상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공감했다. 더불어 핵발전에 반대하며 여전히 외로운 투쟁을 이어가는 한일 양국의 지역 활동가들에게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도움을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뜻을 모았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