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Querida Gangjeong! Querida Seongsan!

김성환SJ 163.♡.183.94
2020.03.17 15:33 86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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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구럼비.jpg

 

제주해군기지 반대 활동이 한창이었던 때에, 제주해군기지 반대 활동에 조금만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구럼비라는 말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강정 앞바다에 서 있는, 길이 약 1.2 Km, 폭이 약 150인 통바위다. 제주에는 이런 바위가 없었다. 이렇게 바위가 특이하다 보니, 강정마을 사람들은 구럼비에서 나오는 용천수를 떠, 소원을 빌 때 쓰는 정화수로 사용했다. 강정마을 사람들은, 구럼비에서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또한 구럼비는 강정마을 사람들에게는 쉼터의 자리요, 명상의 자리요, 놀이의 자리였다.

 

나는 20117월 중순에 강정마을에 처음 오게 되었고, 그때 구럼비를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구럼비를 보는 순간 그 바위가 예사롭지 않음을 느꼈다. 구럼비에서 먹기도 하고, 구럼비에서 미사도 집전하고, 구럼비에서 자기도 했다.

 

국내외 수많은 평화 애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해군은 201237, 구럼비를 깨는 첫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렸다. 해군은 구럼비 일부는 깨고, 구럼비의 나머지 부분에는 콘크리트를 타설해서 제주해군기지를 지었다. 구럼비가 깨어지기 전에도 많은 사람은 구럼비에 관해서 이야기했고, 구럼비가 깨어지고 구럼비 위에 해군기지가 건설된 이후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은 구럼비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왜 그럴까? 단순히 제주에 하나밖에 없었던 영험한 바위여서 일까?

 

구럼비-박도현수사.png

구럼비 바위 위에서 기도 중인 예수회 박도현 수사의 모습

 

아마도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이유를 일일이 다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제주해군기지 건설 목적,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 등 하나같이 이해되지 않는 사건들로 인해서 오는 억울함의 총체가 '구럼비'라는 말을 통해서 표현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이해가 되지 않는 사건들은 계속 터진다. 해군은 지금의 해군기지 진입도로를 사용해도 충분한데, 또 하나의 진입로를 건설하고 있다. 그 도로는 서귀포시 상수원지 중의 하나인 냇길이소 위쪽을 지나간다. 수많은 먼지가 그 상수원지를 오염시킬 것이다. 게다가 그 냇길이소 주변은 천연기념물인 원앙의 서식지이다. 수많은 원앙이 겨울철에 그곳으로 피신을 온다. 하지만, 제주도정은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당시 원앙 보호 대책을 수립하지 않고 공사를 시작했다. 그래서 지난 1월에는 여러 마리의 원앙들이 죽어서, 지역의 지상파 언론들도 방송했고, 급기야는 영산강유역 환경청에서 현장 조사를 하고 공사를 중지시켰다.

 

환경영향평가라는 말이 나오면,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했던 강정 주민들은 20127월 대법원에서 내린 판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강정마을 주민들이 국방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법원은 국방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 재판은, 건설사업 실시계획 승인 전에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함에도 제주해군기지 건설 당시 해군은 환경영향평가 전에 이미 건설 승인을 받았던 사건에 관한 재판이다. 당시 대법원은 해군 손을 들어 주었는데 나중에서야 양승태 대법원장이 그 당시 청와대와 재판 거래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 이후 해군은 환경영향평가를 받았지만 요식행위이었다. 그 결과, 수많은 희귀 멸종 해양 동식물이 죽어갔고, 현재에도 죽어가고 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했던 어떤 해녀의 말에 따르면, 요즈음 바다에 나가면 물건(전복, 소라 등 해녀들의 수입을 보장해 주는 바다 생물들)이 없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제주해군기지 근처의 바다는 죽어가고 있다.

 

공사 전후.png

 제주 해군기지 항로 준설 공사로 파괴된 바다 생태계 모습 

 

2011,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현장에서 들은 말이 있다. “해군기지가 생기면 공군기지가 생길 것이다. 왜냐하면, 해군기지를 보호하려면, 공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마 했던, 공군기지가 제주 제2공항이라는 말로 포장되어 현실화되고 있다. 국토부와 제주도정은 제주 남동쪽에 있는 성산지역 5개 마을에 공항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2045년 제주도 전체 항공 수요를 3,890만 명으로 잡았다. 문상빈 제주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지금 있는 제주공항이 3,500만 명을 처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3~400만 명의 수요 처리를 위해서 관광객 전용 보조 공항을 하나 더 지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것도 지역주민을 고향에서 내쫓고, 농지를 파괴하고, 희귀한 환경과 철새 도래지를 다 없애면서 말입니다.”

 

강정 주민들은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억울하게 국가에 땅을 빼앗기었다. 만약 제주 제2공항 건설이 확정된다면, 성산지역 주민들도 억울하게 땅을 빼앗기게 될 것이다. 2백만 평 이상의 땅 위에 뿌려지는 콘크리트 때문에, 또 얼마나 많은 땅 밑 생물들이 죽어갈 것인가? 또 얼마나 많은 종류의 하늘의 새들이 혼란을 느끼고, 또 얼마나 많은 제주의 바다 생물들이 공항에서 흘러나오는 엄청난 양의 오·폐수로 죽어가겠는가?

 

지난 212일 프란치스코 교종은 주교대의원회의 범 아마존 특별회의 후속 권고로 발표한 사랑하는 아마존(Querida Amazonia)’에서 창조주께 가닿는 아마존 지역의 울부짖음은 이집트에서 울려 퍼진 그분 백성의 울부짖음과 비슷합니다(탈출 3,7 참조). 이는 종살이하는 버려진 이들의 울부짖음, 해방을 탄원하는 울부짖음입니다.”라고 했다.

 

제주해군기지로 억울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강정 주민들과 연대자들, 해군기지로 죽어가고 있는 뭇 생명들, 2공항 건설 논쟁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성산지역 사람들과 연대자들, 또 제주 제2공항이 확정되면, 죽어 나갈 뭇 생명들, 이들 모두가 아마존이 아닐까?

 

Querida Gangjeong! Querida Seongsan!

 

 

김성환 신부(예수회)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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