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쓰레기 속에 빠지다

김민회SJ 121.♡.116.95
2021.01.14 17:22 4,32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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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나 설 명절 연휴 때에 서울 도심 여기저기에 쓰레기가 쌓여 종종 큰 불편을 겪었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것과는 차원이 다른 더 큰 혼란이 올 지도 모르겠다. 202011, 인천시는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유입되는 쓰레기 매립을 2025년부터는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난지도에서의 매립이 종료된 후 인천시는 엄청난 양의 수도권 쓰레기를 그동안 인천 서구에 있는 쓰레기 매립장에서 처리를 해 왔는데, 여기에서 나오는 각종 오염물질과 미세 먼지로 이제는 인천시민을 더 이상 희생시키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서울시 안에 대규모 쓰레기를 매립할 곳을 확보하기도 어려운 데다가 갈수록 쓰레기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니, 몇 년 후면 수도권의 쓰레기 처리 문제는 커다란 홍역을 치르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 당장은 우리가 배출하는 쓰레기가 우리의 눈앞에서 사라지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알아야 할 것은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누군가는 지금 혹은 앞으로 이 쓰레기로 인해 고통 받거나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다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린다고 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매년 바다의 날531일만 되면 항상 마음이 불편하다. 1990년대 중반에 이 바다의 날이 제정이 되었는데, 충남 태안에서 군 복무를 할 때였다. 태안에는 천리포, 만리포, 몽산포, 학암포, 연포, 그리고 안면도의 꽃지 등 아름다운 해수욕장이 참으로 많은데, 해마다 5월 말을 전후로 해안가에 어마어마하게 쌓여 있는 쓰레기를 치웠던 기억을 결코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태안 근처의 해안가에서는 마음 편하게 해수욕을 하지를 못한다. 나의 더러운 발을 담그는 것도 바닷물을 아프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자꾸 맴돌기 때문이다.

 

이토록 엄청난 양의 쓰레기는 우리의 공동의 집인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 그해에 치운다고 쓰레기의 끝이 아니다. 이듬해 바다의 날에 또 쓰레기로 덮인 바다를 본다. “바다의 날이 아닌 쓰레기의 날을 제정해야 할 판이다. 전 세계 바다에 한반도의 면적 약 7배만 한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유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어느 나라는 한 해에 60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바다에 버린다고 한다. 우리의 게으름과 무딤의 죄는 현재에도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쓰레기를 통해 정의를 실천하기

 

우리는 엄청난 양의 폐지와 기타 재활용 쓰레기 등을 모아 손수레에 실어 힘에 겹게 나르시는 어르신들을 자주 본다. 이분들이야말로 이 시대에 환경적 정의를 몸소 실천하시는 분들이다. 이들처럼 우리도 정의를 실천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쓰레기를 줄여야 하고,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소비를 해야 하는 이상, 쓰레기 분리를 잘하는 것으로 실천하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는 것 같다.

 

가장 손쉬운 실천은 재활용이 되는 제품을 잘 처분하는 것이다. 컵라면의 컵이나 즉석밥 등의 음식 용기, 식품 포장을 위한 랩, 일회용 컵이나 수저나 저분, 색소를 입힌 플라스틱 용기들은 안타깝게도 재활용이 불가하다. 하지만 유리병이나 색깔이 없는 페트병은 재활용 비율이 높기에, 이것이라도 제대로 처리하는 것을 실천해도 우리의 지구를 쓰레기 바이러스에서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안의 내용물을 깨끗이 닦는 것은 물론 외벽에 붙어 있는 라벨을 확실히 제거하고, 뚜껑을 병에서 분리하거나 색깔 있는 페트병들을 무색의 페트병들과 잘 분리한다면 재활용 비율은 꽤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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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를 잘 처리하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 몇 가지의 것들을 생각해 보았는데, 그동안 가장 궁금했던 것은 아이스팩을 어떻게 처리하는가였다. 그동안 아이스팩 내용물은 액체라고 생각해서 변기에 버리고 겉봉은 플라스틱으로 분리하여 버렸는데, 이것이 엄청나게 큰 죄였음을 알게 되었다. 아이스팩 안의 내용물은 고흡수성 폴리머라고 불리는 화학물질인데, 이것은 하수구를 막히게 하기도 하고 미세 플라스틱으로써 수질 오염의 주범이 되어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한다. 아이스팩 내용물은 물을 엄청나게 잘 흡수해서 보냉 효과에 탁월하고 내용물이 잘 터지지도 않아서 참으로 많이 사용되는데, 한국에서만 한 해에 2억 개를 사용한다고 하니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이 함부로 버려질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보통은 아이스팩을 처분할 때 내용물이 미세 플라스틱의 주범이기에 그냥 통째로 종량제 봉투에 버리도록 권고한다. 그러나 얼린 채로 버리면 부피도 커서 종량제 봉투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도 쉽지 않고 겉봉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기회도 놓치게 된다. 한번은 아이스팩을 뜯어서 그 내용물을 꺼내 건조해 보았다. 고흡수성 폴리머는 젤리 형태의 소재로 수분을 워낙 잘 머금고 있어서 상온에서 건조하는 데 약 일주일 정도가 필요하다. 내용물 자체는 인체에 무해하기에 인내심만 있으면 얼마든지 분리배출은 가능하나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이것만 신경을 쓰면 쓰레기 부피도 줄일 수 있고 아이스팩의 외장 플라스틱도 잘 분리할 수 있다. 쓰레기를 잘 처분하기 위한 노력과 수고는 우리가 이 물건을 편하게 잘 사용한 대가라고 생각해야 비로소 환경적 정의를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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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버리기로 임무 완수하기

 

요즘 웰비잉(Well-Being)만큼이나 웰다잉(Well-Dying)이 주목을 받는다. 과도한 연명 치료 없이 그동안의 삶을 아름답게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죽음을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것을 말한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물건을 잘 사는 것(Well-Bying)만큼이나 잘 버리는 것(Well-Wasting)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물론 물건을 살때 그만큼의 돈으로 대가를 지불하긴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잘 버림으로써 우리가 물건을 생산하고 사용하는 데에 지구라는 별에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이 대가가 충분하지 못하면 우리가 발붙이고 있는 지구는 더 이상 우리의 삶 자체를 허락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여기저기에서 지구의 신음 소리가 들린다. 오랜 시간 동안 지구는 인간에게 좋은 삶의 터전과 환경을 제공해 왔고, 앞서 살아왔던 조상들도 이에 대한 지혜를 가르쳐 왔다. 우리는 지구라는 별에 잠시 스쳐가는 존재들이겠지만, 엄청난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이 시대에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아파하는 지구를 위해 잘 버리는 그리고 덜 쓰는지혜를 후손들에게 전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김민회 시몬 신부 (예수회)

서강대학교 교목처 교목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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